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없는 ‘골수증식종양’ 신규환자 꾸준…생존율 천차만별

평균 연령대 60세 이상이지만 젊은 층에서도 종종 발생

기사승인 2020-12-04 04: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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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없는 ‘골수증식종양’ 신규환자 꾸준…생존율 천차만별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대한혈액학회 산하 골수증식종양 연구회의 간사로 일하는 김성용 건국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골수증식종양 치료가이드라인을 제안하고 있다. 이름도 생소한 골수증식종양은 건강검진이나 혈전증과 같은 혈관 합병증이 생겨 병원을 찾았을 때 우연히 발견되는 질환 중 하나다. 증상이 거의 없지만 혈구수치가 조절되지 않아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이차 골수섬유증 또는 급성백혈병으로 진행되면 생존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골수증식종양은 혈액을 생성하는 골수 내 조혈세포들이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제어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증식하는 악성 혈액질환이다. 크게 ‘필라델피아 염색체 또는 BCR/ABL1 유전자 이상을 보이는 만성골수백혈병’과 ‘필라델피아 또는 BCR/ABL1 음성 골수증식종양’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효과가 좋은 약물이 나오면서 치료 부담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후자는 아직도 질환을 제어할 수 있는 약제가 없고 예후도 좋지 않다.

필라델피아 음성 골수증식종양에는 진성적혈구증가증‧진성혈소판증가증‧일차골수섬유증 등 세 가지 주요 질환이 있다. 2017년 국내 보고에 의하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인구10만명당 신규환자 수는 각각 2.8~5.4명, 4.1~9.0명, 0.5~0.9명이었다. 평균 연령대는 60세 이상으로 노인층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20~40대의 젊은 층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진성적혈구증가증과 진성혈소판증가증은 비슷한 예후를 가지며 치료 약제도 공유한다. 전자는 적혈구가 주로 증가하지만 백혈구와 혈소판이 모두 증가할 수 있는 질환이며, 후자는 주로 혈소판이 증가하며 백혈구도 증가할 수 있다. 아직까지 완치가 가능한 치료제는 없으며 만성질환처럼 혈구수치 및 증상 조절을 목적으로 약제를 사용한다. 현재 급여가 적용되는 약제는 ‘히드록시유레아’로, 혈구 수치를 정상범위로 조절한다. 수치가 조절되지 않으면 혈전증, 뇌경색, 심근경색 등의 혈관 합병증이 발생해 사망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대규모 데이터에 의하면 치료를 통해 혈구수치가 효과적으로 조절될 경우 환자들의 기대수명은 정상인들과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다. 치료를 받는 상황에서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문제는 약물 투여에도 불구하고 혈구수치가 조절되지 않는 10%의 환자들이다. 혈관 합병증 위험도가 높고 좀 더 악성인 2차 혈액질환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생존율이 크게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급여 적용이 되는 ‘히드록신유레아’의 치료효과를 보지 못하는 10%의 환자는 증상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급성백혈병이나 이차골수섬유증으로 진행된다. 병이 이차 질환으로 진행되면 기대수명이 2년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도입된 치료제 ‘룩소리티닙’이 혈구수치 조절이 잘 되지 않는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자에서 효과가 입증돼 사용허가는 됐으나 고위험군 이차골수섬유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면 비급여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즉, 혈관합병증을 예방하고 병의 2차적 진행을 막기 위해 예방적 차원으로 사용하는 룩소리티닙은 비급여 치료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혈구 수치 조절이 되지 않아 2차 약제를 써야 하는데, 마땅한 약제가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 허가가 났지만 약가가 너무 비싸다”면서 “산정특례 적용 희귀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이 적응증에는 비급여로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일차골수섬유증은 위 두 질환과는 다른 임상경과를 보인다. 비장비대 및 전신증상으로 고통을 느끼며 1~2년에 사망하게 되는 고위험 환자부터 10~20년 동안 무증상으로 진행 없이 지내는 저위험군 환자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인다. 환자는 저위험, 중간위험-1, 중간위험-2, 고위험으로 분류하며, 중간위험-2나 고위험군은 기대수명이 5년 미만이기 때문에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고려해야 한다. 앞선 두 질환도 동종조혈모세포이식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이식 관련 합병증 부담이 크기 때문에 치료제로 증상을 조절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이식 후 면역반응, 감염 등의 위험부담을 감수하지 않아도 약물치료로 일반적인 기대수명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 및 기존 동반 질환으로 인해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이 불가능한 환자는 증상 조절, 비장비대 개선, 2~3년 정도의 생존 연장을 목적으로는 급여 약제인 룩소리티닙 약제를 투여할 수 있다. 그는 “관련 연구들을 보면, 룩소리티닙을 투여한 군과 투여 없이 바로 이식한 군을 비교했을 때 전자의 성공률이 유의미하게 높았다”며 “이식 전 비장 크기가 줄고 전신 컨디션이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룩소리티닙이 정답은 아니다. 2~3년 더 생존을 늘린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질환은 악화되고 결국은 이 질환으로 사망하기 때문”이라며 “몸살 증상이 지속돼 식욕이 없어지면서 살은 빠지지만 팔다리만 가늘고 비장 비대로 복부만 커지는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식 성공률은 50%정도이며, 20~30%는 이식 후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현재 일차골수섬유증 치료에 효과적인 약물은 없는 상황이지만 최근 개발되고 있는 차세대 인터페론 치료제로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면역학적 치료약제인 인터페론 주사제는 효과가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견디기 힘든 부작용 때문에 사용이 어려웠다. 특히 1세대의 경우 일주일에 3번씩 맞아야 했기 때문에 부담감이 컸으나 최근 개발된 인터페론 주사제는 부작용 위험이 낮아진 대신 2주에 한 번씩 투여하도록 해 편리성이 높아졌다.

김 교수는 “아직은 유럽에서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자에서만 사용이 허가됐지만 현재 다양한 단계의 골수증식종양 질환에서의 글로벌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약물기전 등을 고려하면 1차 약물치료가 듣지 않는 진성적혈구증가증환자‧진성혈소판증가증 뿐 아니라 일차골수섬유증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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