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암 환자는 시간이 생명… 암종불문 항암제, 신속한 환자 접근성 마련 절실”

이영수 / 기사승인 : 2021-11-29 08: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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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의사를 만나다]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강진형 교수님 인터뷰
‘NTRK 유전자 융합 양성 종양 환자’ 암종불문 항암제로 79%의 높은 반응률 확인
NTRK 유전자 융합 보유 환자, 암종불문 항암제(라로트렉티닙) 복용 후 병소 크게 감소
약물반응지속기간 중앙값 4년 이상, 신뢰가는 안전성 프로파일 확인

강진형 교수는 “우리나라는 식약처와 심평원이 각각 허가와 급여를 관리하고 있어 시판 허가부터 보험급여 사이 기간에는 경제적으로 또는 제도적으로 암 환자들이 항암제에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현실을 얘기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라로트렉티닙은 식약처에서 시판 허가가 된 약이다. 그러나 아직은 심사평가원 건강보험급여 전 단계라서 급여가 되지 않는다… 적절한 치료 옵션이 없는 말기암 환자들은 매우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항암제에 대한 신속한 접근성 향상이 중요하다. 희귀 난치암 환자들을 위한 행정 프로세스의 획기적인 개선을 통해 하루 빨리 시판허가와 보험급여 사이의 빈 공간이 채워지기를 간절하게 기대해본다.”

바쁜 진료 중 짬을 내 외래 진료실에서 인터뷰를 흔쾌히 응해준 강진형(사진)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의 첫 일성이다. 강 교수는 인터뷰 내내 암 환자들이 최신 항암제를 신속하게 접할 수 있게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는 행정 과정을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강조했다.

강 교수는 앞으로 유전체 검사가 보편화될 것이고 보험급여권에 들어오기 전단계에서 암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표적치료제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날 대표적인 예로 NTRK 유전자 융합을 바이오마커로 한 암종불문 항암제 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다음은 강진형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교수님께서 NTRK 유전자 융합을 바이오마커로 한 암종불문 항암제 치료 경험이 있는가? 있다면 상세설명 부탁드린다.

-61세 남성 A씨는 지난해 1월 침샘암의 일종인 부침샘암 침샘 상피세포암을 진단받아 광범위한 절제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는 국소 방사선치료로 재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4개월 후 왼쪽 경부 림프절 재발로 경부 림프절 곽청술을 진행했다. 그리고 올해 4월 가슴 CT스캔에서 종격동, 폐, 흉막에 전이된 것을 확인했다. 조직검사, 기존 치료 패턴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며 환자에게 필요한 새로운 치료 옵션을 찾기 위해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를 진행했다. 그 결과, NTRK3 유전자 융합 변이를 확인했고 현재 암종불문 항암제인 라로트렉티닙을 복용 중이다.

Q. 해당 환자가 진단받은 침샘암은 어떤 암인가?

-침샘암은 국내 발생율이 0.2% 정도로 극히 미미한 희귀암이다. 희귀암은 침샘암처럼 발생 빈도가 낮은 암을 지칭하기도 하고, 폐암처럼 발생빈도가 높은 암종인데도 분자유전학적으로 세분화되어 희귀 유전자를 가진 희귀암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해당 환자는 침샘암 환자 중에서도 더 드물게 나타나는 분비성 침샘암 환자였다.

Q. 해당 환자에게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검사를 시행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NGS검사는 많은 유전자(유전체라고 함)에서 다양한 형태의 변이를 확인하는 분석법이다. 역전사 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형광동소보합법(FISH) 등 여러 검사를 통해 NTRK 유전자 융합을 검출해낼 수 있으나, 현재로서는 NTRK 유전자의 재배열 변이를 검출하는데 있어 가장 안정적이고 재현성 있는 방법이 NGS검사다. 

환자가 처음 병원을 방문했을 당시, NTRK 유전자 융합 유무를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전에 진행했던 병리조직검사, 치료방법, 재발 패턴 등을 자세히 검토했는데, 분비형 타입의 조직형에서는 NTRK라는 매우 희귀한 유전자 변이가 있을 수 있고 전이 단계에서는 기존의 항암치료가 잘 듣지 않아 환자에게 NGS검사를 추천했다. NTRK 유전자 융합이 100%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 검사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 다른 치료 옵션을 찾기 위해 진행한 것이었다. 그 결과, 예상치 못한 NTRK3 유전자 융합을 확인할 수 있었다.

Q. 해당 환자에게 NTRK 유전자 융합이 발견됐다고 하셨는데 그 유전자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린다.

-NTRK 유전자는 신경계 분화를 유도하는 기능을 가진 유전자이며, 이 유전자가 증폭되어 재배열하는 과정에서 유전자 일부가 특정 부위에서 끊어지고 다른 염색체 유전자와 융합이 되어 암을 발생하도록 만든다.  

NTRK 유전자 변이는 매우 희귀하지만, 특정 암에서만 나타나지 않고 매우 다양한 부위의 암종에서 나타난다. 성인에서는 주로 분비성 침샘암, 분비성 유방암, 악성 흑색종, 갑상선암 등에서 나타나고 결장암, 폐암 등의 암에서도 극소수로 나타난다. 실제로 며칠 전 폐암 환자 한 분이 NTRK 유전자 변이를 발견하고 타 병원에서 서울성모병원으로 전원했다. 폐암에서 NTRK 유전자 변이가 발견될 확률은 0.1-0.2%로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

NTRK 유전자 융합은 소아에서도 나타나는데, 주로 분비성 유방암, 영아섬유육종 등에서 나타난다.

Q, NTRK 유전자 융합은 다양한 암종에서 나타난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NTRK 유전자 융합을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는 무엇인지?

-앞서 얘기했듯이 NTRK 유전자 융합은 한 암종이 아닌 다양한 암종에서 나타난다. 현재까지의 개념은 한 암종에서만 적용되는 치료제를 사용했다. 하지만 암이 발생하는 장기와는 상관없이 동일한 유전자 변이가 있다면 (암종에 상관없이) 치료가 가능한 항암제가 바로 ‘암종불문 항암제’다. NTRK 유전자 융합은 암종불문 항암제의 첫 번째 사례로, (희귀암이기 때문에 임상시험 대상자가 많지 않았으나) 외국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고무적인 결과가 보고되어 치료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강진형 교수는 “앞으로 유전체 검사가 보편화될 것이고 보험급여권에 들어오기 전단계에서 암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표적치료제가 늘어날 것이다. 희귀 난치암 환자들을 위한 행정 프로세스의 획기적인 개선을 통해 하루 빨리 시판허가와 보험급여 사이의 빈 공간이 채워지기를 간절하게 기대해본다”고 희망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Q. 해당 환자는 NTRK 유전자 융합 발견 후 바로 라로트렉티닙(암종불문 항암제)으로 치료를 시작했는가? 치료 후 현재 경과, 전신 상태는 어떠한지 궁금하다.


-현재 해당 환자는 NTRK 유전자 융합을 타깃으로 한 암종불문 항암제인 ‘라로트렉티닙’을 복용 중이다. 지난 8월 중순부터 투여를 시작했고 약 1개월 조금 넘은 후인 9월 말경 폐 CT스캔을 촬영했을 때, 양쪽 폐전이 병소들이 크게 줄었음을 확인하였다. 아직 남아 있지만 종양의 크기가 줄어든 사진을 보면 어떤 부분이 암이 전이된 곳인지 알 수 있다.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다시 폐 CT스캔을 찍어 경과를 관찰할 예정인데, 다른 부분도 더 줄어들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라로트렉티닙은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약인가?

-모든 표적치료제가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로트렉티닙은 상당기간 동안 항암효능이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진행 생존기간, 약물치료 기간 중앙값이 4년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Q. 라로트렉티닙의 임상연구 결과도 궁금하다. 임상 결과를 기반으로 임상적 유용성과 안전성 프로프일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린다.

-라로트렉티닙은 다양한 암종의 NTRK 유전자 융합 양성 환자에서 79%의 객관적 반응률(완전 반응률 16%,  부분 반응률 63%)을 확인했다. 완전 반응률은 약제를 사용하고 가장 최고의 효과가 있을 때, 사진을 찍으면 암의 영상적 증거를 찾을 수 없는 소멸 상태를 말하고, 부분 반응률은 종양의 크기가 50% 이상 줄었을 때를 말한다. 이 두가지를 합쳐서 객관적 반응률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79%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NEJM과 Lancet에 발표된 임상연구에 따르면, 라로트렉티닙은 약물이상반응을 거의 유발하지 않았다. 또한, 약물이 중추신경계로 잘 침투되어 CNS 전이가 있는 환자에서도 기대 이상의 높은 종양반응이 관찰되었다. 약물이상반응은 대개 1~2등급 정도의 경미한 반응이었고, 3등급은 5% 내외로 약물복용을 중단할 만한 심각한 부작용은 거의 없어 안전성 측면에서도 신뢰가 간다. 

Q. 암종불문 항암제의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라로트렉티닙은 식약처에서 시판 허가가 된 약이다. 그러나 아직은 심사평가원 건강보험급여 전 단계라서 급여가 되지 않는다. 미국은 FDA에서 시판 허가가 되면 바로 보험급여가 이루어지지만 우리나라는 식약처와 심평원이 각각 허가와 급여를 관리하고 있어 상황이 크게 다르다. 이런 이유로 시판 허가부터 보험급여 사이 기간에는 경제적으로 또는 제도적으로 암 환자들이 항암제에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물론 응급프로세스나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이 존재하지만 여러 관련 규제기관의 검토, 허가, 승인을 받아야 하는 행정적인 문제 때문에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혁신 신약의 허가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치료 옵션이 없는 말기암 환자들은 매우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항암제에 대한 신속한 접근성 향상이 중요하다. 앞으로 유전체 검사가 보편화될 것이고 보험급여권에 들어오기 전단계에서 암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표적치료제가 늘어날 것이다. 희귀 난치암 환자들을 위한 행정 프로세스의 획기적인 개선을 통해 하루 빨리 시판허가와 보험급여 사이의 빈 공간이 채워지기를 간절하게 기대해본다.

환자분들께서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홈페이지에서 임상시험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강진형 교수는 “우리나라는 식약처와 심평원이 각각 허가와 급여를 관리하고 있어 시판 허가부터 보험급여 사이 기간에는 경제적으로 또는 제도적으로 암 환자들이 항암제에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현실을 얘기했다.

강진형 교수는 “앞으로 유전체 검사가 보편화될 것이고 보험급여권에 들어오기 전단계에서 암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표적치료제가 늘어날 것이다. 희귀 난치암 환자들을 위한 행정 프로세스의 획기적인 개선을 통해 하루 빨리 시판허가와 보험급여 사이의 빈 공간이 채워지기를 간절하게 기대해본다”고 희망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