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는 왜 월드컵을 격년제로 바꾸려 할까

김찬홍 / 기사승인 : 2021-10-21 0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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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은 지상 최대의 축제라고 불릴 만큼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받는다. 1930년 우루과이 대회로 시작한 월드컵은 다음해 카타르에서 22번째 대회가 개최된다. 이후 2026년에는 캐나다·멕시코·미국에서 북중미 월드컵이 열릴 예정이다.

이 가운데 FIFA는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 감독이 이끄는 글로벌축구발전팀을 앞세워 현재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 개최 주기를 2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월드컵 격년개최의 타당성에 대한 내부검토와 설문조사에 착수한 것을 시작으로 월드컵 격년제를 추진하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우승한 프랑스.   EPA 연합
◆ FIFA는 왜?

세계적인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대부분 4년 주기로 개최된다. 올림픽을 비롯해 유럽축구선수권(EURO), 아시안게임을 비롯한 수많은 스포츠 대형 이벤트 등은 대다수 4년 주기로 열린다. FIFA는 약 100년 가까이 유지되어 온 월드컵의 기반을 뒤흔들 수 있는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FIFA는 월드컵을 자주 열어 팬들이 즐길 기회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월드컵 격년제 시행 구체적인 안은 다음과 같다.

먼저 월드컵 전에 열리는 월드컵 진출 예선전의 일정을 변경한다. 현재 분산되어 개최되는 A매치 일정을 3월과 10월로 나눠서 진행할 예정이다. 10월에는 17일 동안 A매치 기간을 지정해 4경기를 우선 소화하고 이듬해 3월 남은 3경기를 추가적으로 치른다는 안이다.

이는 현재 최대 2년 가까이 소요되는 월드컵 지역 예선을 최대 2개월로 대폭 축소한다는 파격적인 계획이다. 여기에 2026년 월드컵부터 본선 진출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지역 예선의 조별리그를 기존 6개 팀에서 4개 팀까지 축소할 수 있고, 따라서 국가별 경기 수가 최대 7경기를 넘지 않게 짤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를 통해 월드컵을 4년까지 기다리지 않고 2년 단위로 치른다는 구상을 그리고 있다.

벵거 전 감독은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축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할 필요가 있고, 그 도박에 뛰어들 준비가 됐다”라며 “지금 축구 일정들은 명확하거나, 간결하고 현대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벵거 감독은 선수들의 계속된 이동으로 인한 체력 저하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벵거 감독은 “선수들을 괴롭히는 것은 반복되는 이동과 시차다. 월드컵 예선 기간을 줄인다면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구단이 온전히 시즌에 집중할 수 있고 선수들 역시 시즌 내내 출전할 수 있다. 경기 수는 늘지 않고 휴식 기간이 늘어난다. 격년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구체적인 콘셉트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축구 약소국에게도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며 월드컵 격년제를 주장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우리의 임무는 진정한 의미에서 글로벌한 경기를 하기 위해 축구계를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하는 것”이라며 “FIFA 회장은 211개 국가와 지역의 회장이며, 이 모든 나라들이 꿈을 꿀 권리가 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룰 상황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FIFA가 월드컵 격년제를 추진하는 것은 막대한 수익 추구가 주된 이유라고 지적한다. FIFA가 월드컵으로 버는 돈은 막대하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FIFA가 2018 러시아 월드컵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무려 46억달러(한화 약 5조 4210억원)에 달한다. 메가 스포츠 대회인 월드컵을 2년씩 개최한다면 FIFA의 수입은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AP통신은 “월드컵이 2년마다 열리면 같은 기간 대비 FIFA의 수익도 두 배로 뛸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호주 등 개최 희망 국가들을 위해 FIFA가 주기 조정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과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등은 FIFA의 월드컵 격년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가운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지난달 FIFA 회원국 협회와 FIFA 평의회 위원이 참석하는 온라인 서밋 회의에 참석해 “월드컵 격년제를 포함한 경기 일정의 변화는 더 많은 사람이 축구를 즐기고 선수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알렉산더 세페린 UEFA 회장.   AP 연합
◆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

FIFA의 월드컵 격년제 추진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거세다.

가장 반대 의사를 표출하고 있는 곳은 유럽축구연맹(UEFA)이다. UEFA는 지난달 23일 성명문을 발표하며 FIFA가 월드컵을 2년마다 개최하는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을 중단하고 국제 경기 일정의 변경 사항을 놓고 '진정한 협의'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UEFA는 9가지의 문제를 포함하고 4가지의 실제 위험성을 근거로 FIFA의 계획에 강력히 반발했다.
 
UEFA가 FIFA의 계획에 반대하는 가장 큰 큰거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월드컵의 가치다. 4년마다 개최하는 월드컵이 2년마다 개최하게 되면 가치와 위상이 하락될 것이라는 우려다.

알렉산더 세페린 UEFA 회장은 “보석의 가치는 희귀성에 있다. 월드컵이 2년마다 열리면 권위가 약해지고 가치는 희석될 것”이라며 “FIFA의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월드컵을 평범한 행사로 바뀌도록 할 수 없다. 2년 개최는 월드컵의 역사적·전통적 가치를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두 번째는 선수들의 부상 우려다. 이미 지나치게 많은 경기를 소화하는 선수들이 격년제로 월드컵마저 출전할 경우 부상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UEFA 역시 월드컵이 격년제로 진행될 경우 수익 감소가 예상돼 FIFA에 반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UEFA는 현재 4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EURO와 매년 진행되는 네이션스리그가 있다. 월드컵이 격년제로 진행되면 UEFA의 대회 일정이 겹쳐버려 제대로 대회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도 월드컵 격년제가 정착될 경우 보이콧 대응을 예고했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공식 성명을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축구대회를 왜곡시키면 안 된다. 월드컵 개최 주기 단축과 관련해, 돈이 아닌 스포츠로 정당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국제축구연맹(FIFA)의 월드컵 격년 개최를 우려했다. 글로벌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IOC는 월드컵을 2년마다 개최하려고 하는 FIFA의 플랜을 지켜보면서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FIFA가 월드컵을 격년제로 개최하려는 논의에 간섭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최근 회의에서 이의가 생겼다”고 보도했다. IOC는 다른 종목의 세계 대회에 영향을 끼치고 선수단이 부담을 느끼게 되며, 여자 축구 발전에 소홀해질 것이라는 등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레알 마드리드의 루카 모드리치.   로이터 연합
전·현직 선수 및 코칭 스태프들도 대다수 반대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2018년 발롱도르 수상자 루카 모드리치는 “2년마다 월드컵이 열리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4년을 기다리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다”라며 “그들은 선수들에게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2년마다 월드컵을 보고 싶지 않다”고 소신을 밝혔다. 벨기에 대표팀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도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경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로봇이 아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파울로 말디니 AC 밀란 테크니컬 디렉터는 “스포츠인으로서 FIFA가 이 잘못된 프로젝트를 포기하는 걸 기대하고 있다. 그들의 계획은 매우 민감한 시기에 대회를 열어 선수들의 정신과 육체적 건강, 그리고 각국 리그의 미래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마드리드 감독,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 율리안 니겔스만,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가감독 역시 월드컵 격년제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AP 연합
◆ 앞으로 FIFA는?

수많은 반대 의견이 많음에도 FIFA는 월드컵 격년제를 계속 추진해 나갈 전망이다.

먼저 많은 팬들의 의견을 등에 업었다. FIFA는 지난달 홈페이지를 통해 전 세계 축구 팬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독일스포츠 연구기업 IRIS와 여론조사 업체 YouGov 등이 지난 7월 23개국 2만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1만5008명 중 55%(8234명)가 월드컵이 더 자주 열리길 원한다고 답했다.

발표에 따르면 1년 주기는 11%, 2년 주기는 30%, 3년 주기는 14%였다. 응답자 중 45%는 월드컵이 현재 4년 주기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FIFA는 이 설문조사를 근거로 “다수의 축구 팬이 월드컵이 자주 열리기를 원한다"며 "이중 대다수가 격년제를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FIFA는 월드컵 격년제로 인한 체력 문제는 오히려 기존보다 적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거리 원정을 줄이고, 토너먼트를 마친 뒤 최소 25일의 휴식을 보장하면 된다며 일각의 우려를 반박했다.

이밖에 FIFA는 월드컵을 2년마다 열면 수익이 늘어나는 만큽 FIFA 지원에 의존하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그리고 남미에 보다 많은 지원을 분배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5~2026년 여름마다 월드컵과 유럽축구선수권대회 같은 대륙별 토너먼트가 번갈아 열린다면 일정 문제도 없다는 입장이다.

FIFA는 이달 20일과 22일 이틀에 걸쳐 전 세계 모든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들과 2024년 이후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온라인 화상회의를 갖는다. FIFA는 이번 화상회의를 통해 A매치, 월드컵 개최 빈도 등 주요 이슈를 다루면서 관계자들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