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노기’의 진심에 밀레시안이 돌아왔다

기사승인 2023-06-20 16: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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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노기’의 진심에 밀레시안이 돌아왔다
‘마비노기 판타지 파티’에서 엔진 교체 프로젝트 ‘마비노기 이터니티’를 발표하는 민경훈 넥슨 디렉터. 넥슨


‘마비노기 판타지 파티’가 열린 지난 17일. 민경훈 넥슨 디렉터가 ‘마비노기’의 여름 업데이트 내용을 발표했다. 해당 업데이트에는 ‘밀레시안(마비노기 이용자)’들이 평소 플레이하며 요구했던 사항들이 적극 반영돼있었다. 주요 내용은 ‘아르바이트 개편’, ‘아이리의 귀환’, ‘메인스트림 개편’ 외 신규 무기 추가 등이다. 업데이트 내용이 하나하나 공개될 때마다 밀레시안들은 환호를 보냈다.

이어 민 디렉터가 게임 엔진 교체 프로젝트 ‘마비노기 이터니티’를 깜짝 발표하자 고양 킨텍스는 민 디렉터의 이름을 연호하는 5500여명의 외침으로 가득 찼다. 지난 2004년 출시된 마비노기는 노후된 엔진으로 각종 문제와 한계를 노출해왔다. 그간 엔진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20여년 간의 데이터를 이식해야하는 대작업이라 실행에 옮겨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는 드물었다.

민 디렉터는 “쉽지 않은 과정이 예상되지만, 지나온 시간보다 앞으로의 날이 더 길 것이라는 확신에서 어렵지만 필요한 결단을 내렸다”고 엔진 교체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밀레시안들에게 마비노기가 걸어갈 앞으로의 여정을 설명하던 중 감정에 벅찬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마비노기’의 진심에 밀레시안이 돌아왔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사진=임형택 기자


업계는 이번 행사가 마비노기 운영진과 밀레시안의 진정한 화해를 기념하는 장이었다고 평가한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마비노기는 소통 부족으로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밀레시안이 지속적으로 게임 내 불편사항을 전달했지만, 매크로 답변만 반복하는 대응 등으로 ‘불통’ 낙인이 찍혔다. 2021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서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국내 게임 업계를 향해 “게임 산업 육성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게임 이용자 목소리부터 귀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하며 마비노기의 사례를 들 정도였다.

밀레시안의 불만이 급기야는 트럭 시위로 번지자, 마비노기 측은 ‘밀레시안 간담회’를 꾸려 소통에 나섰다. 간담회는 14시간이 넘도록 진행됐지만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했을 뿐 진전은 없었다. 하지만 이 때를 기점으로 마비노기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마비노기’의 진심에 밀레시안이 돌아왔다
밀레시안 건의사항 알림판의 모습. 마비노기 홈페이지


간담회 이후 마비노기는 ‘밀레시안 건의사항 알림판’을 개설했다. 이는 밀레시안이 전달한 피드백 내용과 마비노기의 답변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이다. 플랫폼 오픈 후 현재(20일)까지 총 277개의 건의사항이 접수됐으며 248개의 안건이 처리됐다. 90%의 처리율을 달성한 셈이다.

건의사항 중 ‘확률형 아이템의 수치 공개’는 정말 중요하면서도 민감한 이슈였는데, 마비노기는 별도 웹페이지를 열어 확률을 세부적으로 공개하는 데 이른다. 이에 더해 유료·무료를 무관하고 혼합형 아이템의 확률까지도 인게임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6월에 열린 ‘마비노기 판타스틱 데이’에서는 업데이트 내용 공개 대신 질의응답을 전면 배치하며 소통 의지를 어필하기도 했다. 이날 질의응답에서는 민감한 질문까지도 자유롭게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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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노기 밀레시안 간담회에서 발언 중인 이재원(렘젬)씨. 마비노기 유튜브


2년 전 트럭 시위를 주도했던 이재원(렘젬)씨는 마비노기와 밀레시안 간의 소통 현황이 “전보다는 확실히 나아졌다”고 말했다. 또한 “넥슨이 지난 밀레시안 간담회를 운영 실태의 전환 계기로 잘 활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밀레시안 건의사항 알림판을 통해 점진적으로 밀레시안들의 불만 사항이 해소되고 있지만, 아직 자잘한 기술적 문제 등이 있다. 완벽히 해결된 건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어 “민 디렉터가 지난 판타지 파티에서 이야기한대로, ‘마비노기를 게임 이상으로 즐긴 밀레시안들도 있으니만큼 게임을 계속 잘 이어나가고 싶다’는 기조가 흐트러지지만 않는다면 잘 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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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노기 튜토리얼 장면.   사진=차종관 기자


최근 게임계에서 소통은 게임사의 타이틀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신작이 아닌 스테디셀러임에도 진심어린 소통으로 밀레시안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마비노기의 사례는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 사례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과 교수는 “운영자와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더 없이 중요하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언급했다. 또한 “제일 중요한 것은 운영자가 ‘이용자의 게임에 대한 사랑’을 이해하고 허심탄회하게 진심이 담긴 소통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세심하면서도 세련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발휘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민 디렉터는 쿠키뉴스에 “마비노기의 19번째 생일을 기념해 엔진 교체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어서 기쁘고 감회가 새롭다”며 “뜨겁게 반응해주시는 모습을 보며 밀레시안의 마비노기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마비노기가 밀레시안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잘 알고 있다. 쉼 없이 달려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소통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라이브 방송이나 이번 판타지 파티 등 밀레시안께서 원하시는 방향과 마비노기에 어울리는 방법을 계속해서 탐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소통 시도들이 모두 성공적이진 않았던 것 같다. 만족을 드릴 수 있는 소통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밀레시안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양한 시도를 계속 해볼 예정”이라며 향후 소통 계획을 밝혔다.

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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