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쇼핑’에 칼 빼든 정부…본인부담률 90% 매긴다

고령화로 10년새 지출 2배 이상 증가
무임승차자·과다 의료이용자 관리 강화 나서
“절감한 재정은 필수의료와 재난적 의료비 지원에 투입”

기사승인 2022-12-08 14:3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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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쇼핑’에 칼 빼든 정부…본인부담률 90% 매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국민건강보험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병의원을 365회 이상 방문한 사람은 2500여명에 달한다. 정부는 이를 의료기관을 과도하게 이용하는 ‘의료쇼핑’으로 보고 이용량에 따라 본인부담률에 차등을 둬 최대 90%까지 적용할 수 있는 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 및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그동안 준비한 대책을 현장과 학계 전문가, 국민에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복지부는 지난 8월 건강보험 재정개혁추진단을 발족,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준비해왔다. 감사원은 지난 7월 ‘문재인 케어’ 감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건강보험 급여 항목 확대 이후 적정 규모 대비 과다 보상, 지출 관리 미흡, 과잉진료 유발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건강보험 지출 규모는 지난 2010년 34조원에서 2020년 73.7조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최근 5년간 건강보험료 증가율은 2.7%로 이전 5년의 1.1%보다 2.5배 늘어나는 등 국민 보험료 부담이 커졌다. 또 인구고령화로 인한 노인 진료비 증가와 더불어 재정지출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복지부는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누적 준비금 20.2조원(급여비 3.2개월분)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중”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제시했다.

‘의료쇼핑’에 칼 빼든 정부…본인부담률 90% 매긴다
서울 한 대학병원.   쿠키뉴스 자료사진

복지부는 “국민이 적정하게 이용 중인 건강보험 혜택은 유지하되,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재정 효율화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절감된 재정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와 국민 부담이 큰 재난적 의료비 지원 등에 투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방향은 크게 4가지다. △급여기준과 항목 재점검 △건강보험 자격제도, 기준 정비 △합리적인 의료 이용 유도 방안 마련 △재정 누수에 대한 점검과 비급여 관리 강화다.

# A씨는 복부 불편감, 갑상선 결절 등을 이유로 하루 동안 상복부, 방광, 여성생식기, 유방, 갑상선 5개 부위를 동시 촬영했다.

복지부는 당초 급여화 예정이던 근골격계 초음파, MRI는 의료적 필요도와 이용량 등을 분석해 필수 항목을 중심으로 제한적 급여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명확한 사유 없이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하거나 일부 의료기관에서 수술 전 초음파를 일괄 실시하거나, 불필요하게 같은 날 여러 부위 초음파를 검진, 촬영하는 이상 사례가 드러나면서다.
 
현행 약 21.2조원에 이르고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약품비에 대해서는 등재 약제에 대한 재평가를 강화하고, 신규 등재하는 고가약은 일정 기간 투약 후 효과가 없을 시 업체가 건보공단에 약값을 일부 환급하도록 하는 등 위험분담제를 적용해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외국인 피부양자 B씨는 지난해 5월 입국해 약 4개월 동안 협심증으로 진료를 받아 공단 부담금 2600만원이 발생했다.

아울러 외국인 피부양자가 입국 직후 고액 진료를 받거나 타인 자격을 도용해 진료받는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막는다. 기존에는 장기 해외 체류 중인 국외 영주권자가 해외 이주 신고를 하지 않고 곧바로 건강보험 제도를 이용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복지부는 이를 막기 위해 외국인 피부양자와 장기간 해외 체류 중인 영주권자가 지역가입자로 입국한 경우 6개월이 지난 후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할 방침이다. 단 해외유학생이나 주재원에는 예외를 적용한다. 또 건강보험 자격도용을 막기 위해 요양기관의 건강보험 자격 확인 의무화를 추진하고, 적발 시에는 부당이득 환수액을 1배에서 5배로 대폭 증액한다.

‘의료쇼핑’에 칼 빼든 정부…본인부담률 90% 매긴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박효상 기자

#지난해 C씨는 통증 치료를 위해 하루 평균 5.6개의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등 연간 외래 이용 기록이 2050회에 달했다. 공단 부담금은 2690만원에 이른다.

복지부는 과다 의료이용자 관리 강화에도 나서기로 했다. 1년간 외래 의료 이용 횟수 365회(1회/1일) 초과하는 과다 외래 의료 이용자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본인부담률 90% 적용하는 ‘본인부담률 차등제(가칭)’를 검토 중이다.

또 과다의료이용 등록ㆍ관리시스템 등 모니터링 체계 구축, 본인부담면제·할인(의료법 제27조 위반) 등 과다이용 조장 의료기관 기획조사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암 등 중증, 희귀질환 진료 시 낮은 건보 본인부담율을 적용하는 제도인 산정특례 적용범위가 결막염 등 결증질환에도 적용되는 사례가 있어, 앞으로는 이 기준을 좀 더 좁히기로 했다.

끝으로 기존에 4개로 나뉘어 운영 중이던 건강보험 재정 누수 신고센터를 ‘재정 지킴이 신고센터’로 통합 개편하고 신고 활성화를 위해 포상금 지급제도를 적극 홍보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건강보험 체계에서는 과다 의료 사용에 대한 제한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365회, 매일 1번씩 외래 이용한 사례를 보면 대부분 병원급 이상이 아닌 동네 의원·한의원을 찾았다. 물리치료나 통증치료를 하러 오전, 오후 나눠서 간다든지 이런 경우가 발견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면서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지 등 예외 사례에 대해서는 기준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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