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마이신 사먹으면 돼~’ 비대면 진료를 보수적으로 보는 이유

유수인 / 기사승인 : 2021-10-28 06: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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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얼마 전 눈에 다래끼가 났다. 안과에 갈 시간이 없어서 자연치유를 기대해봤지만 염증이 심해지는 바람에 결국 째야만 했다. 엄마는 혀끝을 차며 “약국 가서 마이신 사먹으면 됐잖아~”라고 하셨다. 

어르신들이 소위 말하는 ‘마이신’은 항생제를 일컫는다. 항생제 이름이 대개 ‘OOO마이신’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라고 한다. 내가 어렸을 때, 그러니까 2000년에 시행된 의약분업 이전에는 약국에서 자유롭게 항생제를 구입할 수 있었다. 실제로 다래끼가 났거나 귀를 뚫고 난 후 염증이 올라오기 시작했을 때 약국에서 이 ‘마이신’을 사먹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의사의 진료와 처방 없이 항생제를 구매할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모른다. 또 가벼운 질환 정도는 본인의 진단 하에 약국에서 약을 사먹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코로나19로 한시적 허용된 비대면 진료에서 환자들이 대뜸 ‘항생제’를 달라고 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고 한다. 얼마 전 진행된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들이 잇따라 제기됐는데, 마약류만큼이나 항생제 오‧남용 문제가 심각했던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많은 환자들이 자가 진단 후 포털에 검색해서 항생제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린다고 한다. 의사가 안 된다고 하면 처방 받을 때까지 닥터쇼핑을 한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세 번째로 항생제 사용량이 많은 국가이고, 내성 등 부작용 문제도 심각해 항생제 사용을 줄여야 하는데 ‘만능약’처럼 여기다보니 고충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가 눈에 보기엔 좋아 보이고 혁명이라고 생각해볼 순 있겠지만 진료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외국은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보는 경우가 없는데 우리는 인터넷 쇼핑몰처럼 혼자 진단하고 약을 검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의 이점은 분명히 있다. 편리함도 장점 중 하나다. 하지만 이 편리함 때문에 의약품이 오‧남용되고 자가 진단 하에 단순 경증 질환으로 넘겨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의료계는 ‘대면 진찰’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원격진료 시행 및 활성화를 반대해왔고, 지금도 비대면 진료를 보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 밥그릇 싸움인가, 왜 반대를 할까, 환자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의료계가 우려한 상황들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전환을 앞두고 의료계는 물론 정부, 산업계, 그리고 국민들 사이에서도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진료를 그대로 유지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당연히 환자 건강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겠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부작용들을 초래하면서까지 비대면 진료를 하는 것이 더 이득인지는 좀 더 신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