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준비만 걸어서 40분”…공원 없어 불편한 청년들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3-06-12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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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준비만 걸어서 40분”…공원 없어 불편한 청년들 [쿠키청년기자단]
서울시 도봉구 하천 산책로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지 쿠키청년기자

공원 면적이 적은 주거밀집지역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이 공원 이용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 주거지역에서 공원까지 이동하기 위해 혼잡한 대로변에서 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서울 동대문구는 대학들이 인접해 20대의 자취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지난 2021년 서울시 1인 가구 통계에 따르면 동대문구의 20대 1인 가구 수는 총 2만3388가구다. 관악구, 성북구에 이어 서울에서 1인 가구 수가 3번째로 높은 자치구이다.

한 아파트 정보 사이트 통계에 따르면, 동대문구 회기동의 20대 인구 비율은 37%다. 동대문구 안에서 20대 인구 비율이 가장 높다. 실제 회기역 인근에는 대학생들이 사는 원룸과 오피스텔이 즐비하다.

회기역에서 가장 가까운 공원은 1.1km 떨어진 홍릉근린공원과 1.2km 떨어진 중랑천이다. 20대 초반 여성이 보통의 보폭으로 걸었을 때, 각각 약 20분이 걸렸다. 산책을 1시간 다녀온다고 가정할 때 공원에서 20분, 대로변에서 왕복 40분의 시간을 보내는 셈이다.

“산책 준비만 걸어서 40분”…공원 없어 불편한 청년들 [쿠키청년기자단]
회기역과 홍릉근린공원 사이에 위치한 골목. 폭이 좁은 인도에 행인이 많아 혼잡하다.   사진=박은지 쿠키청년기자

동대문구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사는 대학생 안재현(25)씨. 그는 집을 구할 때 인근 공원과 가까운 원룸을 포기하고 현재의 집을 선택했다. 저렴한 가격 때문이었다. 그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공원은 약 900m 떨어진 청계천 하천공원이다. 도보로 15~20분 걸린다.

이사를 하면서 안씨의 산책 횟수도 줄었다. 그가 산책을 꺼리는 이유는 거리보다는 공원까지 가는 길의 불쾌함에 있었다. 청계천 하천공원까지 가는 길은 유동 인구가 많아 길이 복잡하다. 택배차들이 종종 인도에 침범해 차와 사람이 혼재된 구간도 많다. 안씨는 “산책하러 나가는 길이 시끄럽고 복잡해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산책 준비만 걸어서 40분”…공원 없어 불편한 청년들 [쿠키청년기자단]
등촌역에서 안양천으로 가는 길목. 차량통행량이 많은 데다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박은지 쿠키청년기자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사는 대학생 이은성(24·여·가명)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그는 일주일에 2번 안양천으로 산책을 간다. 이씨의 집에서 안양천까지의 거리는 약 2.3km다. 도보로 편도 40~50분이 걸린다.

안양천까지 가는 길도 험난하다. 이동시간 40분 중 절반인 20분은 8차선 도로 옆 도보를 걷는다. 차량 통행량이 많아 공기 질이 좋지 않고 소음도 크다. 안양천으로 가는 길 중간에는 월드컵 남단 대규모 공사가 반년이 넘게 진행 중이다. 공사 진행 상황에 따라 공사 현장의 위치가 시시때때로 바뀌는데, 그럴 때마다 공사장을 우회해서 안양천까지 가는 길을 새로 찾아야 한다.

인근에 거주하는 다른 주민도 공원 부족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고 있다. 등촌역 주변에 거주 중이라고 밝힌 한 김모(65)씨는 “등촌역 주변에는 공원이 아예 없어서 신목동 근처 공원이나 안양천으로 올 수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매일 산책을 해야 하는데 불편하다”고 말했다.

“산책 준비만 걸어서 40분”…공원 없어 불편한 청년들 [쿠키청년기자단]
서울시 공원(공원율) 통계.   그래픽=박은지 쿠키청년기자

2021년 서울시 공원(공원율) 통계에 따르면 동대문구와 강서구는 서울에서 각각 2, 3번째로 적은 공원율(행정면적/공원면적*100)을 가진 자치구이다. 동대문구의 행정구역 면적은 동대문구의 행정구역 면적은 14,215,806㎡이지만 공원면적은 1,216,012㎡ (공원율 8.55%)에 불과하다. 강서구의 공원율은 10.90%(행정구역면적 41,452,201㎡, 공원면적 4,518,254㎡)이다.

동대문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동대문구는 산이 많지 않아 녹지 면적이 작을 수 있다. 구도심이라 이미 토지가 개발된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공원 개발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산책 준비만 걸어서 40분”…공원 없어 불편한 청년들 [쿠키청년기자단]
서울시 1인당 공원면적 통계.   그래픽=박은지 쿠키청년기자 

공원은 인간의 삶의 질에 영향을 끼친다. 도시에서 삶의 질을 확인하는 지표로 공원율(행정면적 당 공원면적) 또는 1인당 공원면적(거주인구 당 공원면적)을 산정하고 있다. 주택 주변의 녹지공간은 거주자의 주거만족도 및 쾌적성을 증가시키고, 주택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김태범·장희순, 2020)도 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근린공원과의 거리와 아파트 실거래가를 조사한 결과, 공원과의 거리가 800m 이내인 아파트의 경우, 공원과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아파트 가격이 높았다.

청년들은 높은 주거비용 탓에 공원의 존재 여부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 등촌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이모씨는 “자취하는 청년들은 예산이 제한되어 있어 근처에 공원이 있는지 따져볼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박은지 쿠키청년기자 apples2000s@naver.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