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 소득공제에 잡지구독료 빠져

[정윤희의 문화민주주의 (16)]
기울어진 문화정책, 진흥법과 기본계획은 그림의 떡

기사승인 2023-07-27 09: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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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돈을 버는데 혈안이 된 사람들이 있는 반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가치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회가 건강하다는 것은 가치지향적인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더불어 사는 사회이고 지속가능하다.  
 
책문화네트워크에서 발행하고 있는 잡지 ‘출판저널’이 창간 36주년을 맞이했다. 1987년 7월 20일에 첫 호를 낸 이후 국내 출판역사를 기록하는 잡지로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문화비 소득공제에 잡지구독료 빠져
이미지=픽사베이

필자는 지난 2006년 7월부터 ‘출판저널’에 수석에디터로 입사하여 편집장을 거쳐 발행인이 되었으니 햇수로 18년째다. 긴 시간 동안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가치를 만드는 데 일조해 왔다.

문화 현장의 최전선에서 ‘출판’과 ‘책’을 다루는 ‘잡지’를 발행해 오면서 개인적으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생태주의 관점을 가진 것이다. 사람들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연대와 협력은 생태주의를 지향하는 중요한 가치이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안들과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관점이 아니라 통합적이고 본질을 통찰하는 방법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1987년 이후 직선제 도입 등 정치적 민주주의가 이루어졌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 다양한 곳에서 갑질, 불공정, 부조리, 기득권 체제가 만연하다.

문화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은 문화정책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누군가 이미 체제를 만들어 놓았고 그 체제 속에서 기득권을 깨뜨리기 쉽지 않은 구조이다. 

일상의 민주주의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 출판(Publishing)은 공공성을 지향하는 활동이며 책을 통해 많은 사람과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민주주의 가치를 기본으로 한다.

시대가 변화하여 출판의 범위는 단지 인쇄된 도서뿐만 아니라 잡지, 신문, 방송, 유튜브 등 다양한 미디어를 ‘퍼블리싱’한다. 안타까운 점은 우리나라 출판산업진흥법은 출판의 범위를 ‘도서’로만 한정해 놓아서 출판의 위상을 낮게 해놓았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7월 1일부터 문화비 소득공제에 영화관람료를 포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비 소득공제에 정기간행물인 잡지구독료는 빠져 있다.

문화비 소득공제는 2018년 7월부터 도서구입비, 공연관람료부터 시작하여 2019년 7월 박물관·미술관 입장료, 2021년 1월 신문구독료가 적용되었고 2022년 12월 31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에 따라 올해 7월 1일부터 영화관람료까지 확대됐다. 

문화비 소득공제는 총급여 7천만 원 이하 근로소득자 중 신용카드 등 사용액이 총급여액의 25%가 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공제율은 30%이고, 공제 한도는 문화비, 전통시장, 대중교통 사용분에 대한 소득공제를 합해 총 300만 원이다.

잡지진흥 예산은 출판, 방송, 영화 등에 비해서 정책예산이 현저히 낮다. 공공도서관 장서구입 예산 중 잡지구입 예산도 통계를 제대로 잡을 수 없을 만큼 미약하다.

잡지산업을 진흥하기 위해 ‘잡지 등 정기간행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제3차 정기간행물진흥5개년기본계획(2022-2026)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법률과 기본계획이 그림의 떡이다. 진흥법이 있지만 예산이 투여되지 않아 진흥이 아니라 문화현장을 위축시키고 있어 법과 제도의 실효성이 없다.  

문화비 소득공제에 잡지구독료도 반드시 포함해야 하며, 제3차 정기간행물진흥5개년기본계획이 실질적으로 시행되도록 정부와 국회가 관심이 필요하다. 문화정책의 균형을 바로잡아 다양한 미디어가 발전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문화비 소득공제에 잡지구독료 빠져

◇정윤희
책문화생태학자로서 책문화생태계 담론 생산과 확산에 기여해 왔다. 언론매체 전공으로 언론학 석사학위를, 문화콘텐츠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사회적기업 책문화네트워크 대표,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 경기도 도서관정보서비스위원회 위원, 전라북도 도서관위원회 위원, 한국잡지협회 부설 한국미디어정책연구소장 및 한국잡지저작권위탁관리소장, 유튜브 〈정윤희의 책문화TV〉를 진행하고 있다. 제6기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원, 건국대에서 겸임교수를 지냈다. 《생태적 글쓰기를 하는 마음》 《문화민주주의 실천과 가능성》 《책문화생태론》 《도서관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이 되는가》 《책문화생태계의 현재와 미래》 등을 썼다.

unigood7311@hanmail.net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