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콘텐츠 1위 경쟁 막 올랐다..웨이브·티빙·KT 각자동맹 구축

KT "콘텐츠 최대 투자"에 웨이브 "5년내 1조원 투자" 선언
국내 OTT 순위 1등 차지하기 위한 경쟁 치열
웨이브-카카오, CJ-네이버 동맹 강화...KT는 개별노선

기사승인 2021-04-01 05: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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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콘텐츠 1위 경쟁 막 올랐다..웨이브·티빙·KT 각자동맹 구축
웨이브, 티빙, KT 로고. /제공=각사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넷플릭스와 곧 다가올 디즈니플러스의 공습에 맞서 국내 OTT사들이 막대한 투자금을 들여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경쟁을 하고 있다. 자체 콘텐츠 제작사를 설립하고, 힘 있는 국내 플랫폼이나 콘텐츠사와 손을 잡는 등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자회사 웨이브가 오는 2025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에 1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지니를 출범시킨 KT가 오리지널 콘텐츠에 '국내 최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지 일주일도 안 되어 나온 발표다. 

이는 지난 2월 넷플릭스가 올 한해에만 5500억원을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힌 후 국내 콘텐츠사들이 이에 대항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특히 국내 OTT사이에서도 넷플릭스를 제외한 '국내 1위'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웨이브는 현재 국내 OTT업계 중 이용자수 1위다. 웨이브는 지난 2019년 출범 후 2023년까지 3000억원 규모의 제작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실제로 이를 통해 '앨리스', 'SF8', '좀비탐정', '조선로코-녹두전' 등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여왔다. 올해도 '모범택시' 등 드라마와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등의 콘텐츠를 선보인다. 

웨이브는 이와 함께 투자 유치와 콘텐츠 수익 재투자 등을 통해 2025년까지 1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웨이브의 대주주인 SK텔레콤은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1000억원의 추가 유상증자도 결정하기도 했다. 콘텐츠 전문성 강화를 위해 웨이브만의 콘텐츠 방향성을 제시할 최고콘텐츠책임자(CCO) 영입도 추진 중이다. 

웨이브 관계자는 "올 상반기 내 오리지널 콘텐츠 기획·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를 100%지분을 가진 자회사로 설립할 예정"이라며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만한 오리지널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웨이브는 카카오TV와도 제휴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수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11월 카카오TV오리지널도 웨이브 안으로 들어왔다. 카카오TV오리지널 '며느라기'와 '아직낫서른' 등 4가지 콘텐츠를 들여왔다. 최근 카카오TV는 SK브로드밴드의 Btv와 제휴하는 등 SKT-카카오 간 동맹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웨이브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티빙도 지난해 10월 CJ ENM에서 독립법인 출범 후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월말 첫 오리지널 콘텐츠인 '여고추리반'에 이어 김은숙 작가가 참여한 드라마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 영화 '서복'등이 티빙 오리지널로 공개된다. 

티빙은 이미 공개된 콘텐츠를 포함해 올 한 해 약 20여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겠다는 복안이다. '여고추리반' 등 자체 기획·투자 작품이나 '서복' 등 CJ ENM 인기 콘텐츠의 OTT 독점 서비스, '철인왕후:대나무숲' 등 CJ ENM 화제작의 스핀오프 콘텐츠 등 다양한 형태로 기획할 예정이다. 또 K-pop 가수 26개팀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케이콘:텍트'도 국내 독점 중계로 서비스된다. 

티빙은 출범 당시 3년간 4000억원의 투자액을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2023년까지 유료가입자 5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CJ ENM가 1대주주, JTBC가 2대 주주로 양사의 콘텐츠 플랫폼과 제작역량을 합치고 있다. 최근에는 콘텐츠 제작에 무게를 두며 양지을 대표와 함께 콘텐츠 제작PD인 이명한 대표를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최근 티빙은 네이버와 손을 잡으면서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네이버 멤버십의 콘텐츠 제휴사로 티빙이 들어가면서 접근성을 더욱 강화했다. 멤버십에 가입하면 네이버 아이디로 티빙에 로그인할 수 있고, 방송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오는 6월까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도 무료로 볼 수 있다. 티빙은 지난해 10월 네이버와 함께 지분 맞교환을 단행하며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예고한 바 있다. 

티빙 관계자는 "거대 해외 OTT 플랫폼과 경쟁하려면 사업적 확장과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가 동시에 발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KT는 최근 스튜디오드래곤을 벤치마킹한 독자 제작사인 스튜디오지니를 선보이고 콘텐츠 사업에 새로이 진출했다. 다만 이번 발표에서는 구체적인 작품 라인업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올 상반기 내로 IP기반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 

직접 콘텐츠 제작·유통 역량을 키워 앞으로 스토리위즈-제작사인 스튜디오지니-Skytv와 올레tv-시즌(seezn)으로 이어지는 자사 미디어 콘텐츠 밸류체인을 만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2023년 말까지 원천 IP 1000여개와 드라마 IP 100개 이상의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KT는 1300만 가입자를 보유한 미디어 분야 1위 사업자이지만 그동안 플랫폼 유통에만 힘을 쏟고 따로 콘텐츠 제작에 나서지 않아 왔다. 하지만 K-콘텐츠가 전세계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OTT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고려하면서 뛰어들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은 "글로벌 OTT사업자가 콘텐츠를 독점하고 있어 플랫폼사업자도 콘텐츠 시장에 진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현모 KT 대표는 KT의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규모에 대해 "국내에 있는 3사보다는 많지 않을까 생각해 주시면 된다"고 언급했다. 이는 웨이브의 3000억원 투자, 티빙의 4000억원 투자를 염두에 둔 것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한 해만 5억달러(약 5500억원) 투자를 예고한 바 있다.

이어 구 대표는 "금액을 얼마 정도 하는가보다 방향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금액을 일부러 정하지는 않았다"라면서 "얼마 쏟아붓느냐도 중요하지만 설사 손실이 나도 얼마만큼 견딜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경쟁력을 충분히 가질 수 있을 때까지는 견디고 지원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웨이브나 티빙과 달리 독자적인 미디어 콘텐츠 수직계열화에도 나설 예정이다. 스튜디오지니를 중간지주사로 삼고 KT그룹사 내 KT스카이라이프, KTH, 스토리위즈 등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즌도 웨이브처럼 분사를 통해 독자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언급했다. 

KT 관계자는 "스튜디오지니는 콘텐츠 제작과 기획을 함께 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스튜디오 지니 자체 밸류에이션(가치) 자체가 1조 이상의 회사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국내3사의 본격 투자 행보가 아직은 해외사에 비하면 규모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인 상황이다.

넷플릭스가 올 한해만 55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가운데, 국내사들은 3년에 3000~4000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따져보면 1년에 1000억원 이하로 투자되어 넷플릭스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넷플릭스는 2016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7700억원을 투자하며 한국 콘텐츠 시장을 뒤바꿔왔다. 

이에 따라 각사별로 '국내 OTT 1위' 타이틀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특히 국내 OTT 1위 사업자는 앞으로 국내에 진출할 아마존, 디즈니,애플tv 등과의 협업에서 더 높은 협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앞으로 OTT 가입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가입자를 선점하기 위한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사들 간의) 경쟁이라기 보다는 시장 파이가 커짐에 따라 다 같이 크는 사업자가 되지 않을까 한다"라며 "함께 성장해 글로벌 사업자와 대등한 위치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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