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안망] 슬세권·팍세권·뷰세권?… O세권 얼마나 알고 있나요

기사승인 2021-04-03 06: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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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입버릇처럼 ‘이생망’을 외치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2030세대. 그러나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30세는 고작 오전 8시30분. 점심도 먹기 전에 하루를 망하게 둘 수 없다. 이번 생이 망할 것 같은 순간 꺼내 볼 치트키를 쿠키뉴스 2030 기자들이 모아봤다.

[이생안망] 슬세권·팍세권·뷰세권?… O세권 얼마나 알고 있나요
▲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원인재역 3KM 전세 1억원 숲세권”(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 내가 살 집은 ‘직접 알아보겠다’고 부모님께 큰소리쳐놓은 당신! 그런데 처음보는 'O세권' 용어에 혼란하기만 하다. ‘숲세권은 뭐고, 팍 세 권은 뭐야?’ 질문하는 당신을 위해 O세권 용어를 알아봤다.


◇빠르게 개념 정리부터

세권 용어들은 기본적으로 지하철역이나 학교, 공원 등 생활 편의시설을 중심으로 일정 범위를 말한다. 주로 편의시설 이름의 앞 글자나 마지막 글자와 세권을 합쳐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역세권은 지하철역·기차역의 ‘역’과 ‘세권’을 합쳐 만들어졌다. 세권의 정의나 범위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다만 부동산업계에서는 편의시설 반경 500m, 도보 5~10분 거리 안을 세권으로 본다.

[이생안망] 슬세권·팍세권·뷰세권?… O세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이생안망] 슬세권·팍세권·뷰세권?… O세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이생안망] 슬세권·팍세권·뷰세권?… O세권 얼마나 알고 있나요


◇ 실전, 내가 찜한 ‘집’ 무슨 세권일까

온라인에 올라와 있는 많은 광고 글들. 집주인들은 자신의 집을 ‘역세권이다, 편세권이다, 팍세권이다’ 홍보하기 바쁘다. 집주인의 ‘말발’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직접 확인이 필요하다. 눈여겨본 집의 주변 환경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주로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에서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나 호갱노노 등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이 활용된다. 특히 각 서비스는 특정 지점 간의 거리제기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세권 파악에 용이하다. 지도의 눈금자 모양을 눌러 두 지점을 클릭하면 지점간 거리가 자동으로 계산된다.

[이생안망] 슬세권·팍세권·뷰세권?… O세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예1-충무로 올세권 전셋집 /사진='호갱노노' 화면 캡쳐

지도 중앙에 표시된 집 모양의 파란색 표시는 서울 중구 충무로에 전세로 나온 집이다. 전세 1억9000만원에 매물로 나온 이 집은 어떤 세권에 포함될까. 지도상에 나온 전셋집은 기본적으로 더블 역세권으로 구분된다. 지도를 보면 500m 안에 2호선 을지로4가역과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이 존재한다. 여기에 230m 거리에 제일병원과 조금 멀지만 890m 거리에 국립중앙의료원이 자리 잡고 있어 병세권에도 포함된다. 교통과 병원 서비스를 중요시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환경이다.

[이생안망] 슬세권·팍세권·뷰세권?… O세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예2-연희동 숲세권·팍세권 전셋집 /사진='호갱노노' 화면 캡쳐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1억7000만원의 전셋집은 비역세권 주택이다. 교통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숲세권이라는 장점도 있다. 집 뒤편으로 궁동산이 존재하며, 산 일부는 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편의시설이 조금 부족해도 조용하고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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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3-성수동 수세권·뷰세권 전셋집 /사진='호갱노노' 화면 캡쳐

성수동에 위치한 주택은 한강과 300m 거리에 있다. 한강의 탁 트인 전경을 볼 수 있어 뷰세권 이면서, 강을 끼고 있다는 점에 수세권으로 구분된다. 한강을 바라보며 여유를 가지기 좋은 지역이지만 지하철역과의 거리가 멀고 주변에 학교가 없어 비역세권, 비학세권에 포함된다. 자차로 직장을 다니는 사람에게 적합한 지역이다.


◇개인별로 엇갈리는 O세권 선호

집 주변에 편의시설이 있다고 해서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연령에 따라 싫어하는 편의시설도 있다. 대표적으로 병세권은 연령에 따라 선호가 엇갈린다. 의료서비스 수요가 높은 고연령층은 병세권을 선호하지만 젊은 층은 병세권을 싫어하는 경향이 높다. 집 주변에 환자가 돌아다니거나 수시로 울리는 앰뷸런스 소리를 싫어하는 젊은층이 상당한 영향이다.

수세권과 뷰세권에 대한 선호도 엇갈린다. ‘경치는 한 달만 보면 끝난다’고 말하는 일부 사람들은 수세권과 뷰세권의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린다. 높은 가격을 내고 집을 마련할 때 수세권이나 뷰세권 보다 역세권이나 학세권 등 물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선택을 내리겠다는 취향이다. 숲세권도 산책과 조용한 환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선호되지만 벌레를 싫어하고 북적거리는 환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선호 대상이다.

이밖에 학세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주로 자동차를 보유한 젊은 싱글 가구다. 스쿨존에서 차량의 이동속도가 제한되고, 속칭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시행으로 교통사고시 더 높은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맞는 O세권은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공인중개사들은 ‘생활 패턴을 기준으로 O세권을 선택하라’는 조언을 내놓았다. 예컨대 식사를 직접 만들어 먹는 사람은 마트나 편의점이 가까운 곳을, 배달 음식을 선호하는 사람은 맥세권이나 스세권 등이 적합하다는 조언이다. 또한 밤에 근무하는 사람에게는 낮에 조용한 주세권도 생활 지역으로 적합하지만, 낮에 근무하는 사람은 피해야 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chokw@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