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브리티’ 박규영 “들꽃처럼 잔잔하게”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07-07 06: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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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브리티’ 박규영 “들꽃처럼 잔잔하게” [쿠키인터뷰]
넷플릭스 ‘셀러브리티’에서 주인공 서아리를 연기한 배우 박규영. 넷플릭스

불특정 다수의 ‘워너비’(닮고 싶은 사람)로 불리는 이의 삶은 어떨까. 화려할까. 빛이 날까. 불행은 감히 끼어들 틈조차 없을까. 단숨에 SNS 스타로 떠올라 돈과 명성을 손에 넣은 서아리(박규영)는 말한다. “언니 예뻐요, 롤모델이에요, 공주님 같아요. 그런 말들 저한텐 하지 마세요. 한마디로 전 시녀군단 따위 필요치 않다는 뜻이에요.” 아리가 쓴 글에 SNS 세계는 술렁인다. 수만 팔로워를 지닌 인플루언서들은 아리에게 발톱을 세운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셀러브리티’ 속 세상이다.

배우 박규영은 서아리와 닮았다. 그도 뭇 여성의 워너비다. 아름다운 외모와 남 부러울 것 없는 학벌, 탄탄한 배우 경력을 갖췄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일약 스타가 된 서아리처럼, 박규영도 대학생 때 우연히 연예계에 발을 들여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넷플릭스 ‘스위트 홈’ 등 화제작에 얼굴을 비췄다. ‘셀러브리티’는 박규영이 데뷔 후 처음 맡은 단독 주연 드라마. 반응은 나쁘지 않다. 공개 일주일 만에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드라마 가운데 9번째로 긴 시청시간을 기록했다.

“실은 (순위가 나오기 전까지) 무척 긴장하고 부담스러웠어요.” 지난 4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규영은 이렇게 말하며 안도하는 미소를 지었다. “‘셀러브리티’는 제게 도전이었어요. 제가 표현하는 서아리의 감정 변화가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맞닿는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아리를 어떤 인물로 정해두기보다는 어떻게 변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연기했어요. 시청자들이 ‘쟤가 갑자기 왜 저래?’라고 느끼지 않도록요. 그만큼 성취감도 듭니다. 이 작품에서 배운 것에 자신감을 붙여서 다음 작품에 도전할 원동력으로 삼으려고요.”

‘셀러브리티’ 박규영 “들꽃처럼 잔잔하게” [쿠키인터뷰]
‘셀러브리티’ 스틸. 넷플릭스

‘셀러브리티’는 허구의 이야기지만 종종 실화 기반 드라마는 오해를 받는다. 포털사이트 연관검색어로 ‘실화’ ‘실제’가 뜰 정도다. 그만큼 SNS와 인플루언서는 일상에 깊이 스민 존재다. SNS에 멋진 삶을 전시하고 싶은 욕망 역시 보편의 감정이다. 박규영도 인스타그래머다. 팔로워가 200만 명이나 된다. 그는 “내 삶을 실제보다 화려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그런 자세를 최대한 지양한다. 내가 가진 것 이상을 (SNS에서) 보여주려고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어쩌면 1년 후 박규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수천만 명으로 늘지도 모르는 일이다. 2020년 전 세계를 뒤흔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의 후속 시즌에 캐스팅돼서다. 이병헌, 이정재, 임시완 등 ‘오징어 게임2’ 주요 배우들은 지난달 한자리에 모여 대본 시연을 마쳤다. 박규영은 “하늘 같은 선배 배우들이 많아 ‘동공지진’이 일어났다”며 웃었다. “부담감이 왜 없겠어요. 다만 그럴 땐 제가 당장 해야 할 일을 찾으며 잡념을 없애는 편이에요. 작품에 누가 되지 않도록 제 몫을 다 해야죠.” ‘오징어 게임2’는 이번 달 촬영을 시작한다. 공개 시기는 내년 중으로 점쳐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에 자주 출연해 ‘넷플릭스의 딸’로도 불리는 박규영은 “다양한 캐릭터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제작발표회에선 아직도 손이 떨리고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성격이 내성적이지만, 박규영은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선뵈는 이 일을 즐긴다. 얼마 전엔 촬영 도중 후배 배우로부터 ‘선배님’ 소리를 듣고 감회에 젖었다고 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선배가 될 수 있을까’라던 데뷔 초 때 꿈을 이뤄서다. 박규영은 “들꽃 같은 배우”를 소망한다. 너도나도 장미가 되려는 ‘셀러브리티’ 속 세계와는 정반대인 꿈이다. 그는 “들꽃은 단숨에 시선을 끌진 않아도 언제든 다시 찾게 되는 꽃”이라며 “나도 들꽃처럼 편안하고 잔잔하게 나만의 향기를 풍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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