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3평에 왜 애 낳고 4명이 못살아...

기사승인 2020-12-18 0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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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3평에 왜 애 낳고 4명이 못살아...
[쿠키뉴스] 김태구 기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LH공공임대주택 방문한 것을 두고 논란이 많다. 전용면적 44㎡의 아파트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아이 둘을 포함 네식구가 살 수 있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가 해당 아파트를 소개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신혼부부에 애 한명이 표준이고 어린애 같으면 두명도(가능하다)”라고 말했던 게 발단이 됐다.

여기에 청와대가 나서 해당 임대주택을 ‘13평형 좁은 집’이라고 공식화하면서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물론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더 넓은 평수가 공급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지만 국민들의 분노를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렇다면 강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말한 해당아파트가 ‘13평형 좁은 집’이 맞을까? ‘아니다’ 현장에서 소개한 전용면적 44㎡는 수치 그대로 평수로 바꾸면 13평이 맞지만, 일반적으로 평수로 말할 때 사용되는 공급면적으로 계산하면 20~21평형대다. 이는 아파트 면적을 계산할 때 공급면적과 전용면적이 동시에 표기되면서 발생한 착오로 보인다. 

착오였다면 ‘왜’ 국민들이 분노할까? 좁다는 것을 강조한 일부 언론의 보도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강 대변인의 브리핑을 보면 청와대 스스로 좁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여기서 생각해 볼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의 주거복지에 대한 인식의 문제가 아닐까.

대통령은 현장에서 해당 발언을 하기 전, 공공임대주택이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어야만 한다. 또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뿐만 아니라 변창흠 내정자에게 보다 강한 어투로 주거복지 강화를 주문해야 했다. ‘4명이 살겠다’가 아니라 4인 가구 최소 주거면적 44㎡(전용기준)에만 집착한 국토부와 LH(한국주택토지공사)를 꾸짖었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53년생으로 6.25전쟁 이후 60년대 유년시절을 보냈다. 당시 국민 대부분은 방한칸짜리 집에서 가족들과 몸을 누이며 지냈다. 기자가 유년시절을 보낸 80년대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는 당연히 그런 줄 알았고 좁아도 행복했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난 2020년 지금은 경제가 성장한 만큼 국민들의 의식 수준도 변했다. 

국민 의식 수준이 성장했지만 정책 입안자를 포함한 사회지도층이 변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들이 의식 수준이 여전히 본인의 유년 및 젊은 시절에 머물러 있는 한 복지 변화는 요원하다.

최근 발표한 재정 및 휴가지원 위주의 ‘저출산 대책’에서도 정부의 인식 부족이 보인다. 돈이 없어서 육아휴직을 못써서 애를 못낳는 게 아니라, 아기를 양육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되지 않기 때문이란 걸 간과했다. 정부가 핵심을 잘못짚은 셈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왜 이렇게 숫자에 집착하는지 궁금해진다. 정부와 공무원 입장에서는 정책을 계량화해 성과를 드러내고 싶어 한다. 매년 나오는 주거공급, 저출산지원, 서민지원 등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가 전년대비 몇 조원 혹은 몇 채 더 공급했다는 식으로 수치화하는 게 쉽게 드러나서다. 

전형적인 성과주의 보여주기식 행정이 정부의 복지정책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는 셈이다. 국민이 내는 세금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것을 나타내는 건 ‘숫자’가 아니다. 좀더 국민들의 마음을 보살필 수 있는 행동과 말, 생각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ktae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