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 스캔들’ 전도연 “이런 로코 왜 못 만났나 싶었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03-12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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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 스캔들’ 전도연 “이런 로코 왜 못 만났나 싶었죠” [쿠키인터뷰]
배우 전도연. 매니지먼트숲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맑게 웃으며 씩씩하게 나아가는 평범한 여자. 무겁거나 냉혹한 드라마거나, 엄청난 사연을 숨긴 인물도 아니었다. tvN ‘일타 스캔들’ 남행선은 배우 전도연의 일상적인 얼굴이 도드라진 작품이다. 당차게 살아가는 남행선은 전도연에게도 잊고 있던 뭔가를 들춰냈다. 17년 만에 선보인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이하 로코). 전도연은 마음 편히 행복을 만끽했다. “앞으로도 이런 밝은 작품이 들어오지 않을까요?” 지난 6일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전도연은 해사하게 웃었다.

남행선으로 산 시간은 7개월. 촬영 내내 전도연은 사랑받는다는 게 무엇인지 느꼈다. 모두와 정이 든 만큼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서운함이 몰려왔다. 가족과 헤어지는 것 같았단다. “배우들 모두 16부 말고 연속극처럼 계속 찍으면 안 되냐고 했어요. 이 정도로 사랑받을 줄은 몰랐죠.” 함께한 이들을 돌아보는 얼굴에 금세 잔잔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오랜만에 도전한 로맨틱 코미디는 그에게 남다른 행복을 선사했다.

“이런 작품을 해보고 싶었지만, 오랫동안 들어오지 않았어요. 대중은 전도연을 떠올릴 때 무겁고 어두운 이미지나 장르물 생각을 함께 하잖아요. 지인들이 작품으로 밝고 경쾌한 제 모습을 만나길 바랐는지, ‘일타 스캔들’로 좋은 반응이 나오는 걸 정말 기뻐해줬어요. 저조차도 그런 제 모습이 보고 싶었나 봐요. 드라마를 모니터링하면서 ‘웃는 내 모습이 이렇게 예뻤나?’ 싶더라고요. 하하.”

‘일타 스캔들’ 전도연 “이런 로코 왜 못 만났나 싶었죠” [쿠키인터뷰]
tvN ‘일타 스캔들’ 스틸컷. tvN

처음엔 자신 없었다. 오지랖 넓은 남행선이 민폐 캐릭터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남행선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 원하는 삶을 포기하고 차선을 최선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모습이 멋있게만 보였다. 시청자 역시 남행선을 비롯해 작품이 가진 긍정적인 에너지에 화답했다. 첫 회 이후 시청률이 4배가량 뛰어오른 걸 보며 전도연은 그저 뿌듯했다. “‘틀리지 않았구나, 잘했어’라는 화답으로 느껴졌어요.” 전도연이 특히나 마음을 쏟은 건 반찬가게 식구들 이야기다. 그 역시 남행선처럼 가족이 동력이어서다. 공감대를 느끼며 극에 더 녹아들었다.

“치유받는 게 뭔지 다시금 느낀 기분이었어요. (남)행선이 동생 재우(오의식), 친구 영주(이봉련)와 해이(노윤서), 치열(정경호) 모두 다 좋았어요. 배우들이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감독님이 캐스팅부터 심혈을 기울였대요. 저희 역시 촬영하며 진심이 통하는 걸 여러 번 체감했죠. 정경호씨는 저를 너무 예우해서 처음엔 부담스러웠어요. 하하. 어느 순간부터는 저를 행선이로 받아줘서 즐겁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일타 스캔들’ 전도연 “이런 로코 왜 못 만났나 싶었죠” [쿠키인터뷰]
tvN ‘일타 스캔들’ 스틸컷. tvN

‘일타 스캔들’은 누구나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드라마였다. 잔인하거나 우울하지 않은 일상적인 내용에 가장 열렬히 반응한 건 가족들이다. 대중 역시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로코에 잘 어울린다는 댓글을 보며 생각했어요. ‘거봐, 내가 할 수 있다고 했지?’라고요. 감독님들이 왜 그동안 제게 이런 대본을 안 주셨지 싶더라니까요!” 전도연이 흡족한 얼굴로 말했다. SBS ‘프라하의 연인’, 영화 ‘너는 내 운명’(감독 박진표) 이후 그는 영화 ‘밀양’(감독 이창동)으로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배우로서 2막을 열었다. 동시에 필모그래피엔 무게감 있는 작품이 차곡차곡 쌓였다. 새로운 것을 갈구하는 마음도 커졌다.

“밝은 작품, 다양한 모습에 늘 욕심 났지만 선택지가 다양하지 않았어요. 어둡고 무거우며 진지한 작품에 갇혔다고 할까요? 하지만 저는 작가, 감독, 제작자가 아닌 배우잖아요. 그저 오랜 시간을 기다릴 뿐이었죠. 사람들은 ‘일타 스캔들’이 전도연의 재조명이라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쨋든 일을 계속 하고 있었으니까요. 새로운 작품을 하지 못하는 게 답답해도, 매 순간 제가 하는 작품과 커리어에 집중했거든요.”

전도연은 “스스로를 틀에 가두진 않지만, 틀을 깨기 위해 모험을 하진 않는다”고 거듭 말했다. “모험이 두려워도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최선은 주어진 작품을 묵묵히 하는 것에 있다. “제게 기대하는 모습이 있으니까 그런 작품이 들어온 거죠. 기대감은 좋은 거잖아요.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것만큼 좌절되는 상황은 없죠. 더 많은 기대감도 감당할 수 있어요.” ‘일타 스캔들’로 전도연 표 로코에 기대가 높아졌다고 이야기하자 그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은 시나리오가 온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로맨스가 젊은 사람의 전유물은 아니잖아요. 저는 얼마든지 열려 있어요.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저는 전도연이니까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