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했던 불심… 조계종은 여전히 민주당과 ‘거리두기’ 중

민주당 “불교계 여전히 존경”

기사승인 2022-02-09 18: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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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했던 불심… 조계종은 여전히 민주당과 ‘거리두기’ 중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   연합뉴스

강한 불만을 표출했던 불교계가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에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 다만 민주당은 불교계를 향해 존경심을 표시하며 이들과 함께 한국 문화 발전을 위한 다양한 좋은 정책들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불교계는 이달 말 ‘범 불교대회’ 개최 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불교계는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된 비난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지난달 21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했다. 이후 조계종은 불합리한 조치 시정과 진정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월 말 승려와 신도가 모두 참여하는 범 불교대회 개최를 예고했던 상황이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입’이었다. 정 의원은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경남 합천군 해인사의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통행료로 비유했다. 사찰은 ‘봉이 김선달’로 표현했다. 불교계는 즉각 반발했다.

결국 불심이 폭발했다.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자 정 의원은 직접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몇 달간 저 스스로 많은 성찰과 사색의 시간을 가졌고, 불교계의 고충과 억울한 점도 인식하게 됐다. 저로 인해 불교계 심려를 끼쳐드린 것은 참회와 심심한 사과의 말씀드린다”고 사과했다. 

이날 정 의원은 계사에서 열린 전국 승려대회에 참석해서 사과 발언을 하려고 했으나 불교계의 반발로 뜻을 이루지 못한 채 국회로 이동해 사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함께 고개를 숙였다. 송 대표는 “최근 1700여년 한국 불교 역사와 전통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한국 불교가 수호하고 있는 유물에 대한 안전하고 효율적인 관리와 전승을 위해 다양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데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다만 불교계는 여전히 마음을 열고 있지 않다. 조계종 측은 쿠키뉴스에 “(2월 말 범 불교대회 개최와 관련해) 아직 결정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승려대회를 거치며 우리들이 요구했던 사항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추이를 지켜보고 하는 걸로 결정했다”며 “일단은 최소 이번 주까지는 상황을 지켜보고 다시 논의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은 불심을 달래기 위해 여러 가지 선물 보따리를 마련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불교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전통문화발전특별위원회는 지난달 전통문화 보존 정책 대전환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전통사찰을 둘러싼 중복 규제를 해소하기 위한 연구용역과 불교계가 참여하는 기구 구성 △문화적 가치와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체계적인 지원체계 구성 △사찰림의 생태·환경적 측면을 보전 지원하기 위한 정책지원 등을 약속했다. 

또한 △전통 사찰과 소유 토지 등에 대한 그린벨트‧국립공원 지정 전수조사 추진을 통한 불합리한 규제 완화 △전통사찰 시설물 보수를 위한 사찰의 사업비 부담 비율 인하 △문화재 관람료 감면액만큼 문화재 소유자 및 관리단체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재보호법 일부개정안의 조속한 통과 등도 제시했다. 조만간 불교 관련 공약들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용빈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9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불교계가 대한민국의 전통과 문화에 오랫동안 크게 기여했다는 것에 관해 여전히 존경을 표시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민주당은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한국의 문화 수준을 높여갈 수 있도록 다양한 좋은 정책들을 불교계와 함께 고민하고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