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윤석열, 가두리에 가둬선 안돼” vs 이준석 “멸치와 돌고래 공정하게”

기사승인 2021-08-06 11: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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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윤석열, 가두리에 가둬선 안돼” vs 이준석 “멸치와 돌고래 공정하게”
지난 7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이준석 당 대표와 중진의원들이 연석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제공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큰 물고기가 못자란다” 정진석 의원

“멸치와 돌고래에게 공정하게 대하는 것이 올바른 경선 관리라고 생각”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5선 중진인 정진석 의원이 이준석 대표의 ‘예비후보 전체회의’를 ‘가두리 양식장’이라며 정면으로 비판하자 이 대표는 적반하장이라고 맞받으면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중진의원 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진석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우리 당 대선후보 경선의 주인공은 후보들이다. 당 지도부가 아니다”라며 “당의 대선후보 10여명을 모아 당 지도부가 악수하고 사진 찍고 환담하는 행사가 어제 열렸다. 7월29일 대선 간담회 이후 두 번째다. 어제 행사는 하지 않는 게 나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군소 후보들에게 언론에 노출될 기회를 주고 ‘원 팀’으로서 결속을 다지겠다, 이런 당 지도부의 충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후보들은 푸른 등을 반짝이며 바다를 헤엄치는 고등어처럼 싱싱하게 삶의 현장으로 뛰어야 할 때”라며 “당 지도부가 대선 후보들을 죽 늘어 세워 놓고 함께 서 있는 모습, 3040 후배들이 내게 보내온 카톡 메시지는 냉담하다. ‘잔칫상에 몇번 오르내린 잡채를 먹는 느낌’ ‘구리다’ ‘상상력의 부족이다’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큰 물고기가 나오지 않는다. ‘가두리 양식장’으로는 큰 물고기를 키울 수가 없다. 멸치 고등어 돌고래는 생장 조건이 다르다. 자기가 잘 클 수 있는 곳에서 영양분을 섭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우리 당 후보 가운데는 이미 돌고래로 몸집을 키운 분들이 있다. 체급이 다른 후보들을 다 한데 모아서 식상한 그림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의정생활 하면서 이런 광경을 본 기억이 없다. 후보들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원하는 것이 당 지도부의 역할”이라며 “지금쯤 각 후보들은 저마다 거미줄 같은 스케줄이 있고, 일정을 취소할 수 없는 형편이다. 자꾸 중앙당이 갑자기 부를 일이 아니다. ‘후보자 편의주의’가 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 의원은 또 “대통령제를 제대로 시행하고 있는 나라에서 ‘중앙당’이 후보 경선에 뛰어드는 경우는 없다. 미국에서는 각 당 ‘전국위원회’가 지역 경선을 준비하는 정도다. 당수가 총리를 맡는 내각제와 대통령제는 운영 방식이 다르다”며 “원내대표가 국회를 지휘하는 상황에서 사실 중앙당은 옥상옥일 수 있다. 우리 당 지도부에게 주어진 정당개혁의 첫 번째 과제는 비대한 중앙당을 손보는 일이다. 당 지도부가 필요 이상으로 대선 후보들을 관리하려다가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시켜서는 안된다. 중앙당이 대선 후보 경선의 한 복판에 서는 모습, 이것 역시 ‘올드패션’”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준석 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존경하는 정진석 의원님께 당 밖의 인사를 육우, 당 안의 인사를 한우에 비유했을 때 비유가 과도하다고 지적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라며 “저는 멸치와 돌고래에게 공정하게 대하는 것이 올바른 경선 관리라고 생각합니다. 돌고래 다쳤을 때 때린 사람 혼내주고 약 발라주는 것도 제 역할이고 멸치가 밖에 나가서 맞고 와도 혼내 줄 겁니다”라고 정 의원 지적에 답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후보가 중심에 서야 된다”며 “남들이 9월 말 경선출발론 이야기하고 그럴 때 혼자 8월 경선 출발론 이야기하면서 경선 일정 당기고 후보들이 빨리 활동할 수 있는 공간 만들어 주려고 했던 사람이 누군데 적반하장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작 후보들이 주목받지 못하면 ‘대표는 후보 안 띄우고 뭐하냐’ 할 분들이 지금 와서는 ‘대표만 보이고 후보들이 안보인다’ 이런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그리고 후보들이 중심이 되려면 이회창 총재가 실패했던 것을 반면교사 삼아야지요. 이회창 총재 중심으로 선거 치르던 게 "후보 중심 선거"가 아닙니다. 공정한 경쟁의 틀을 만드는 것이 후보중심 선거이지. 누군가가 그냥 전당대회 때처럼 고민해서 메시지 내고 공약 내면서 달려 나가면 그게 후보에게 이목이 쏠리는 겁니다. 공약 없고, 정책 없고, 메시지 없는 게 3無 선거가 아닙니다. 전당대회 때 룰 관련해서 이야기 한마디도 안하고, 당에서 오라는 이벤트 하나도 안빠지고 다 가고 해도 선거 치르는데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라고 전했다.
juny@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