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성적 쓴 벨호, 한국 여자축구의 도전은 계속

아시안컵 결승전서 중국에 2대 3 역전패… 준우승으로 역대 최고 성적
올해 9월 아시안게임, 내년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으로 초점

기사승인 2022-02-07 12: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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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성적 쓴 벨호, 한국 여자축구의 도전은 계속
준우승 후 단체 사진을 찍은 여자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KFA)

비록 우승컵은 놓쳤지만,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콜린 벨호였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6일 인도 나비 뭄바이의 D.Y. 파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중국과 결승전에서 2대 3으로 역전패해 아쉽게 준우승을 거뒀다.

전반전에 최유리(현대제철)의 선제골과 지소연(첼시)의 페널티킥 추가골을 더해 2대 0으로 앞섰지만, 후반 65분 이후 연달아 3골을 허용하며 우승 문턱에서 무너졌다.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한국이 거둔 최고 성적이다. 종전 기록은 2003년의 3위였다.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 사상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 벨 감독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견인했다. 

벨 감독은 2019년 10월 지휘봉을 잡았다. 대한축구협회는 2019 프랑스 여자 월드컵에서 3전 전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새로운 변화를 위해 외국인 지도자를 찾았고, 유럽 무대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벨 감독을 선임했다.

그는 대표팀 부임 초부터 선수들에게 적극성과 자신감을 심었다. 선수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낯설었던 한국어 공부에 매진한 그는 기본적인 수준 이상의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한국어를 습득했다. 기자회견에서도 한국어로 기자들에게 답변을 하기도 했다.

플레이 스타일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여자축구대표팀에 강도 높은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을 강조했다. 피지컬에서 밀리면 주도권을 내주던 대표팀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벨 감독과 함께한 한국 여자축구는 조금씩 성장해 나갔다. 부임하자마자 첫 대회였던 동아시안컵에서는 1승 1무 1패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4월 열렸던 중국과의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1, 2차전 합계 3대 3으로 비겨 연장전 승부 끝에 아쉽게 패배했다. 아쉽게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강호인 중국을 상대로도 경기력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걸 증명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원정 2연전 1차전에선 미국을 상대로 0대 0 무승부를 거뒀다. FIFA 랭킹 1위이자 여자월드컵 최다우승국인 미국의 홈 22연승 기록을 멈춰 세웠다.

이번 대회에서도 벨호는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이었다. 상대적 약체인 베트남(3대 0)과 미얀마(2대 0)에 가볍게 승리를 거뒀다. 아시아 최강팀 중 한 팀인 일본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는 시작과 동시에 골을 내주고 끌려갔음에도 후반에 뒷심을 발휘하며 1대 1 무승부를 거뒀다. 여민지(경주 한수원), 장슬기(인천 현대제철) 등 주축 선수 일부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여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치면서 8강 무대를 밟았다.

8강 상대는 아시아에서 FIFA 랭킹이 가장 높은 호주(11위)였다. 패배할 거란 예상을 뒤집고 1대 0으로 승리하면서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본선 출전권을 따냈다. 이후 4강에서 필리핀까지 꺾으면서 아시안컵 첫 결승 무대를 밟았다.

벨 감독은 아시안컵을 앞두고는 일본, 호주, 중국 등이 공고히 지키던 기존 아시아 여자 축구 패권에 균열을 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한국 여자축구를 처음으로 아시안컵 결승에 올려놓으며 약속을 지켰다.

벨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우리는 성장했다”라며 “선수들에게도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했고, 위축되지 말자고 했다. 우리는 정신적으로 더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이번 대회를 준우승으로 마감했지만, 아직 대표팀이 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았다. 오는 9월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서며, 2023 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무대를 밟는다.

벨 감독은 “우리는 모든 것을 변화시켜야 한다. 역동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강해져야 하는 방향”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