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金 체제 윤캠프, 원톱은 없다

최은희 / 기사승인 : 2021-12-08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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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호’ 출항했지만…김병준‧김종인 향한 우려의 시선
김종인 “국가주의”‧김병준 “자유주의” 신경전
與 “장막 뒤에서 권력 암투 계속될 것”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임형택 기자


파국으로 치닫던 갈등을 봉합한 ‘윤석열호 선거대책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출항했지만, 우려는 남아있다. 3김(김종인·김병준·김한길) 위원장으로 지칭되는 이들의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지난 6일 닻을 올린 ‘윤석열 선대위’ 출범식에는 첫날부터 냉랭한 기류가 오갔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새시대준비위원장을 맡은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등 3각 편대가 형성되면서다. 김한길 전 대표는 출범식에 아예 모습조차 비치지 않았다. 김종인 위원장과 김병준 위원장은 단상에 오르기 전 서로 말을 섞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3김(金)의 동거’로 인한 갈등이 예고된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김병준·김종인 위원장의 미묘한 신경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양측은 국정운영 방향과 해법을 놓고 엇갈린 시각을 보였다. 빈부격차 등 사회 갈등을 해결할 해법으로 김종인 위원장은 ‘실용적 정부’를 제시한 반면, 김병준 위원장은 ‘자유주의 체제 확대’를 꼽았다. 김종인 위원장은 국가의 적극 개입을, 김병준 위원장은 소극적 정부를 지향하는 셈이다. 

이에 김종인 위원장은 불쾌감을 표했다. 그는 지난 5일 ‘김병준 위원장은 자유주의자, 김종인 위원장은 국가주의자로 경제관이 상충되지 않나’라는 질문에 대해 “일반적으로 경제에 대해 큰 상식이 없는 사람들이 경제를 쉽게 얘기할 때 시장경제를 내세워 마치 자유주의자처럼 행세한다”고 답했다. 표면적으로는 자유주의 경제학을 비판한 것이지만, 저변에는 김병준 위원장을 향한 비난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본인을 중심으로 한 역할 분담도 강조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7일 “선거를 운용하는 주체가 일사불란하게 잡음 없이 진행돼야 승리를 장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병준 위원장을 ‘그런 사람’이라고 칭하며 “관심 없으니 물어보지 말라. 내가 그런 사람하고 신경을 쓰면서 역할을 할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김병준 위원장을 향한 앙금이 가시지 않은 모양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이 가운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수 싸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주 울산 회동으로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갈등이 가까스로 봉합되긴 했지만,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휴전상태’에 가까운 탓이다.

윤석열 측근을 이르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시비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나흘간의 잠행 중 “특히 후보가 배석한 자리에서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 먹으려고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인사는 후보가 누군지 아실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윤 후보를 향해 인사 조치도 요구했다.

이에 윤 후보는 모르새로 일관했다. 그는 윤핵관에 대해 “저는 그런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없다”며 “누가 그런 이야기를 정확히 한 사람도 없다”고 답했다. 이 대표와 김종인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저격한 윤핵관을 내치지 않은 셈이다. 

그러면서 ‘홍보비’ 문제를 자연스럽게 테이블 위로 꺼냈다. 윤 후보는 이 대표의 홍보비 관련 발언에 대해 “바깥에서 돌아다니는 소문을 들은 것 같은데 저는 그 이야기를 제 주변에서 하는 걸 들어보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정치적 수혜는 챙겼다. 선거 홍보비 규모 등이 각종 언론에 보도되면서 선거 자금에 대한 투명성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누구도 함부로 선거 자금에 손을 댈 수 없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윤 후보의 측근으로 일컬어지는 권성동 사무총장만이 회계 관리를 맡을 철저한 발판을 만들어준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김종인·이준석계(系)’를 견제하는 윤 후보 측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후보는 표면적으로 김종인 위원장의 원톱 기조는 유지했지만, 김병준 위원장을 영입했고, 김한길 전 대표를 위한 별도 기구를 만들었다. 이준석 대표가 공개적으로 영입을 반대했던 이수정 교수를 선대위의 얼굴인 공동선대위원장에 발탁하기도 했다. 김종인 위원장의 ‘상왕’ 역할과 이를 따르는 이 대표를 향한 견제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윤 후보는 국민통합을 주장하며 특정인에게 권한을 주지 않겠다고도 공언했다. 그는 지난 2일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며 “이견이 있기에 정치가 존재하고, 이견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일 때 정치는 성립한다. 지도자 한 사람이 모든 걸 결정하고, 끌고 가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밝혔다. 권력을 분점한 3金 체제 구상과 맞물리는 발언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임형택 기자


결국 이들의 행보는 주도권을 둘러싼 ‘세력 간 파워게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깐부로 일컬어지는 이준석 대표·김종인 위원장과 윤석열 후보 측 간 신경전이 단순히 선대위 인선 차원의 문제를 넘어섰다는 얘기다. 조직 장악력과 자금, 향후 재보궐, 지방선거 공천권까지도 염두에 둔 주도권 싸움이라는 의미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제기됐다. 이상돈 전 국회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의 유튜브 연장방송에 출연해 “최근 갈등의 본질은, 2012년 박근혜 비대위 당시에 공천에서 탈락했던 사람들과 이준석-김종인 등 비대위 핵심 멤버들 간의 개인적인 원한이 깔려 있다”며 “당분간은 서로 갈등을 공개적으로 표출하지 않겠지만, 장막 뒤에서는 계속된 권력 암투가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TBS라디오에서 윤 후보의 선대위에 대해 “제가 봤을 때는 일시 봉합된 것”이라며 “윤핵관, 파리떼 이게 다 해결되지 않았고 또 김병준, 이수정 등에 대한 이견이 해결되지 않았다. 극적으로 분열상을 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