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고구말] 이번엔 치매 발언…윤석열 최대 리스크는 ‘입’

尹, 청약 발언 해명 위해 “주택 청약 모르면 치매환자”

기사승인 2021-10-02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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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여의도고구말] 이번엔 치매 발언…윤석열 최대 리스크는 ‘입’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연합뉴스

[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연일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노동과 약자를 경시한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대선주자로서의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걸 모르면 거의 치매환자”

윤 후보는 최근 치매 환자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9일 유튜브 ‘석열이형TV’ 영상에 출연해 “주택청약 통장은 모를 수가 없다”며 “그걸 모르면 거의 치매환자”라고 언급하면서다.

이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토론에서 “집이 없어 주택청약 통장을 만들어보지 못했다”는 발언을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명 과정에서 나온 표현이 문제가 됐다. 실제 치매를 앓는 환자들을 폄훼하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윤석열 캠프 측은 지난 30일 고개 숙였다. 낮 1시경 사과문을 올렸다. 언론에 보도가 돼 논란이 된 지 3시간 만에 이뤄진 조치다. 영상도 삭제했다. 윤석열 캠프 측은 이날 기자들에게 “윤 후보가 29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주택청약 이야기를 하면서 ‘치매환자’라는 표현을 썼다”며 “경위야 어떻든 적절한 비유가 아니었다는 후보의 입장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택청약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다는 것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말이지만, 해당 발언으로 불편함을 느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후보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인문학은 대학원 공부할 필요 없어”

윤 후보의 ‘입’은 지난 13일에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이날 안동대학교 대학생들과 청년 일자리를 주제로 간담회에서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지금 기업은 기술력으로 먹고산다”며 “사람이 이렇게 손발 노동으로, 그렇게 해 가지곤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그건 이제 인도도 안 한다.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지 자체는 노동집약 산업보다 기술이 중심이 돼 부가가치가 큰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지만, 그가 표현한 ‘손발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타 국가에 대한 멸시가 담겨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단순 육체노동에 대한 폄훼 발언을 함으로써 부적절한 노동관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인문학을 낮춰 보는 듯한 취지의 발언도 있었다. 윤 후보는 “공학, 자연과학 분야가 취업하기 좋고 일자리 찾는데 굉장히 필요하다”며 “인문학이라는 것은 공학이나 자연과학 분야를 공부하며 병행해도 되는 것이며 많은 학생들이 대학 4년과 대학원까지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쓴소리가 쏟아졌다. 

윤 후보는 과거에도 ‘주 120시간 근무’와 ‘부정식품’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외에도 ‘남녀 교제를 막는 페미니즘 발언’, ‘후쿠시마 원전 발언’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다만 윤 후보 측은 비하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1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캠프 차원에서 대처 방안을 논의한 적은 없다. 비하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은 아니다”라면서도 “앞으로는 유사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윤 후보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의도고구말] 이번엔 치매 발언…윤석열 최대 리스크는 ‘입’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후보(왼쪽),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후보(오른쪽)

與 “말의 품격 갖추라” 野 “이쯤되면 실수가 아니라 후보 가치관”

여권에서는 윤 후보의 잇따른 말실수를 겨냥한 공세가 쏟아졌다. 홍서윤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은 지난 30일 서면 논평을 내고 “윤 후보는 말의 품격을 갖추시라”며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공감했다면 면피용으로 이런 발언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병원 최고위원 역시 페이스북에 “윤석열의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고, 윤석열의 혀는 국민을 베는 칼”이라며 “윤 후보의 실언은 실언이 아니다. 처참하고 황폐한 윤석열 철학의 증거”라고 비판했다.

당내 대선주자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왔다. 홍준표 국민의힘 후보는 1일 한국노총 간담회를 마친 뒤 “어제오늘 얘기도 아니고 매일매일 한 건씩 나오는 판”이라며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유승민캠프 권성주 대변인은 지난 30일 “이쯤되면 이건 후보의 실수가 아니라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후보의 가치관 때문이고 서민과 약자의 애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기득권 인식 때문”이라며 “이건 참모들에게 단기 집중과외를 받는다고 해서 개선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실언 리스크를 방지할 만한 당 차원의 사전 관리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잦은 말실수가 차기 대선후보로서 자질·준비 부족을 드러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1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는 기존 정치인이 아니라 끼어든 후발주자다. 문제가 될지 예상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문제가 된다”라며 “특유의 직설화법이 문제다. 특단 조치가 없으면 설화 때문에 낙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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