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역사 속으로…소비자·업계 “소비기한, 홍보 필요”

내년부터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적용
소비기한, 섭취 기간 더 길어 사회적비용 감소 효과
식약처 “계도기간 6개월 검토 중”

기사승인 2022-07-06 1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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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역사 속으로…소비자·업계 “소비기한, 홍보 필요”
안세진 기자

유통기한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지는 제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다. 유통기한은 실제 먹을 수 있는 기간의 60~70%에 달한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을 비롯해 외식업계 입장에서는 식품의 신선도가 떨어진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만큼 버려지고 있다. 내년부터는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이 적힌다. 소비기한은 식품을 먹어도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인정되는 기간을 말한다. 보다 소비자 입장에서 고려된 제품의 기한으로 유통기한보다 좀 더 길다.

식품업계는 소비기한이 도입되면 제품 판매 기간이 훨씬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건다. 하지만 소비자가 제품을 보관·섭취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어 보완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도 아직은 걱정이 앞선다. 소비기한으로 제품이 유통될 경우 더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계도기간을 거쳐서 소비기한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차이점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의미하는 바는 전혀 다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985년 도입된 이후 현재 모든 식품에 적용되는 유통기한은 기업이 제품을 소비자에게 유통·판매할 수 있는 최종 날짜다. 여기서 방점은 ‘기업’에 찍힌다. 소비자 입장에서 ‘며칠까지 먹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날짜가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 ‘며칠까지 유통·판매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날짜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언제까지 제품을 먹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정확한 정보를 주고 있지는 못하다. 통상 ‘유통기한이 며칠 지나도 먹을 수 있다’라는 말은 여기서 근거한다. 유통기한은 실제 제품의 섭취 가능한 기간의 70% 수준이다. 유통기한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인 것이다.

내년부터는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이 사용된다. 소비기한은 제품을 소비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간으로 보다 소비자 측면에서 설정된 기한이다. 실제 제품이 섭취 가능한 기간의 80% 정도에 달한다. 정부는 사회적으로 식품 소비 및 쓰레기 배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해 사회적비용 감소 차원에서 소비기한 도입을 추진했다. 

환경부가 2019년 발표한 '전국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2017년 한국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음식물 폐기물은 1만5903t에 달했다. 전체 생활폐기물 발생량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1인당 하루에 0.28㎏의 음식물 폐기물을 버리고 있으며, 연간 580만t의 음식물 폐기물이 나온다는 통계도 있다. 이렇게 버려지는 식량자원 가치는 연간 20조원을 넘는다.

유통기한 역사 속으로…소비자·업계 “소비기한, 홍보 필요”
안세진 기자

소비자·식품업계, 계도기간 및 캠페인 필요

업계는 계도기간을 마련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제도에 따라 내년부터는 보유한 재고에 한해 재포장해서 판매해야 하는 만큼 회수, 스티커 부착, 미적 측면 등에서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특히 수입 식품의 경우 내년 1월1일 선적분부터 소비기한 표시 물품만 수입할 수 있다. 해외에서 제조돼 유통기한 라벨이 붙은 제품은 수입 통관이 막히게 되는 셈이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을 팔 때 1~2년을 계산해서 제품 패키지 등을 생산한다. 계도기간 없이 당장 어느 한 순간부터 추진된다면 재고가 쌓일 수밖에 없고 이는 기업 손실은 물론 환경적인 측면에서 낭비가 될 수 있다”며 “또 제품을 소비한 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기업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올 수 있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들도 환경 보호 등 사회적 비용 감소 차원에서는 소비기한 도입을 적극 환영했다. 다만 하루아침에 소비기한이 도입될 경우 부작용이 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마포구 대형마트에서 만난 A씨(32)는 “현재 유통기한이 고유명사처럼 굳어져 사용되고 있는데 이를 하루아침에 바꾼다면 많은 분들이 혼란스러워할 것 같다”며 “특히 먹거리 문제는 민감한 만큼 관련 사항에 대한 홍보 캠페인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식약처도 현재 이같은 우려사항을 인식하고 있는 듯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소비기한의 계도기간을 어떻게 마련할지 검토 중”이라며 “제도에 따라 다르긴 한데 식음료의 경우 6개월가량 계도기간이 마련될 수도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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