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 교사의 죽음과 경청 [쿠키칼럼]

[MZ직장인을 위한 코칭이야기(7)]
고통스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 만으로도 자살 예방

기사승인 2023-08-07 09:43:57
- + 인쇄
올해 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여름이 아닌가 싶다. 매일 핸드폰에 울리는 폭염경보 메시지를 보면서 여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 여름 무더운 날씨도 힘든데 뉴스에서 접하는 소식들이 우리 마음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초임 교사의 죽음으로 학생 인권이냐 교권이냐로 언론이 시끄럽다. 한 웹툰 작가의 아들인 장애아동의 이야기까지 더해지며 내가 옳으니 네가 옳으니 시비를 가르려는 말들이 넘쳐나고 있다.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학생의 인권이 다르고 교사의 인권이 다르며 장애아동의 인권이 다른 것인가?
초임 교사의 죽음과 경청 [쿠키칼럼]
이미지=freepik

인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권리이다. 유엔은 인권선언을 통해 인권은 인종, 성별, 종교, 국적, 나이, 사회적 신분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며 모든 국가가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인간으로서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하며 어떤 경우에도 예외는 없어야 한다. 또한 누군가의 인권의 문제가 다른 사람의 인권의 문제와 대립할 수 없고 대립해서도 안 된다. 우리 사회에서 불거지고 있는 작금의 논란은 인권 앞에 자꾸 이름을 붙이는 데서 오는 게 아닌가 싶다.

학생도 선생님도 장애인도 여성도 남성도 모두 한 인간일 뿐이다. 상대를 존중받아야 할 인간으로 대한다면 누군가를 죽음으로까지 이르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며칠 전 동료 코치들과의 대화에서 이번 교권 논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코치들은 하나같이 이 논란이 무척 안타깝고 답답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사회에 모든 사람을 온전한 존재로 인정하는 코칭 철학과 문화가 널리 확산되면 좋겠어요.”

코칭의 기본 철학은 모든 사람은 온전하고(Holistic) 해답을 내부에 가지고 있고(resourceful) 창의적인(crative) 존재로 본다. 상대를 온전한 존재로 인정하고 대할 때 상대를 존중할 수 있다.

인간은 존재가 부정당할 때 살아갈 힘을 잃는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국가 중 1위라고 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자살의 심리적 원인은 여러 가지이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절망감(hopelessness)이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느낄 때 자살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한 사람이다. 경청해 주는 사람에게 고통스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자살을 예방하는 치료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한다.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은 살아가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코칭은 코치가 고객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도와주는 수평적 대화 과정이다. 코치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듣고 질문하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경청은 코치의 중요한 역량 중 하나이다.

코칭의 경청은 단순히 고객의 말을 듣는 것 이상의 행위로 고객의 말과 감정을 공감하는 듣기를 넘어서 고객의 존재 자체를 듣는 것이다. 존재 자체를 듣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상대의 말 안에 담긴 성품, 미덕, 강점, 가치관을 알아주는 것이다.

상대가 말하는 소리를 듣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상대의 욕구, 감정 나아가 그 사람 전부를 이해하는 듣기가 존재 듣기이며 이는 최고의 경청이자 상대를 존중하는 아름다운 행위이다.

인간 사회는 모든 존재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다. 더불어 함께는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파트너십을 발휘해야 가능하다. 그 시작은 경청이 아닐까? 존재를 경청하는 가정, 존재를 경청하는 조직, 존재를 경청하는 사회 바로 코치들이 꿈꾸는 세상이다.

강영은 (KPC코치⋅MBC 아나운서)
1985년 MBC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우리가족 만세'의 TV 프로그램 MC를 시작으로 TV와 라디오 프로그램 MC, 라디오 뉴스 앵커로 활동했고 여성 스포츠 중계캐스터로 기계체조, 리듬체조, 에어로빅, 피겨스케이팅, 다이빙,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등을 중계했다. '건강한 아침 강영은입니다' 라디오 MC를 끝으로 1991년 방송현업을 떠나 경영부문으로 업무를 전환했다. MBC아카데미 본부장, 기획사업부장, 문화사업부장, 문화사업센터장을 거쳤고 MBC의 사회공헌사업과 MBC꿈나무축구재단 운영업무를 마지막으로 올해 안식년을 보내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 학사, 서강대학교 언론정보학 석사와 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이며 현재 한국코치협회의 KAC, KPC 인증코치로 단국코칭센터 대표코치이다. 

penguinkang@hanmail.ent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