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16세" 여론 악화에 전동킥보드 개정안 땜질 '논란'

[쿡초점 전동킥보드 논란①] "13세→16세" 여론 악화에 개정안 땜질
자전거 규제 따라가며 규제문턱 대폭 낮추는 부작용 역풍
여론 악화에 부랴부랴 땜질...킥보드업체 "우려스럽다"

기사승인 2020-12-08 05: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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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에서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무선 이어폰을 착용한 채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졸속 입법' 논란을 부르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만13세 이상에 대한 전동킥보드 허용'이 잠정 금지됐다. 최소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면허증이 있어야만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도록 만 16세 이상으로 재개정됐다. 

국회가 아직 시행되지도 않은 법을 고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비판 여론이 거셌다. 미성년자들의 무분별한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어 다행히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지만, 당초 국회가 개정안을 사회적 파장을 신경쓰지 않은 채 안일하게 만들고 통과시켰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개정안으로 전동킥보드가 차도로 나가거나 횡단보도를 건너는 건 금지됐지만, 앞으로 자전거도로에서의 킥보드 주의보가 내려질 전망이다. 국내 자전거 도로의 80%가 보행자 겸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보행자 안전은 더욱 위협할 수 있다.


논란의 13세 킥보드 허용 금지.16세 이상으로 개정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3일 전체회의를 열고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의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전동킥보드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원동기 면허 취득이 불가능한 만 16세 미만은 전동킥보드 탑승이 불가하게 됐다. 개정안은 하위 법령 개정 등을 고려해 본회의 통과 후 4개월 뒤부터 시행된다.

이 같은 전면 수정은 지난 5월 연령을 만 13세로 낮추는 개정안 통과 직후 공유 킥보드 업체들이 전달한 우려와 일선 가정의 학부형 등의 비판여론 및 국민청원 등이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1월에는 한 시민이 '전동킥보드 도로사용을 금지해주세요'라는 청원을 올렸다. 이 시민은 "교통사고는 증가하는데 만 13세까지 확대한다는 것, 이건 아니다"라며 "귀한 자녀의 생명을 보호해 주시고 운전자들에게 안전한 도로를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이 청원은 2000명 넘게 동의를 얻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운전면허가 없어도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혼란을 가중시켰다. 개인형 이동수단(private mobility)이 법령에 명시된 첫 사례라는 의의가 있지만, 전동킥보드를 단순히 자전거와 동일시해 법령에 집어넣은 덕분에 예상되는 문제로 많은 잡음을 야기한 것이다. 

킥보드와 관련한 사망사고나 상해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면허 없는 중학생 이상이면 마음대로 킥보드를 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킥보드 업체들도 우려하며 부정적인 뜻을 표하기도 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회원사인 13개 공유킥보드 스타트업은 개정 도로교통법이 통과된 이후 보도자료를 내고 개정안이 시행되는 10일 이후에도 법적 기준을 상회해 이용가능한 연령을 현행과 같은 만 16세 이상으로 자체 적용하고, 법적으로 25km/h로 규정된 최고속도도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국내업체인 킥고잉, 씽씽과 해외업체인 라임, 빔을 비롯해 다트, 디어, 스윙, 알파카, 윈드, 일레클, 지쿠터, 플라워로드, 하이킥 등이 참여했다. 

그만큼 업체들로서도 갑작스러운 제도완화는 사고와 연관될 수 있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국내 공유킥보드 업체는 "국회에서 개정안이 나왔을 때 업체에서도 의아해했고, 저희쪽 로비도 전혀 없었다"며 "오히려 중학생부터 탈 수 있는 것이 업체들로서는 리스크이고, 사회적 통념을 넘어서면서까지 사업할 수 없다"고 난감한 입장을 전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운행되는 공유 전동킥보드의 경우 2018년 150여대에서 지난 8월 기준 3만5000여대로 2년 사이 230배가량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찰청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PM) 관련 교통사고는 지난 2017년 117건에서 2018년 225건, 작년 447건이었다가 올해는 지난 10월까지 688건이 발생하며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전동 킥보드를 타고 가다가 차량과 부딪혀 난 사망사고도 지난해에만 8건이 발생하면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는 10일 개정될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PM)은 횡단보도 이용시 내려서 끌거나 들고 이동해야 한다. 서울 시내 횡단보도에서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이 무선 이어폰을 착용하거나, 한 대의 전동킥보드에 두사람이 탑승해서 이동하고 있다. (사진=박태현 기자)


자전거도로 '헬게이트 열린다'. 인도 통행금지도 실효성 '갸웃'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킥보드를 기존의 소형 오토바이가 아니라 자전거에 준하도록 바꾸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조문을 살펴보면 해당 법안의 규제대상을 '자전거'에서 전동킥보드를 포함하는 '자전거 등'으로 고쳤다. 

그동안에는 오토바이에 준한 규정으로 킥보드가 그동안 차도로만 다닐 수 있도록 해 차량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하거나 도로 위를 질주하는 위험천만한 행태가 발생해왔다.

이번 개정안으로 킥보드는 자전거에 준한 규제를 받아 자전거도로로 통행하고, 자전거도로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도로 우측 가장자리로 통행할 수 있다. 다음달 10일 이후 보도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보행자를 다치게 하면 보험 가입이나 합의와 상관없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내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전동킥보드가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데 있어서도 우려가 상존한다. 그동안 위험천만했던 차도 대신 자전거도로가 '헬'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한 시민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강 자전거도로에 전동킥보드 이용을 금지해 달라'며 "시민들이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자전거처럼 횡단보도 통행이나 보도통행을 금지하고, 평상시 헬멧을 꼭 착용하게 할 예정이다. 야간 통행 시 등화장치를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자전거의 경우에도 이를 어기는 경우가 많아 킥보드의 경우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전동 킥보드가 차도로 운행하는 것만 규제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행 보행자 안전은 더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음주운전을 규제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가 심각하다. 전동킥보드가 오토바이가 아니라 자전거에 준하게 되면서 킥보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수위도 기존의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아니라 3만원 범칙금으로 끝날 수 있게 된다. 다만 사고가 나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이 적용되는 건 유지된다. 

여기에 공유킥보드와는 달리 직접 구매한 개인형 이동수단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도 문제다. 공유킥보드에 논란이 몰려있어 개인이 전동킥보드를 구매해 타는 것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여러 논란들을 고려해 경찰청은 개인형 이동수단(PM) 전용 운전면허를 만드는 것도 고려 중이다. 즉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는 운전실력을 보겠다는 것인데, 이는 세계에서 최초여서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숙고하지 않고 규정을 만들어 일선 중고등학생들과 학부형들에게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두 명 이상의 탑승을 금지하는 등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보행자를 위협하지 않도록 안전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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