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제약, 혁신 신약 개발 위해 OO 택했다 [쿠키인터뷰]

이수민 삼진제약 마곡연구센터 센터장

기사승인 2023-03-15 06: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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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보린’으로 잘 알려진 삼진제약은 2021년 12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연구센터를 열었다. 연면적 1만3340㎡, 지상 8층·지하 4층 규모인 마곡연구센터는 신약개발 모든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인적자원과 시설을 갖췄다. 현재 석·박사급 연구원 90여명이 일하고 있다. 

삼진제약은 마곡연구센터를 열면서 ‘혁신 신약 개발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이수민 이학박사를 연구센터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여러 파이프라인(신약개발 프로젝트)을 임상·발매 단계까지 진척시킨 경험을 가졌다. 

쿠키뉴스는 지난 10일 마곡연구센터에서 이 센터장을 만났다. 그는 “삼진제약은 연구개발(R&D)보다는 마케팅 위주 회사라는 한계가 있었다”고 자평하며 “제네릭(복제약)에 머무르지 않고 신약개발을 하는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삼진제약, 혁신 신약 개발 위해 OO 택했다 [쿠키인터뷰]
2022년 ‘제40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3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가치를 증명한 삼진제약 마곡연구센터 전경(왼쪽). 연구센터 1층 로비에 자리한 국내 최대 규모의 ‘수직형 스마트팜’. 아파트 5층 높이라고 한다. 구성원들은 고품질 유기농 채소를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있다.   사진=신승헌 기자

혁신 신약 개발 전략 1: 오픈 이노베이션

마곡연구센터의 목표는 혁신 신약(First-in-class) 물질을 발굴해 글로벌 빅파마(거대 제약회사)에 파는 것이다.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혁신 신약 개발을 자력으로 완수하기엔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차선을 택했다.

이 센터장이 이끄는 마곡연구센터는 혁신 신약 물질 개발을 위한 몇 가지 전략을 취했다. 그 중 하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신약 연구개발 과정에서 외부 기관이나 기업 기술을 공유하거나 협업하는 전략이다. 이 센터장은 취임 후 국내외 인공지능(AI) 신약개발사인 사이클리카, 심플렉스, 온코빅스, 인세리브로와 공동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또 표적단백질분해(PROTAC) 전문개발사 핀테라퓨틱스, 항체-약물접합체(ADC) 전문개발사 노벨티노빌리티와 손을 잡았다.

혁신 신약 개발 전략 2: 신속한 의사 결정

혁신 신약 물질 개발을 위한 또 다른 전략은 ‘Quick Win, Fast Fail(신속의사결정)’이다. 이 센터장은 지난 1년간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해 많은 프로젝트를 구축했다. 그리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과제에는 과감히 투자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빨리 중단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R&D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이 센터장은 신속의사결정 시스템을 통해 총 14개 중점연구과제를 추렸다. 면역항암제가 7종,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4종, 대사항암제 1종, 진통제 1종, 알레르기질환 1종이다.

특히 면역항암제와 NASH 신약 개발에 역량을 쏟아 붓기로 했다.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지 않고 인체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하거나 강화시켜 면역세포들이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치료법이다. 면역항암제 글로벌 시장은 연평균 19%씩 성장하고 있다. 2024년에는 5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섬유화 질환인 NASH는 성인 4명 중 1명에서 발병하지만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다. 치료제만 나오면 30조원짜리 세계 시장을 차지할 수 있다. 삼진제약이 면역항암제와 NASH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인류 건강 증진’과 ‘막대한 이익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삼진제약, 혁신 신약 개발 위해 OO 택했다 [쿠키인터뷰]
이수민 삼진제약 마곡연구센터장.   사진=신승헌 기자

혁신 신약 개발 전략 3: 인공지능 

신약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주는 AI(인공지능)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통적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려 할 땐 ‘고속 스크리닝(HTS)’ 방식을 사용한다. 그런데 HTS를 사용하려면 먼저 신약 후보 물질들을 모아 놓은 ‘컴파운드 라이브러리(Compound Library)’를 만들어놔야 한다. 국내 중견 제약사인 삼진제약이 글로벌 빅파마 수준의 컴파운드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기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마곡연구센터는 인공지능에서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이 센터장은 “AI 활용 초창기에는 버추얼 스크리닝으로 약효를 찾는 게 초점이었다. 이제는 독성 예측, 혈중 농도 예측, 최적의 화합물 도출까지 AI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국내외 유명 인공지능 업체와 공동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마곡연구센터는 지난해 8월 ‘인 실리코(in silico)팀’을 신설해 자체적으로 인공지능 신약개발 역량을 키우고 있다. 이 센터장은 “우리도 꾸준히 공부해놔야 (협력사들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5명인 인 실리코팀은 곧 6명으로 늘어난다. 
 
“가시적 성과 내보이겠다”

이수민 연구센터장은 “지금은 대부분 초기 단계지만, 2025년이면 5개 과제가 전임상(동물 대상 임상시험)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5년 안에 라이선스 아웃(기술 수출) 2건을 달성하고, 이후 2년마다 1건씩 추가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앞으로 10년 안에 기술수출 5건을 성사시키겠다는 것이다.

“5년 안에 임팩트 있는 개량신약(기존 의약품을 개량한 약) 1~2건 시장에 내놓는 게 목표”라고도 했다. 10년 뒤에는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새 플랫폼을 가진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도 내놨다.

정부를 향한 바람도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신약개발 과정이 길고 어려운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요즘은 합성을 중국이나 인도에 맡겨 싸게 한다. 합성 인력이 없는 대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면 국가적 차원에서 큰 손실을 보는 만큼 관련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신승헌 기자 ssh@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