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권도형 “韓수사당국 연락 없어…UST 디페깅, 내부 소행 의심”

권도형 “징역 가능성? 인생 길다”
피해자 “뭐 저렇게 당당하나” 분노

기사승인 2022-08-16 14: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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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권도형 “韓수사당국 연락 없어…UST 디페깅, 내부 소행 의심”
15일(현지시간) 코이니지가 공개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인터뷰. 사진=코이니지 유튜브 영상 

폭락 쇼크로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든 한국산 스테이블 코인 테라(UST)와 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가 한국 수사당국의 접촉이 없었다고 밝혔다. 폭락 사태의 원인이 된 UST 디페깅(1달러 미만 가치 하락)에 대해선 테라폼랩스 내부자 소행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15일(현지시각)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이니지는 권 대표의 단독 인터뷰를 공개했다. 권 대표가 지난 5월 루나·테라 사태 이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 대표는 사기의 정의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을 알고도 개인의 이익을 위하거나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사실이라고 주장하면 그건 사기”라고 말했다. 

테라폼랩스가 미국 희대의 사기극 중 하나인 엘리자베스 홈즈의 테라노스와 비교되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테라로스는 결코 작동하지 않는 혈액 검사기에 대해 거짓말을 했지만 UST는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작동이 잘됐고 이같은 사실은 주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스테블 코인인 UST는 루나 발행량을 조절해 1개당 가치가 1달러에 유지되도록 설계됐다. 폭락 사태 전인 지난 4월 초까지만해도 루나 코인의 시가 총액은 210억 달러(약 53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5월 UST 가치가 1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디페깅에 빠지면서 이들 코인 가치는 휴지조각이 됐고 전 세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봤다. 국내 피해자만 28만명이다. 

루나·테라 사태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지난 5월 권 대표와 신현성 공동창업자 등을 검찰에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 6월 서울지방국세청에서 권 대표의 탈세 의혹을 뒷받침할 세무 자료를 확보한 데 이어 지난달 20일에는 검찰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을 압수수색하며 루나·테라 거래내역을 확보했다. 또 해외 체류 중인 권씨에 대해 입국 시 통보 조치를, 신 의장 등 핵심 관련자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

권 대표는 루나·테라 폭락 사태의 원인이 된 UST 디페깅에 대해 내부자 소행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UST가 흔들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 차례 99센트까지 하락했지만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이것은 단지 설계된 대로 작동하는 시스템이었다”며 “하지만 이번 디페깅에서는 단순한 우연이 아닌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UST의 디페깅을 야기한 대규모 매도 공격은 너무 알맞은 타이밍에 진행됐다”며 “공격 당시 경영진은 (대응) 임무를 다하지 못했는데 그들은 모두 분기별 회의를 위해 싱가포르로 가는 길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일정 상 UST 디페깅에 신경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한 누군가가 대규모 매도 공격을 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이같은 일정을 아는 사람은 내부 직원뿐이라는 게 권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테라폼랩스에 두더지(스파이)가 있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그렇다’”고 말했다. 

테라 권도형 “韓수사당국 연락 없어…UST 디페깅, 내부 소행 의심”
루나와 테라USD(UST) 폭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LKB(엘케이비)앤파트너스 변호사들이 지난 5월 19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검찰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진행자의 말에 “수사관들이 연락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리기가 좀 어렵다. 그들은 우리에게 어떠한 것에 대해서도 기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때가 되면 조사에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향후 징역형 등 형사처벌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인생은 길다”고 답했다. 

수사당국의 손이 아직 권 대표에게 닿지 않았다는 보도에 루나·테라 사태의 피해자들은 분노했다. 

한 투자자는 루나·테라 피해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리나라 법이 얼마나 약하면 형사처벌 가능성 이야기에 인생은 길다는 답변을 하나”며 “얼마나 우습게 보면 저리 당당하게 나오고 저런 발언을 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가상화폐 관련 또 다른 커뮤니티에도 “(수사)하는 척 모르는 척 뭘 기대하나” “뭐 저렇게 당당하지” “조사는 안 받고 왜 언론플레이” “결국 권 대표 안 잡혀 가는거냐” 등 부정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