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슴덕’ 성지가 될지어다…유튜브 ‘들짐sm’ [K팝을 재창조하는 사람들③]

기사승인 2021-07-26 0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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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슴덕’ 성지가 될지어다…유튜브 ‘들짐sm’ [K팝을 재창조하는 사람들③]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SM 세계관의 이해’ 영상 썸네일. 세세, 네네 제공.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이 채널은 ‘슴덕’(SM엔터테인먼트 팬)의 ‘성지’가 될 것이다. 회사원 세세, 네네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들짐sm’ 이야기다. 1990대 후반 H.O.T., S.E.S. 등 1세대 아이돌 그룹의 음악을 들으며 K팝에 입문한 세세와 네네는 SM엔터테인먼트(SM)가 제작한 콘텐츠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왔다. ‘들짐sm’은 20년 넘게 K팝을 탐닉해온 두 사람의 공력이 돋보이는 채널이다. 뮤직비디오 리액션부터 엑소·NCT·에스파의 세계관을 엮은 ‘SM 세계관의 이해’까지, ‘찐 팬’이 아니라면 제작하기 어려운 콘텐츠들이 보석처럼 빛난다. 세세와 네네는 최근 쿠키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SM은 콘텐츠에 진심인 회사”라며 “앞으로는 SM뿐 아니라 K팝 전반을 다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확히 사랑한다…가장 생산적인 반응이기에”
Q. 유튜브 채널을 연 계기가 궁금하다.

“지난해 3월 발매된 그룹 NCT 127의 ‘영웅’을 듣고 ‘K팝이 이 정도까지 만들어질 수 있나’라며 충격에 빠졌다. 음악부터 뮤직비디오까지 한 마디로 대단했다. 한동안 ‘덕질’을 쉬고 있었는데, 덕분에 다시 K팝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 즈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SM에 입사해보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를 ‘SM 입사기’라는 제목의 예능이나 모큐멘터리로 제작하자며 채널을 개설했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입사 지원은 결국 하지 않았다.(웃음)” (네네)

Q. 콘텐츠는 어떤 방식으로 기획·제작하나.

“둘이서 가볍게 ‘뭐할까?’라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아이템이 많이 나온다. 평소에도 SM이 내는 콘텐츠를 깊이 파고들며 대화하는데, 그래서 채널이 추구하는 방향이나 콘텐츠 스타일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콘텐츠를 공개할 즈음의 시의성과 채널 내 영상 밸런스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어 ‘SM 적성고사’의 경우, ‘SM사보도’(SM 소속 프로듀서의 커리어를 짚은 영상), ‘커퍼티’(SM 소속 가수들의 디스코그래피를 훑은 영상) 등 무게감 있는 콘텐츠를 공개하다가 ‘가벼운 콘텐츠를 해보자’며 기획한 아이템이었다.”

Q. 콘텐츠를 기획하거나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또 가장 견제하는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신형철 문화평론가님이 쓰신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라는 책을 좋아한다. 그 책에서 영감을 받아 유튜브 채널 소개에도 ‘정확히 사랑한다’고 적어뒀다. 뭔가가 좋다고 느낀다면 그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이유를 찾아서 그 지점이 왜 좋은지를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하려 한다. 그게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제작자에게 해줄 수 있는 생산적인 리액션이라고 본다. 비슷한 맥락에서 비판은 하더라도 비난은 하지 않으려고 주의한다. 어떤 근거로 무엇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지 말하는 것은 비판이지만, 그저 지적만 한다면 비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은가.

“슈퍼스타 SM타운(SM 소속 가수가 등장하는 리듬 게임) 게임 방송, SM 주식 매입·매도기를 다룬 브이로그, 엔터 업계 주간 동향 정리 등 콘텐츠 성격과 분야를 더욱 확장해보고 싶다. 나아가 SM뿐 아니라 K팝 전반을 다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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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슴덕’ 성지가 될지어다…유튜브 ‘들짐sm’ [K팝을 재창조하는 사람들③]
‘들짐sm’ 채널에서 가장 인기인 그룹 에스파 ‘넥스트 레벨’ 뮤직비디오 리액션에 달린 공감 댓글들. ‘아버지’는 프로듀서 유영진을 가리킨다. 유튜브 캡처.

“꾸준히 실험적인 SM 행보에 흥미”
정확하게 사랑하기 위한 두 사람의 노력은 ‘슴덕’들을 결집시키는 힘이 됐다. 네네, 세세에게 공감하는 팬들이 많아지면서 SNS에선 ‘들짐sm과 뇌를 공유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Q. 자신을 SMP(SM 뮤직 퍼포먼스)에 입문시킨 곡은 무엇인가.

“그룹 동방신기의 ‘트라이앵글’을 꼽고 싶다. 클래식 선율에서 전자 기타로 전환되는 도입부, 중반에 등장하는 강렬한 밴드 사운드와 샤우팅에 특히 큰 충격을 받았다. 들어본 적 없는 장르의 총 집합,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가사까지…. 당시엔 ‘이게 뭐냐’며 맹렬히 비난했는데, 그만큼 강하게 뇌리에 남았다.”(네네)

“SMP를 장르로 정체화한 곡은 ‘트라이앵글’이라고 생각한다. 충격적인 노래였다. 그래서 그 곡을 좋아하면서도 부인했다. 더 이상 사랑을 부정할 수 없었던 하드코어 SMP는 엑소의 ‘마마’(MAMA)가 아닐까. 그리고 초창기 H.O.T.나 신화 음반도 좋아한다.”(세세)

Q. SM이 만드는 음악, 퍼포먼스, 세계관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꾸준히’ ‘실험적’인 행보 아닐까. 대중음악에서 트렌드 최첨단에 있기 위한 실험적인 행보가 오랜 시간 쌓여왔다. 그 덕분에 함께 시간을 축적한 우리 같은 팬들도 생겼고. 같은 스타일만 답습했다면 오랜 팬들이 지금까지도 관심을 갖긴 어려웠을 거라고 본다.”(네네)

“SM은 주류 K팝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묘하게 인디레이블 같은 고집이 있다. 거대 자본으로 (돈 안 될 것 같은) 특이한 것을 완성도 있게 만들어주니 팬 입장에선 매우 즐겁다. 그래서 우리는 SM을 ‘콘텐츠에 진심인/과몰입한 회사’라고 부른다. 하하.”(세세)

Q. SMCU(SM Culture Universe)를 다룬 ‘SM 세계관의 이해’ 영상은 아이돌 그룹의 세계관을 둘러싼 논의가 얼마나 깊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선 SM 콘텐츠와 함께한 세월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장면을 잘게 나눠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거시적인 관점을 중요하게 여긴다. 만약 지금 A라는 결과가 나왔다면 이 결과를 얻기 위해 그전엔 어떤 움직임이 있었는지, 그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그 시기 그룹들의 특징이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등 큰 관점에서 움직임을 보려 한다.”

Q.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뭔가.

“칼을 뽑은 김에 이수만·유영진·켄지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웃음) 가능한 한 과정이 즐겁도록 노력한다. 제작 과정이 즐거우면 구독자 분들도 재밌게 봐주신다. 대단한 전문성을 가지진 않았더라도, 누구나 들러볼 수 있을 정도로 열려있고, 자유롭게 추억을 이야기하는 뒤뜰 텃밭 같은 공간으로 꾸리고 싶다. 그러려면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할 수 있었으면 하고, 그런 의미에서 SM도 함께 힘을 내주셨으면 좋겠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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