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게임이지”… ‘손맛’ 좋은 게임, 게이머 갈증 풀었다

기사승인 2022-04-26 07: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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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게임이지”… ‘손맛’ 좋은 게임, 게이머 갈증 풀었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넥슨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 신선한 바람이 부는 모양새다. 라인게임즈의 ‘언디셈버’,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등 ‘손맛’을 강조한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는 등 변화가 감지된다.

그간 국내 게임 업계에선 ‘자동 전투’ 시스템이 대세로 통했다. MMORPG 장르가 주를 이루고 주요 매출원이 3040대 직장인인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별다른 조작 없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수동 전투를 전면에 내세운 모바일 게임이 잇따라 흥행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월 13일 공개된 언디셈버는 출시 10일 만에 양대 마켓에서 인기 1위에 올랐고,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7위에 오르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라인게임즈에 따르면 당시 매출의 약 40%가 PC 플랫폼에서 발생했다. 언디셈버는 25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는 중위권에 머물러 있지만, PC 버전 매출을 감안하면 여전히 꾸준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라인게임즈는 올 하반기 언디셈버의 글로벌 진출을 계획 중이다.

지난달 24일 출시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 적잖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출시 직후 양대 마켓 매출 순위를 휩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25일 기준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3위,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MMORPG 장르의 게임이 오랜 기간 매출 순위 최상위권을 휩쓰는 가운데서 ‘리니지2M’, ‘오딘’ 등을 제치고 유의미한 성과를 낸 것이다. 업계 내에서도 이정도의 반응은 예상치 못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간 출시된 대부분의 게임들이 자동 전투와 수동 전투를 병행하는 데 반해, 언디셈버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게임 내에서 자동 전투라는 선택지를 과감히 삭제했다. 일종의 모험과 같은 시도에 우려의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게임 본연의 재미에 목마른 유저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호평 받았다. 넥슨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도 고민이 깊었지만, 개발진들의 강력한 요구로 자동 전투를 삭제했다”고 귀띔했다. 

‘손맛’을 강조한 만큼, 두 게임은 모바일 기기에서 조작감을 높이는데 특히 공을 들였다. 인터페이스를 간결화 하고, 최적화에 힘써 PC 못지않은 조작감을 선보였다. 이밖에 각종 게임 패드와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해 모바일 기기로도 PC나 콘솔 못지 않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또 PC와의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 조금 더 익숙하고 편안한 플레이 환경을 원하는 유저들에게 추가 선택지를 제공했다. 


“이게 게임이지”… ‘손맛’ 좋은 게임, 게이머 갈증 풀었다
언디셈버 플레이 장면.   쿠키뉴스 DB

자동 전투 기능은 게이머에게 높은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게임의 핵심 재미라고 할 수 있는 컨트롤의 즐거움을 감소시킨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언디셈버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모바일의 이점을 살리면서 조작의 재미도 게이머에게 되돌려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

게이머 이(31)씨는 “자동‧수동 전투 기능을 병행하는 게임의 경우, 대체로 수동 전투 조작감이 나쁜 편이다. 자연스레 자동 전투 기능만 사용하게 된다”라며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에선 수동 전투에 대한 넥슨의 자신감이 엿보인다. 오랜만에 모바일 기기에서 손맛을 느껴보니 ‘이게 게임이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 평가했다.

물론 언디셈버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성공 배경은 수동 전투 요소에만 있지 않다. 

언디셈버는 플레이어 개개인의 개성을 살리면서 자신만의 스킬 트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한 룬 시스템을 도입해 매력을 더했고, 던전앤파이터모바일은 원작인 ‘던전앤파이터’의 초창기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유저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흥미로운 스토리 역시 호평 요소로 꼽힌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연달아 수동 전투 게임이 성공을 거둔 건, 게임 본연의 재미를 찾고자 하는 모바일 게이머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라며 “수동 전투를 앞세운 게임이 흥행을 보장하진 않지만, 잘 만들기만 하면 자동 전투 기능 없이도 얼마든지 대중적인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시사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6월엔 또 하나의 수동 전투 게임이 국내에 선을 보인다.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이모탈’이다. 개발진은 출시 전 인터뷰를 통해 이모탈에 자동 전투를 구현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