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김현주 “걱정 많던 도전, 이젠 확신 생겼어요” [쿠키인터뷰]

김예슬 / 기사승인 : 2021-12-03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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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현주.   넷플릭스 제공.

“좋아서 화가 날 정도였다니까요!” 

배우 김현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감독 연상호)에 대해 묻자 반색하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로 데뷔 25년 차. 베테랑 배우인 그에게도 ‘지옥’은 신선하고 새로웠다. 처음으로 액션에 도전했고, 크로마키 배경 앞에서 CG(컴퓨터 그래픽)를 상상하며 연기했다. 그의 내면을 가득 채우던 물음표는 느낌표가 되어 돌아왔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후련해 보였다. “감독님에게 해보겠다고 하던 그 순간이 새삼 고마울 정도예요.” 그는 연신 행복하게 웃었다.

로맨스, 가족극, 장르물 등 다양한 장르를 경험한 김현주에게도 괴생명체가 나오는 크리처 물은 처음이다. 연상호 감독에게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땐 고민이 컸다. “이 작품에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스스로 묻고 또 물었다”던 그는 이내 대본에 빠져들었다. 웹툰이 담고 있는 심도 깊은 이야기와 실감나는 묘사를 보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샘솟았다. ‘이게 될까?’ 품고 있던 의구심엔 점차 확신이 실렸다. 

“모르는 걸 배워가며 임한 현장이에요. 모든 순간이 설레더라고요. 글로벌 플랫폼이어서 오히려 더 자유로웠어요. 저를 모르는 사람들이 선입견 없이 제 연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어요. 제게 기대감이 없을 테니 연기하면서도 마음이 편안했죠. 사실, 인기가 전혀 실감 나지 않았거든요? 근데 오랜 지인들이 갑자기 사인 요청을 하는 거예요. 화제가 되긴 했구나 싶었어요. 하하.”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 스틸 컷.   넷플릭스 제공.

김현주가 연기한 변호사 민혜진은 ‘지옥’에서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인물이다. 무력한 상황에 놓여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의를 찾아간다. 김현주는 민혜진을 “강인하지 않아 더욱 애쓰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극 중 민혜진은 생지옥이 된 사회에서 인간을 위해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고군분투를 이어간다. 1회부터 6회까지 빼곡히 등장하는 전·후반의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김현주는 배역 준비에만 세 달 가까이 쏟아부었다. 무술 기본기부터 익히고 액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갔다. 크로마키 배경 앞에서 상상력을 발휘해 연기도 해봤다.

“생소한 것들이 많았어요. 실존하지 않는 생명체를 상상만으로 구현해야 하는 거잖아요. 사전에 이미지를 봤지만 어려운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지옥 사자(使者)를 마주했을 때 리액션이 부자연스럽게 보일까봐 고민되더라고요. 상대 배우와 나눴던 감정 교류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낀 경험이었어요. 연기란 역시 혼자 하는 게 아니에요. 새삼 많은 도움을 받아가며 연기해왔구나 싶었어요. 이번에는 안무가분들에게 여러 조언을 얻었어요.”

김현주에게 ‘지옥’ 촬영장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배우들의 이름을 하나씩 열거하던 그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가 대단한 연기를 해냈다”며 감탄했다. 새로운 장르에의 도전은 만족보단 안도로 남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흔쾌히 건넨 “해보겠다”는 대답은 그에게 큰 충족감을 선물해줬다.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니까요!” 상기된 모습으로 말을 잇던 그는 이내 ‘김현주의 재발견’이라는 말이 나오자 미소부터 지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 스틸 컷.   넷플릭스 제공.

“제가 키에 비해 손이 작거든요. 주먹을 뻗어도 힘이 없어 보일까 걱정이었어요. 액션 장면을 보고 좋은 말들을 해주셔서 한시름 놓았죠. 재발견이라는 말은… 솔직히 얼떨떨해요. 제 새로운 모습이 보인 거니까 배우로선 발전적인 평가구나 싶어요. 몸으로 감정을 표현한 건 처음이었거든요. 부담도 됐지만, 어느 순간부터 재밌더라고요. ‘지옥’은 저를 달라지게 한 작품이에요.”

오랜 기간 쉼 없이 달려왔다. 매너리즘에 빠질 법도 한데 오히려 더 성실히 일하고 있다. 올해에만 JTBC ‘언더커버’와 ‘지옥’ 등 두 작품을 선보였다. 꾸준히 일하는 비결을 묻자 “사실 난 굉장히 게으른 배우”라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흘러가는 시간을 느낀 뒤부턴 작품 욕심이 부쩍 늘었단다. 답은 연기에 있었다. 더 잘하고 싶고, 더 배우고 싶은 김현주는 힘차게 달려간다.

“저는 늘 솔직해지려 해요. 있는 척하지 않고 도태되지 않으려 하죠. 모르는 건 하나씩 물어보며 배워가고 있어요. 예전에는 욕심만큼 연기로 표현이 안 되니 공허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배우와 삶을 분리하고 잘하는 것, 잘하고 싶은 걸 하나씩 생각해봤죠. 지금 제 행복은 이 일을 잘, 열심히 하는 거예요. 시대가 달라졌고 기회도 많아졌잖아요. 익숙하지 않다고 피하기만 했다면 ‘지옥’도 못 만났을걸요? 저는, 앞으로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즐길 거예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