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대유행 시작…“수능 이대로 괜찮을까” 커지는 위기감

기사승인 2020-11-24 0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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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대유행 시작…“수능 이대로 괜찮을까” 커지는 위기감
▲사진=지난 3일 오전 서울 대치동 종로학원 강남본원에서 수험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닷새 연속 300명을 기록하다 23일 271명으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정부는 주말 검사 감소의 영향으로 보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3차 재유행’을 정부가 공식 인정한 가운데 열흘 앞으로 다가온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한 우려도 크다.

24일 0시를 기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2단계로, 호남권은 1.5단계로 상향된다. 정부는 고심 끝에 거리두기를 상향하며 수능 이전 확산세를 꺾는 것을 목표 중 하나로 거론했다. 또 교육부는 지난 22일 “24일부터 2주간 수도권은 학교 밀집도 기준 3분의1(고등학교 3분의2)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는 지역 및 학교 여건에 따라 학교 밀집도 기준을 3분의2까지 늘려 등교 인원을 확대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교육부와 수도권 시도교육청은 내달 3일 시행되는 수능을 앞두고 3분의1 기준을 최대한 준수하기로 합의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정부 예측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200명대로 올라선 지난 16일, 정은경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주나 4주 후 300~400명 가까이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틀 뒤인 지난 18일 신규 확진자는 313명을 기록했다. 대한감염학회는 지난 20일 거리두기 격상을 하지 않으면 내달 초 일일 확진자 수가 1000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3차 대유행 시작…“수능 이대로 괜찮을까” 커지는 위기감
▲사진=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 박태현 기자

수능이 열리는 내달 초에 대한 관측은 밝지 않다. 방역당국은 유행의 예측 지표인 감염 재생산지수가 1.5를 넘어 확진자 1명이 1.5명 이상을 감염시키는 상황이라면서 12월 초 6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지난 21일 브리핑을 통해 “겨울로 접어드는 북반구 대부분의 국가에서 감염이 늘고 있고 일부 국가는 매일 수만명에서 수십만명까지 감염 폭증을 겪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유행이 그 정도 수준은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우리가 겪은 가장 큰 규모의 유행에 직면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교육부는 확산에도 불구하고 “수능 연기는 절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9일 CBS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어떤 경우에도 수능이 연기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면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수능 당일, 책상 앞면에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투명 가림막(가로 약 60㎝·세로 45㎝)이 설치된다. 일반 시험실에서는 KF 마스크가 아닌 일반 마스크를 착용해도 된다. 그러나 밸브형 마스크나 망사 마스크는 허용되지 않는다. 또 발열 등 비상 상황 발생시 KF-80이상을 착용해야 한다. 점심시간에는 개인 도시락과 음용수를 준비해 본인 자리에서 식사해야 한다. 여럿이 모여 식사하는 것은 금지된다. 점심식사를 하는 도중이나 전후로는 반드시 환기해야 한다. 아울러 교육부는 수능 당일 확진 수험생을 위해 29개소의 시설과 수능용 병상 120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격리 수험생을 위해서는 총 113개 시험장 754개 시험실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황이 심상치 않자 이대로 수능을 치러도 괜찮겠냐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0일 “일일 확진자 숫자가 300명을 넘긴 시점에서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가 학생을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내몰려고 한다. 마치 방화복 하나 던져주고 불구덩이 들어가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면서 “아무리 방역을 하고 주의를 준다 해도 모든 학생을 통제할 수 없다. 적어도 2주는 미루고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23일 오후 5시 기준 1100여명이 동의했다.

3차 대유행 시작…“수능 이대로 괜찮을까” 커지는 위기감
▲사진=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9월 모의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수험생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 온라인상에서는 “하루하루가 피가 마르는 심정이다. 빨리 좀 끝나게 해달라” “제발 수능 연기 얘기하지 말아달라. 내일부터 (생리를 늦추기 위해) 피임약을 먹어야 한다. 그런데 수능 연기되면 논술까지 한 달 넘게 먹어야 한다” “내년 초로 미룬다고 해도 코로나19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또 임박해서 미룬다고 하지 말고 미리미리 연기를 해야 한다” “수능 보고 와서 부모님, 조부모님한테 옮기면 누가 책임질 건가”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가림막의 세로 길이를 더 높이는 방안 등 확산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에 대한 대비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수능시험장에 보급 추진 중인 높이 45cm의 가림막을 대상으로 김일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석좌교수 연구팀이 실험을 한 결과, 가림막은 최소 70cm 이상 돼야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는 수능을 치를 때 고개를 숙이고 시험지를 바라보기 때문에 숨 쉬는 위치가 낮다는 점을 고려해 45cm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주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도 학생 확진자가 매일 20명 안팎으로 나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 내달 초 지금보다 더욱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면서 “학생들을 위한 병실이 더 많이 필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급 상황을 가정해 미리 병실을 보다 여유 있게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수능 당일 많은 학생이 몰리는 만큼 감염 위험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가림막도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다. 환기가 가장 중요하다. 쉬는시간에 화장실을 왔다갔다하거나, 점심시간에 마스크 벗고 식사할 때가 위험한데 환기가 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학생들이 환기가 수시로 이뤄질 때 추위를 느끼지 않도록 수능 당일만큼은 옷을 두둑이 입고 보온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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