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 그 후…김주령 “후회 없이 앞으로”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04-01 0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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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겜’ 그 후…김주령 “후회 없이 앞으로” [쿠키인터뷰]
배우 김주령. 저스트 엔터테인먼트

20년 넘게 단역과 조연에 머물던 배우 김주령은 나이 마흔이 넘어 인생역전을 이뤘다. 2021년 9월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에 출연하면서다. 순식간에 선 위치가 달라진 이의 심정은 어떨까. 최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주령은 카메오로 출연한 tvN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속 대사가 자기 마음을 대변해줬다고 털어놨다. 그는 드라마에서 나무에 올라 울기만 하는 고양이를 보며 이렇게 외쳤다. “그래도 뛰어내려야 해. 평생 거기 있을 수 없잖아!”

관심의 꼭대기에서 뛰어내릴 결심을 해 만난 작품은 디즈니+ ‘카지노’. 배우 최민식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김주령은 필리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진영희를 연기했다. 시즌1 땐 존재감이 적어 주변에서 “이게 전부는 아니지?”라며 의심 섞인 눈초리도 보냈다고 한다. 그의 진가는 시즌2에서 빛을 발한다. 평범한 식당 사장으로 보였던 진영희는 암흑의 제왕 차무식(최민식)에게 살인 누명을 씌우며 숨겨뒀던 발톱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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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카지노’ 속 김주령.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혈혈단신으로 필리핀에 자리 잡은 진영희는 이른바 ‘먹고사니즘’의 달인이다. 손님에게 코를 찡긋대며 입속 혀처럼 굴다가도 자기 잇속을 챙기기 위해서라면 살인 청부도 마다치 않는다. ‘카지노’를 집필·연출한 강윤성 감독이 주문한 연기는 단 하나, “진짜 같았으면 좋겠다”는 것뿐이었다고 한다. 김주령은 “작품에 등장하는 170여명의 캐릭터 모두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처럼 느껴져서 감탄했다”며 “배우들은 만나기만 하면 대본을 연구하며 호흡을 만들어 갔다”고 귀띔했다.

차무식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과는 인연이 특별하다. 김주령은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에서 대변인과 3선 국회의원으로 최민식을 만났지만 정작 대사 한 번 섞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 제가 최민식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연기하다니…. 저, 출세한 거예요.” 뿌듯해하는 김주령에게 최민식은 ‘나중에 연극에서 만나고 싶다’는 덕담을 남겼다. 반가운 인연은 또 있다. ‘카지노’에서 차무식과 대립각을 세운 서태석 역의 배우 허성태와는 ‘오징어 게임’에서 동고동락한 사이. 김주령은 “(함께 촬영한 장면에서) 허성태가 괜히 더 격하게 연기한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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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속 김주령. 넷플릭스

2000년 영화 ‘청춘’(감독 곽지균)으로 데뷔한 김주령은 한동안 스포트라이트와 거리가 멀었다. ‘오징어 게임’이 공개되기 전 SNS 팔로워는 400명 남짓. 한때 “나 자신을 의심”하면서도 “먹고 살기 위해” 연기를 놓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원석을 몰라본 세상이 원망스러울 법도 한데, 김주령은 “운이 좋았다”고 돌아봤다. “크든 작든 늘 기회가 왔어요. 거창한 말이지만 연기가 제 숙명처럼 느껴졌죠.”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버틴 그는 불혹을 넘겨 늦깎이 유망주가 됐다. ‘오징어 게임’ 이후 디즈니+ ‘3인칭 복수’와 ‘카지노’로 연달아 글로벌 시청자를 만났고, 차기작 tvN ‘눈물의 여왕’과 영화 ‘늘봄가든’(감독 구본) 공개를 앞둔 상태다.

바쁘게 신작을 소화 중인 그에게 대학에서 연출을 가르치는 남편은 “표현하려는 의지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우아함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김주령은 “연기뿐 아니라 삶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라며 “그렇게 나를 갈고닦아 언젠가 인생이 응축된 역할을 만나고 싶다”고 소망했다.

“‘오징어 게임’ 이후 보는 눈이 많아지니 책임감과 부담감이 커졌어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사람들이 나를 외면하지 않을까 걱정도 됐고요. 그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초심을 찾자고 다짐했어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니, 지금은 전혀 흔들리지 않아요. 이제 끝까지 앞으로 갈 일만 남았다고 믿거든요. 인생이 어떻게 좋기만 하겠어요. 하지만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의심하거나 후회하지 말고 앞으로만 가자. 저는 그렇게 마음먹었어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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