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디아블로2’, ‘아재’도 컴퓨터 앞에 모였다

문대찬 / 기사승인 : 2021-10-28 06: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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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2 : 레저렉션'.   블리자드 제공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블리자드의 ‘디아블로2 : 레저렉션(이하 디아2 레저렉션)’이 3040 게이머 사이에서 뜨거운 애정을 받고 있다. 21년 전 국내에 불었던 ‘디아블로2’ 열풍이 재현되는 모양새다.

‘디아블로2’는 2000년 6월 국내에 출시돼 ‘국민 게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전 세계적으로 75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는데, 이 가운데 300만장 이상이 국내에서 팔렸을 정도다.

특유의 어두운 스토리와 칙칙한 그래픽, 당시로선 신선하게 다가왔던 ‘핵 앤 슬래시(다수의 적과 전투하는 방식)’ 장르가 주는 매력에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홀린 듯 PC방으로 모이곤 했다.

지난 9월 24일 공개 된 ‘디아2 레저렉션’은 ‘디아블로2’와 그 확장팩 ‘파괴의 군주’를 포함한 리마스터 버전이다. 원작 본연의 게임성은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편의성을 보다 개선하고, 그래픽과 소리를 현 PC 환경에 맞게 새로 작업해 내놓은 게임이다. 쉽게 말해 껍데기만 바뀐 셈인데, ‘디아2 레저렉션’은 ‘배틀그라운드’, ‘피파온라인4’ 등 쟁쟁한 게임을 제치고 27일 기준 PC방 점유율 9.25%(게임트릭스 집계)로 2위에 올라있다. 불안한 서버 탓도 있지만, 몰려드는 접속자로 인해 인기 게임에서나 볼 법한 접속 대기열도 생길 정도니 그 인기가 가늠이 된다.
4X10 인벤토리. '디아블로2 : 레저렉션'은 그 시절 불편함도 그대로 가져왔다.   강한결 기자


‘디아2 레저렉션’ 열풍의 중심에는 3040 남성들이 있다. 학창시절, ‘메피스토’를 잡기 위해 PC방에 삼삼오오 모였던 이들이 어엿한 직장인, 남편 혹은 아버지가 되어 컴퓨터 앞에 앉은 것이다. 

최근 ‘디아블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는 “와이프가 1시까지만 하고 자라고 했는데 서버가 먹통이다”, “드디어 애를 재웠다. 바로 시작한다” 등 ‘웃픈(웃기고 슬픈)’ 사연들로 가득하다. 파티를 모집하는 게시판에는 평일 하루에만 6000여 건에 달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한 차례 끝장을 봤던 게임을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 다시 찾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향수다. 과거 ‘디아블로2’를 하면서 느꼈던 즐거움과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서다.

‘디아2 레저렉션’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전 모(41)씨는 “어렸을 때 생각이 많이 난다. 그 때 PC방은 리니지와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삼국지였다”며 “개인적으로 디아블로2는 정말 재미있게 했던 게임이라 애정이 더 간다. 친구 두어 명과 레저렉션을 하는데 그 때 생각도 나고 참 좋다”고 말했다.

최신작에서 볼 수 있는 과도한 결제 시스템에 피로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한 게이머도 있었다.

조 모(30)씨는 “요즘에는 과금을 안 하면 게임을 할 수 없지 않나. 디아블로는 노력만 하면 된다. 과금을 하지 않고도 이 정도의 재미를 주는 게임은 지금도 찾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같은 게임이지만, ‘디아블로2’를 하는 재미가 과거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얘기도 나왔다.

신 모(31)씨는 “예전에는 PC방에 있는 형들한테 어려운 건 물어가면서 게임을 하는 식이었다”며 “지금은 유튜브나 인터넷에 정보 정리가 잘 돼 있어서 과거엔 미처 몰랐던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어릴 때는 어렵다고 생각했던 게 나이가 드니 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디아블로2’를 처음 접한 ‘디린이(디아블로와 어린이를 합친 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거 열풍에 몸을 싣지 못한 30대부터, ‘디아블로’보다는 ‘LoL’이 익숙한 10대와 20대까지 다양하다.  

불안정한 서버에다가 유저까지 몰려 접속 대기열이 생긴 현상.   문대찬 기자


한편 업계는 ‘디아2 레저렉션’이 장기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버 접속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디아2 레저렉션’은 발매 초기부터 불안정한 서버 환경으로 유저들의 원성을 받아왔다. 기약 없는 대기열로 오랜 시간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거나, 콘솔로 게임을 구매한 이용자들은 로그인 대기열 패치 누락으로 게임을 이용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공을 들여 키우고 수집한 캐릭터와 아이템이 하루아침에 증발하는 현상도 여전하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디아2 레저렉션의 흥행은 최근 위기에 빠진 블리자드로선 반가운 소식이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에 이어 인기 IP(지식재산권)의 덕을 제대로 봤다”면서도 “서버 관련 문제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유저들의 피로도가 올라간 상황이다. 이러다간 유저 이탈이 가속화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블리자드는 관련 이슈를 인지하고 해결 작업에 돌입했다. 블리자드 관계자는 “서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선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현재 개발팀에서는 블리자드 내 여러 부서와 함께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좋은 게임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