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이 욕먹을 일?…“안 비켜줘, X져” 공분케한 임산부석 인증샷

임산부 배려석 앉아 양보 안하고 “뿌듯하다” 글 올린 남성
누리꾼 “최소한 예의는 지켜야” 비판
임산부 배려석 실효성 논란 여전

기사승인 2022-01-24 13:54:14
- + 인쇄
임신이 욕먹을 일?…“안 비켜줘, X져” 공분케한 임산부석 인증샷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한 남성이 바로 앞에 서 있는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이를 뿌듯하게 여겼다는 글을 온라인상에 올려 이를 본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24일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한 남성이 지하철 임산부석에 앉아 찍은 인증샷이 확산하고 있다. 이 사진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 21일 "본인 오늘 ㄹㅇ 뿌듯했던 거 ㅁㅌㅊ?' 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ㅁㅌㅊ'는 몇 타치를 지칭하는 말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를 해달라는 의미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글쓴이 A씨는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다. 맞은편에는 임산부 배지를 가방에 매단 한 여성이 서 있다.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임신부를 몰래 촬영하고 이를 조롱하는 글을 올린 것이다. 

A씨는 사진과 함께 "안 비켜줘. XXX아. X져"라고 욕설을 썼다. 

해당 게시물을 본 누리꾼들은 "최소한 예의는 지키며 살자" "배려심이라고는 없다" "양보 안해주면 그만이지 욕은 왜 쓰나" "양보는 강제가 아니니 그렇다고 해도 욕설·조롱은 인격 문제" 등 반응을 보이며 비판했다.

임산부 배려석은 서울시가 임산부를 배려하는 대중교통문화를 정착시킨다는 취지에서 2013년 12월부터 서울 지하철에 임산부 배려석을 만들어 운영한 이후 전국으로 확산했다.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이 만들어진 지 약 10년이 됐지만 "역차별"이라는 의견과 함께 끊임없이 논란이 됐다. 

지난 9월에는 임산부 배려석에 해당 좌석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페미니즘 아웃(OUT)!' 스티커가 부착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스티커에는 '임산부 있으면 비켜주면 될거 아냐. 배려도 강요돼야 하나. 성별갈등을 부채질하는 페미니즘 좌석'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임신부 배려석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은 대체로 "임신부가 아닌 여자들이 앉는 것도 많이 봤다" "배려를 강요해선 안 된다" "임산부 배려석이든, 노인석이든 비워둔 자리에 앉을수도 있지 않나"라고 주장한다. 

실제 2019년 6월 서울지하철 1~8호선 이용 시민 6179명(일반인 4977명, 임산부 12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비임산부 응답자의 39.49%가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 자리에 앉은 이유로 '자리가 비어 있었기 때문'(56.64%)이라고 답했다. 

임산부들의 민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18년 임산부석 관련 민원건수는 총 2만7589건으로 하루 평균 약 80건에 달한다. 

직장인 이모(36·여)씨는 "아침 출근길에 버스정류장에 바로 옆에 서있던 한 남성이 잽싸게 새치기하듯 버스에 올라타 핑크색 임산부 배려석이 앉더라"라며 "임신부 배지를 가방에 매달고, 누가 봐도 만삭 임신부의 모습이었다.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양보를 바라지도 않았지만 저렇게까지 (임신부를 밀어내고) 앉고 싶을까 한숨이 나왔다"고 비판했다. 

일부 임신부들은 임신부 배지와 배려석이 '무용지물'이라고 비판한다. 맘카페 회원들은 "만삭 전까지 임신부 배지 달고 다녀도 자리 양보 한 번도 못 받았다" "임신부 배지나 배려석은 그냥 장식" "양보는 바라지도 않고 조심해 달라는 차원에서 배지 달고 다닌다" 등 반응을 보였다. 

한 임신부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을 법으로 확보해달라고 했다. 

청원인은 "배려석이고 호의로 양보되면 좋겠지만 사실 임산부 자리에 비암산부가 앉아있는 경우가 다수"라며 "노산에 어렵게 시험관으로 아기를 가지고 출퇴근하는데 임산부 좌석에 편히 앉아갈 수 없어 정말 한 명 무사히 낳기도 여러모로 힘든 현실이라는걸 체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산부에게 임산부 좌석용 자동 배지를 배포해 임산부 자리에 배지를 대면 앉을 수 있는 방법도 일반 지하철 승객과 갈등을 피하며 원활히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고 주장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