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군대 얘기? 그게 재밌어?’란 얘기 나왔죠” [쿠키인터뷰①]

기사승인 2021-09-05 06: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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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군대 얘기? 그게 재밌어?’란 얘기 나왔죠” [쿠키인터뷰①]
한준희 감독. 넷플릭스 제공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군대에서 일어나는 부조리와 폭력을 누가 드라마로 보고 싶어 할까. 탈영병을 잡는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D.P.)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D.P.’는 제작된 게 신기한 작품이다. 공개된 지 일주일이 넘도록 ‘오늘 한국의 TOP 10 콘텐츠’ 1위를 지키고 있는 현상도 믿기 힘든 일이다. 과연 지상파, 케이블 채널에선 이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었을까. 생활관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가혹행위를 그대로 방송에 내보낼 수 있었을까.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난 한준희 감독은 지금 같은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역시 많은 대중에게 인기를 끌 콘텐츠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원작 웹툰을 처음 읽었던 순간부터 영상화를 꿈꿨던 작품이었다. 어두운 원작의 톤을 영상화하기 위해 원작자인 김보통 작가와 대본을 써 나갔다. 한준희 감독에게 ‘D.P.’ 공개 이후 소감과 김보통 작가와의 대본 작업, 제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D.P.’가 넷플릭스 인기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공개 전에 이런 결과를 예상하셨나요.

“좋은 반응에 감사해요. 예상하지 못했어요. ‘D.P.’ 같은 종류의 이야기와 장르는 흔히 얘기하는 상업영화의 느낌이 없었거든요. 어떻게 반응해 주실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었어요. ‘D.P.’가 좋은 작품 목록에 오를 수 있게끔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할 일을 완수하자는 목표가 제일 중요했죠. 반응이 안 좋더라도 이렇게 하려고 했어요. 비슷한 결의 작품이 없기도 했으니까요.”

Q. ‘D.P.’가 이렇게 큰 인기를 얻는 이유가 뭘까요.

“‘D.P.’의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는 것 같아요. 작품을 기획할 때 이런 얘기를 했어요. 남자들은 군대에 갔다 왔을 거고, 여성 시청자들은 군대에 안 갔더라도 주변 누군가를 군대에 보낸 경험은 다들 있을 거라고요. 그래서 남성, 여성 관계없이 공감해주신 것 같아요. 보면서 유쾌하기도 했다가, 슬프기도 했다가, 분노하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실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엔 ‘군대 얘기? 그게 재밌어?’란 얘기 나왔죠” [쿠키인터뷰①]
넷플릭스 'D.P.' 촬영 스틸컷

Q. 원작 웹툰이 있는 작품이에요. 언제, 어떻게 영화화를 계획하게 되셨나요.

“처음 원작을 봤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어요. 원작은 날이 서 있는데, 군대가 우리 사회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었고, 그 감정을 좋은 배우, 스태프들과 영상으로 만들어 대중에게 전달해보고 싶었습니다. 원작의 몇 장면들을 보면서 이 장면들을 어떻게 영상에 잘 녹여낼까 생각했어요. 원작에 수통 얘기는 처음 봤을 때 많은 감정을 느끼게 했어요. 그 수통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구현해야 할지 고민했죠. 원작의 특정 장면과 특정 대사들을 영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아껴뒀어요. ‘뭐라도 해야지’처럼 제가 쓴 새로운 대사들도 있습니다. 새 대사는 김보통 작가님과 얘기하면서 만들어나갔어요.”

Q. 드라마와 원작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원작은 드라마보다 더 어둡고 건조해요. 르포 같은 매력이 있는 굉장히 훌륭한 작품이죠. 이 좋은 작품을 영상화하려면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영상 매체의 장점이라고 해야 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살 수 있게끔 이야기를 잘 가지고 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거기에 작품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김보통 작가님과 같이 빚어야겠다고 생각했죠.”

Q. 김보통 작가님과 같이 대본을 쓰셨어요. 작업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서로 주고받는 과정을 많이 했어요. 작가님도, 저도 성실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거든요. 작가님이 대화하듯이 대사를 주시면 제가 좋은 걸 취해서 스크린플레이 하는 식이었죠. 제가 드린 걸 작가님이 보시고 디테일과 고증을 챙겨주시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처음엔 ‘군대 얘기? 그게 재밌어?’란 얘기 나왔죠” [쿠키인터뷰①]
넷플릭스 'D.P.' 포스터

Q. ‘D.P.’ 오프닝 타이틀만 보고도 눈물이 났다는 반응을 봤습니다.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기획한 이유가 있을까요.

“오프닝을 어떻게 매력적이게 할까 고민했어요. ‘오프닝이 하나의 작품처럼 보였으면 좋겠다’, ‘시청자들이 한 번도 스킵하지 않는 오프닝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얘기하다가 편집기사님이 주신 아이템이에요. 태어난 직후 아기 때부터 군대에 가는 청년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싶었죠.”

Q. 프라이머리가 음악 감독으로 참여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적인 이야기에 팝 음악이 흐르는 것도 기억에 남는데 원하는 콘셉트가 있으셨나요.

“프라이머리님은 작품이 런칭하고 바로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어요. ‘D.P’가 2014~2015년 이야기예요. 지금으로부터 얼마 안 된 시기잖아요. 근데 지금과 다른 변화들이 느껴졌으면 좋겠다 싶은 시기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예전 영화 같은 사운드 디자인으로 시대의 차이를 두고 싶었어요. 그런 종류의 음악을 구현하고 싶어서 서로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Q. 이전까지 영화 작업을 하시다가, ‘D.P.’를 통해 원작이 있는 시리즈물을 넷플릭스와 작업하는 건 감독님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달랐고 인상적이었나요.

“어떤 플랫폼이나 어떤 매체가 좋다, 나쁘다고 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각자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 것 같아요. 다만 ‘D.P.’는 장편 상업영화나 지상파 드라마가 아닌 넷플릭스에서만 할 수 있는 드라마가 맞는 것 같아요. 처음엔 ‘군대 얘기 아냐? 그게 재밌어?’라는 식의 이야기가 있었던 아이템인 건 사실이거든요. 많은 분들이 재밌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가져갔을 때 그 가치를 알아보고 흔쾌히 같이 해줄 수 있는 파트너가 넷플릭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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