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등 외국계 금융사, 한국 떠난다

김동운 / 기사승인 : 2021-12-08 0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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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카드 신규 발급 중단…나머지 상품도 순차적으로 중단
외국계 보험사도 ‘탈 한국’…라이나생명·악사손보 매각

한국씨티은행 제공.

외국계 금융사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지난 2010년대 HSBC를 시작으로 외국계 보험사들이 하나 둘 씩 철수하더니 2021년 씨티은행도 철수하게 됐다. 2000년대 이후 수많은 외국계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진입했던 한국시장은 2020년대 들어 ‘엑소더스(인력과 자금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소매금융 철수를 결정한 데 이어 본격적인 사업 정리에 나섰다. 가장 먼저 중단된 것은 신규 카드 발급 중단이다. 현재 씨티은행 홈페이지에는 카카오뱅크 씨티카드를 포함해 총 26개에 이르는 신규 발급 중단 신용카드가 공시됐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모든 소비자금융 상품과 서비스의 신규가입은 중단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빠른 시일 안에 안내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신용카드 발급 정지를 시작으로 씨티은행은 대출과 보험, 예적금등 신규 가입 중단도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 결정은 ‘수익성’ 악화가 결정적이란 분석이다. 씨티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8년 3074억원에서 2019년 2794억원으로 9.1% 감소했고 지난해는 3분기까지 161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38% 급감했다. SC제일은행을 포함한 국내 시중은행들이 실적 향상을 넘어 ‘최고점’을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씨티은행은 상품판매 중단과 함께 희망퇴직 접수도 종료했다. 전 직원(3500명)의 70%에 해당하는 2300여명이 퇴직의사를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이 중 1130여 명이 1차로 퇴직 통보를 받았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들은 월 단위로 2차, 3차에 나눠 은행을 떠날 전망이다.

사실 씨티은행뿐만 아니라 또 다른 외국계 금융사들도 한국시장 철수를 이미 진행했거나 고려하고 있다. 지난 2013년 HSBC가 국내 소비자금융을 청산했다. 2017년에는 골드만삭스, RBS 바클레이스 등이 한국지점을 폐쇄했다. 

외국계 보험사들도 ‘탈한국’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시그나그룹은 지난해 7월 라이나생명 지분 100%를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매각주관사를 선정했다.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도 지난달 1일 신한금융지주에 매각된 바 있다.

라이나생명 제공.

남은 외국계 보험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프랑스계 악사손해보험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미국계인 메트라이프생명과 중국계 동양생명도 철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외국계 금융사들이 한국을 떠나는 것은 ‘수익성 부재’와 ‘정부 규제 강화’가 뒷배경으로 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시중은행들의 경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배당이 경영의 발목을 잡는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금융당국 주도로 진행됐던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유예 조치 등도 주요 요인이 됐다.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국내 보험시장 환경은 저금리에 저출산이란 악재가 겹쳐졌다. 신규 고객군이 크게 늘지 않다 보니 향후 실적이 큰 폭으로 늘어나기 힘들다는 것. 실제 외국계 보험사 12개사의 실적은 2020년 1조1599억원으로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인 1조2658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2023년 국내 보험시장에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되는 것도 부담요인이다. 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 보험사가 쌓아야 할 자본이 더 요구된다. 이 경우 각 보험사들은 자본확충을 위한 재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감내하는 것보다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계산이다.

금융권은 현재 국내 금융시장에 큰 변화가 없는 이상 외국계 금융사들의 이탈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한국의 경제가 어려워지는 가운데 경기 부양을 위해 금융당국이 금융권을 동원한 각종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며 “여기에 규제강화까지 겹치며 국내 금융은 자유로운 영업환경이라 말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