[여의도 고구말] “가덕도 신공항, 그때랑 지금은 다르다?”

기사승인 2020-11-24 05: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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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여의도 고구말] “가덕도 신공항, 그때랑 지금은 다르다?”
▲지난 16일 서울 김포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가덕도 신공항’을 둘러싼 야당 내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부산·경남(PK)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의원들은 적극 추진을, 대구·경북(TK)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과 당 지도부는 검증위원회의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각각 주장하며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입장을 번복한 일이 알려지며 야권의 ‘맹공’ 대상이 되고 있다.

“지도부와 논의없이 낸 것에 대해 강하게 질책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정부의 ‘김해신공항 백지화 조치’에 절차적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윤희석 대변인은 “검증위 위원장은 백지화는커녕 보완하고 쓸 수 있으면 김해 신공항으로 가라는 것이 본뜻이었다고 한다. 졸속으로 엉성하게 결론이 바뀐 것이니만큼 이에 대해 감사원의 감사가 필수임은 당연하다”며 감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나아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PK 의원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하태경 등 부산시당 소속 의원들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한 것을 문제삼은 것. 주 원내대표는 “정권과 민주당이 부산시장 선거를 위해 나라를 생각하지 않고 던진 이슈에 우리가 말려들어선 안 된다”며 “과정이 제대로 된 것인지 따져보고 결론이 난 다음에 (특별법 발의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이같은 입장에도 PK 의원들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발의에 이어 부산시, 학계, 전문가 등과의 간담회를 개최하며 공항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까지 보였다. 간담회에서 부산시당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대승적으로 영남지역 미래만 생각하고 앞으로 달리겠다”며 추진의사를 재차 분명히 했다.

한편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국민의힘 부산시당의 당론으로 발의됐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의원 15명 전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법안에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실시설계 완성 전 초기건설 공사 착수 등 가덕도 신공항의 신속 건설을 위한 내용이 담겼다. 이에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더불어민주당은 “적극 환영한다”며 쌍수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

TK 홍준표 “가덕도신공항, 대구신공항과 함께 추진하자”

내홍이 깊어지는 가운데 무소속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구을)이 TK 출신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 홍 의원은 “비록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지만 부산 가덕도 신공항은 추진해볼만하다”며 “4대 관문공항 정책을 채택한다면 지역 균형발전의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이 언급한 4대 관문공항 정책은 PK의 가덕도신공항과 함께 ▲TK·충청의 대구 신공항 ▲호남권의 무안 신공항을 동시에 추진해야한다고 의견이다. 이와 관련 홍 의원은 “부·울·경 840만은 가덕 신공항으로 가고, 호남 500만은 무안 신공항으로 가고, TK·충청 일부 800만은 대구 신공항으로 가고, 서울·수도권·충청·강원 2800만은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여객·물류 중심을 만들자”고 했다.

이에 하태경 의원은 ‘3자 연석회의’를 제안하며 화답했다. 하 의원은 홍 의원의 제안을 ‘건설적 제안’이라고 호평하며 “부산 가덕도, 대구 신공항, 광주무안 신공항을 지역 관문공항화해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초석으로 삼자는 것은 충분히 논의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산·대구·광주 공항 상생 3자 연석회의를 제안한다”고 전했다.

[여의도 고구말] “가덕도 신공항, 그때랑 지금은 다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8년 전 트위터 글. 사진=국민의힘 조수진 의원 페이스북 캡쳐

조국 “생각이 바뀌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8년 전 트위터에 “선거철 되니 또 토목공약이 기승을 부린다”며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논의가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시작되며 언론이 조 전 장관의 8년 전 글을 재조명하자 “생각이 바뀌었다”며 말을 바꿨다.

조 전 장관은 “찾느라고 수고 많았다. 간단히 답한다. 시간이 흐르며 생각이 바뀌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산·울산·경남 항공 여객수요는 2056년 4600만명으로 경제성이 충분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과거와 달리 가덕도 신공항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같은 조 전 장관의 입장변화에 야권은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교수는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내가 한 말을 내가 기억 못한다?”라며 “이번에 한 말도 나중에 또 바꾸면 된다는 것인가. 차라리 검찰개혁이랑 기자 고소 이야기만 하라”고 질타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도 조 전 장관의 글을 공유, “우와, 역시”라고 짧고 굵게 비꼬았다.

hyeonzi@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