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 연장? ‘비수도권’ 방역강화 안하면 말짱 도루묵

휴가철 지나면 수도권 부메랑…‘대중교통’ 방역도 시작해야 

기사승인 2021-07-24 04: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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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연장? ‘비수도권’ 방역강화 안하면 말짱 도루묵
14일 오전 서울 신촌기차역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선별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1.07.14 최은성 인턴기자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2주 더 연장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네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예상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2주 연장’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비수도권’의 방역조치가 강화되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럴 거면 그냥 한 달 봉쇄하지”…거리두기 연장에 반응 각각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수도권의 유행 증가세를 반전시키고 환자 발생 규모를 3단계(500~1000명 미만) 기준 이내로 줄이기 위해 수도권의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2주간 연장한다고 23일 밝혔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급격하게 증가하던 수도권의 유행은 확산 속도가 다소 둔화돼 정체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수도권의 유행 증가를 확실하게 감소세로 전환시키고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방역수준을 완화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7월 26일부터 8월 8일까지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2주간 연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거리두기 연장의 목표가 달성되지 않을 경우 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운영시간제한 강화 등 더욱 강력한 방역강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거리두기 연장 소식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신규 확진자가) 1800명대도 나왔으니 4주 연장은 예상했다”, “2주 연장했으니 줄어들겠지”, “격상시킨 효과가 나오면 좋겠는데 도대체 언제쯤 나올까”라고 하는 등 이번 조치에 희망을 거는 이들이 있는 반면, “이럴 거면 그냥 한 달 봉쇄하는 게 낫겠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거리두기)2주, 2주, 또 2주다. 2단계, 2단계 프로, 2단계 프로맥스, 2단계 얼티메이텀도 아니고 무슨 시리즈 내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18개월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도 유행을 못 잡았는데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다. 식당에서 떠들며 밥 먹느라 애초에 거리두기가 이루어질 수 없는데 깨진 독에 물붓기가 아닌가”라면서 “수십명이 수영장 파티도 열었다던데 거리두기 강화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간 방역당국이 거리두기 효과는 12~14일 뒤에 나타난다고 밝혀온 만큼 애초에 강력한 거리두기 시행도 3주 이상으로 잡았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이 제1통제관은 “(거리두기 효과가 12~14일 후 나타난다고) 지난 브리핑 때 그렇게 말한 것은 맞지만 이번에 확진자 추이를 봤을 때 현재까지의 유행 감소세가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금 수도권 같은 경우는 정체 수준이지만 비수도권에서 늘어나고 있다. 물론 전체적으로는 약간 꺾여 있는 추세”라며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고 고민이 있었는데 일단 현행 조치를 연장하고 거리두기 효과를 좀 더 지켜보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기간을 ‘3주’로 잡는 것에 대한 여러 가지 논의도 있었고 4주까지 계속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었는데 국민들의 생활과 생업에 미치는 여러 가지 효과를 고려했을 때 일단 2주간 짧게 정해서 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국민들이 같이 협조해서 노력한다면 2주 후 (일일 신규 확진자 수) 1000명 미만도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4단계 연장? ‘비수도권’ 방역강화 안하면 말짱 도루묵
14일 오전 서울 신촌기차역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선별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1.07.14 최은성 인턴기자


◇전문가 “이미 2000명 확진됐을 것, 다중이용시설‧대중교통 잡아야” 

이러한 정부 전망과 달리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기간 연장만으로 눈에 띄는 효과를 보긴 어렵다고 말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4단계 조치를 시행한 지난 12일간 효과가 없었는데 2주 연장한다고 효과가 나겠느냐”면서 “오늘 0시까지 집계된 환자 수가 1600여명인데, 이들은 어제 감염된 사람들이 아니다. 실제로는 2000명이 넘었을 수 있다. 일주일이나 열흘 전 이미 감염이 시작돼 잠복기 5~6일이 지난 후 증상이 나와 검사를 받고, 몇 시간 후 결과가 나와 집계된 사례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지금 괜찮다, 병상 안 부족하고 사망자도 없다고 말하는데 오늘 집계된 환자 수를 가지고 상황 판단을 하니 뒷북 치고 오판을 하는 것이다. 일주일이나 열흘 뒤 상황을 예측해서 방역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매번 하루살이 방역을 했다”면서 “거리두기 2주, 2주같이 ‘두더지 잡기’식으로 하는 것은 인디언 기우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중교통이나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방역조치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아침저녁 출퇴근길을 보면 지하철에 사람들이 빼곡히 차있다.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비율이 30%정도 되는데 거기서 걸렸을 수 있다”면서 “A라는 사람이 확진을 받았다고 하자. A가 지하철을 타고 회사 출근을 해서 점심을 먹고 카페를 갔다면 보통 역학조사에서는 그 점(장소)을 기점으로 집에서 누구, 회사에서 누구를 접촉했는지 조사를 한다. 하지만 지하철로 이동 중일 때 만난 사람은 추적이 불가능하다. 식당, 주점, 카페, 학원. 학교 모두 감염경로를 측정할 수 있는 점이지만 쇼핑몰이나 대중교통에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다가 지금 4단계는 이전 5단계 거리두기상 2~2.5단계만도 못하다. 예전엔 카페, 노래방 모두 닫았는데 지금은 그런 얘기가 없다. 현재 정부가 ‘개인 간 전파’가 많으니 사람 모이는 거만 막으면 효과가 나타날 거라고 하는데 그 전제가 틀렸다. 지금 확진자들은 모두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건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개인적 거리두기 체계이다. 사람들이 다중이용시설에서 만나는데, 장소가 열려져 있는데 문 열어 놓고 모기 잡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다. 

◇‘비수도권’ 안 막으면 수도권에 부메랑, ‘병상대란’ 위험 커 

또 전문가들은 수도권에 대해서만 방역조치를 강화할 경우 ‘풍선효과’로 인한 영향이 다시 수도권에 미칠 수 있고, 지역의 의료 체계도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비수도권에서의 감염 비율은 늘고 있는 추세다. 이날 0시 기준 확진자 수로만 보더라도 국내 발생 가운데 수도권에서 1009명, 비수도권에서 565명 발생했다. 비율로 보면 수도권 64.1%, 비수도권이 35.9%이다. 1주 전만 하더라도 수도권 확진자 비율이 75% 이상이었지만 충청권, 경남권, 강원, 제주 등 일부 지역에서 환자 증가세가 나타나며 비수도권의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델타 변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의 증가 속도를 잡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보지만, 가장 큰 문제는 비수도권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비수도권은 의료 인프라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힘든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휴가철 풍선효과를 막아야 한다.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휴가철이 끝난 후 수도권에 다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거리두기 단계를 일괄적으로 격상하면 좋겠지만 지자체 반발 등으로 어렵다면 급한 곳부터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꺼번에 올리느냐고 논의하다가 시간만 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풍선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휴가가 몰리는 이달 말, 8월 초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며 “휴가지에서 수도권으로 다시 이동하면 수도권 확진자 수가 더 늘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는데 정상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주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이참에 수도권, 비수도권 관계없이 4단계 거리두기에 동참하면 좋겠다”, “거리두기 격상 효과를 보려면 전 지역에 해야 한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이 제1통제관은 “비수도권 같은 경우 자체적으로 단계 조정을 하고 있으며 사적모임 제한 조치도 시행하고 있다”면서 “또 생활방역위원회 전문가들이 비수도권에 일괄적으로 거리두기 3단계를 적용하는 방안을 건의해 논의를 하고 있다. 논의를 해서 정리가 되면 빠르면 일요일(25일)에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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