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리브엠은 어쩌다 업계 미운털 박혔나

기사승인 2022-05-17 06: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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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리브엠은 어쩌다 업계 미운털 박혔나

중소 알뜰폰 사업자단체가 KB리브엠을 정조준하고 있다. 가입자를 독식하고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과 통신이 결합된 혁신서비스로 주목받은 KB리브엠이 하루아침에 생태계를 위협하는 포식자로 ‘둔갑’한 이유는 요금제와 사은품 때문이다.


쟁점은

KB리브엠은 국민은행이 운영하는 알뜰폰이다. 2019년 규제 샌드박스로 은행이 통신업을 겸한 첫 사례다. 중소알뜰폰 사업자들은 새로운 플레이어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원가 이하 요금제’와 ‘과도한 사은품’ 때문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에 따르면 KB리브엠은 망 이용대가 3만3000원인 무제한 요금제를 2년간 최저 2만2000원에 제공하고 있다. 비슷한 요금제를 4만9000원에 판매하는 중소대리점으로선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SKT·KT·LG유플러스) 자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알뜰폰 사업자는 요금제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KB리브엠이 쿠팡과 제휴해 아이폰13 구매자에게 고가사은품을 제공한 사례도 문제로 지목됐다. 결국 KB리브엠이 시장을 독식할 수 있고 만에 하나 요금을 올리면 이용자 후생이 저해될 수 있다고도 협회는 보고 있다. 이러한 ‘기울어진 운동장’은 산업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KMDA 관계자는 “자금력을 앞세워 망 대가보다 낮은 요금제를 내면서 경쟁하는 건 중소업체를 죽이려는 의도가 아닌 지 의심스럽다”며 “국가가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산업을 권장한 것도 이통 3사 말고 중소업체에 힘을 실어주고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면서 고객에겐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하자는 건데 정부 취지와 맞지 않은 시장이 펼쳐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 이통사 알뜰폰 관계자도 “정부가 사업을 허용했고 정책목표나 이해가 있을 테니까 함부로 왈가왈부할 순 없다”라면서도 “중소사업자에게서 말이 나오는 걸 보면 원가 이하 요금제 등이 시장에 영향을 주는 건 맞다”고 언급했다.


국민은행 "억울하다"

국민은행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국민은행 측은 “은행이면서 통신업을 할 수 있게 정부로부터 허락을 받았으니까 중소사업자들과 같이 가야 하는 입장”이라며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고객에게 더 나은 요금제를 제공하는 게 목표일 뿐 통신업으로 수익을 보려거나 중소사업자들과 대립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시장 독식도 당치않다는 입장이다.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국내 이동통신 3사(SKT·KT·LG유플러스)자회사가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KB리브엠이 5~6%, 나머지를 중소사업자들이 나눠 갖는 구조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측은 “과거 알뜰폰은 ‘저가폰’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최근 자급제 폰을 사서 싼 요금제를 쓰는 분위기가 많이 형성됐고 리브엠이 어느 정도 일조한 게 아닌가 생각 한다”라며 “출시 초기엔 견제하지 않다가 가입자가 느니까 이 상황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KB리브엠은 알뜰폰 최초로 5G(5세대이동통신) 요금제와 웨어러블 요금제를 도입했다. 은행이라는 강점을 활용해 적금상품 금리 우대 쿠폰 등 서비스를 선보이며 차별화를 뒀다. KB리브엠 가입자는 올 1월말 기준 24만 명이다. 국민은행은 시장 우려를 인식해 사업자들과 상생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정부 “경품으로 생긴 시장 혼탁은 우려”

정부도 난감해하고 있다. 쟁점인 사은품 증정 행위는 단말기 지원금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규제할 수 없다. 다만 시장 관점에서 볼 때 대기업으로의 쏠림 등 시장 혼탁은 ‘우려할만한’ 대목이다. 정부는 급한 대로 경품 가이드라인을 협의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알뜰폰으로 쏠리는 현상은 리브엠처럼 경품을 주는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인다”라며 “어쨌든 경품으로 시장에서 혼탁해지는 건 조금 우려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고밝혔다.

이어 “이해관계자가 다수 얽혀 매우 어려운 문제”라며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걸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사업자들과 논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리브엠 서비스는 내년 4월 까지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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