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 속출한 그래미…BTS 수상은 불발

4대 본상에 보니 레잇·해리 스타일스·리조·사마라 조이
“BTS 경쟁자 워낙 막강…수상 가능성 적었다”

기사승인 2023-02-06 16: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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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 속출한 그래미…BTS 수상은 불발
그래미 어워즈 통산 최다 수상을 기록한 팝스타 비욘세. 로이터·연합뉴스

이변이 속출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제65회 그래미 어워즈 이야기다. 4대 본상으로 불리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신인상 부문에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그룹 방탄소년단은 베스트 팝 듀오 그룹 퍼포먼스와 베스트 뮤직비디오 수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트로피를 손에 쥐진 못했다. 베스트 팝 듀오 그룹 퍼포먼스는 가수 샘 스미스와 킴 페트라스, 베스트 뮤직비디오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각각 돌아갔다.

깜짝 수상에 놀란 포크 황제, 신기록 쓴 비욘세

이날 시상식 이변의 주인공은 포크 블루스계에서 잔뼈가 굵은 가수 보니 레잇. 지난 4월 발표한 노래 ‘저스트 라이크 댓’(Just Like That)으로 올해의 노래를 가져갔다. 해리 스타일즈, 비욘세, 아델 등 쟁쟁한 경쟁자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다가 막판에 반전 드라마를 썼다. 보니 레잇도 놀란 눈치였다. 올해의 노래 수상자로 자기 이름이 불리자 입을 벌린 채 일시정지 상태가 됐다. 73세 포크 가수는 무대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비현실적인 순간”이라며 감격에 젖었다. 팝스타 비욘세는 베스트 알앤비(R&B) 노래 등 4개 부문에서 상을 받으며 그래미 어워즈 통산 최다 수상자가 됐다. 그는 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 시절부터 지금까지 총 32개 그라모폰(그래미 어워즈 트로피)을 손에 넣었다. 다만 수상이 유력할 것으로 점쳐지던 올해의 앨범은 해리 스타일즈에게 넘겨줬다. 올해의 레코드와 신인상은 각각 리조와 사마라 조이에게 돌아갔다.

이변 속출한 그래미…BTS 수상은 불발
그룹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그래미 삼고초려 BTS, 올해도 고배

방탄소년단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그래미 어워즈 후보로 지명됐지만, 수상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와 함께 부른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는 베스트 팝 듀오 그룹 퍼포먼스 부문에서 샘 스미스와 킴 페트라스의 협업곡 ‘언홀리’(Unholy)에게 밀렸다. 베스트 뮤직비디오 부문 트로피는 방탄소년단의 ‘옛 투 컴’(Yet To Come) 대신 테일러 스위프트가 단편영화 형식으로 공개한 ‘올 투 웰 : 더 쇼트 필름’(All Too Well : The Short Film)에게 돌아갔다. 가요계에선 “예상한 결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베스트 팝 듀오 그룹 퍼포먼스와 베스트 뮤직비디오 모두 다른 후보들의 존재감이 매우 강했다. 방탄소년단이 상을 받았다면 오히려 이변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역시 “베스트 팝 듀오 그룹 퍼포먼스는 경쟁자가 워낙 막강해 방탄소년단의 수상 가능성이 적었다”면서도 “그래미 어워즈에서 3년 연속 노미네이션(후보 지명)된 것만으로도 커다란 영예이자 성과”라고 짚었다. 

상승세 탄 K팝, 그래미 도전은 계속

그래미 어워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함께 미국 3대 시상식으로 꼽힌다. 상업적 성과보다 음악성에 중점을 두고 수상자를 고른다. 한국인으로는 소프라노 조수미(1993)와 음반 엔지니어인 황병준 사운드미러코리아 대표(2012·2016)가 그라모폰을 쥐었지만, 대중음악계에선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임 평론가는 “K팝이 그래미 어워즈에서 수상하면 시장성뿐 아니라 예술성도 인정받는 셈”이라며 “다른 가수들의 예술적 의욕을 높이고 북미 시장에 더 많이 진출할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누가 방탄소년단의 배턴을 이어받을지도 관심사다. 그룹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이 빌보드 메인 음반 차트 정상에 오르는 등 미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과시했으나, 방탄소년단만큼 대중적인 파급력은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 평론가는 “미국 음악 시상식 측이 시청자를 불러들이기 위해 K팝 가수를 꾸준히 불러들일 공산이 크다”면서 “지금처럼 K팝의 영향력이 커지면 그래미 수상 가능성도 차츰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