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 VS 액션 VS 놀란… 광복절 신작 뭐 볼까

기사승인 2023-08-15 06: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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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 VS 액션 VS 놀란… 광복절 신작 뭐 볼까
영화 ‘달짝지근해: 7510’, ‘보호자’, ‘오펜하이머’ 포스터. ㈜마인드마크,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유니버설 픽쳐스

순수하고 웃음 나는 사랑 이야기냐, 폭력성을 덜어낸 액션 영화냐. 혹은 거장으로 꼽히는 감독이 선보이는 전기 영화냐. 광복절인 15일 세 기대작이 베일을 벗었다. 배우 유해진과 김희선이 호흡을 맞춘 코믹 로맨스 ‘달짝지근해: 7510’(감독 이한, 이하 달짝지근해)과 배우 정우성의 연출 데뷔작 ‘보호자’(감독 정우성), 핵폭탄을 만든 오펜하이머의 전기를 다룬 ‘오펜하이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이날부터 관객과 만난다. 쿠키뉴스가 미리 본 신작들의 호불호 지점을 정리해 봤다.

로코 VS 액션 VS 놀란… 광복절 신작 뭐 볼까
영화 ‘달짝지근해’ 스틸컷. ㈜마인드마크

이런 맛을 기다렸어! 무해한 재미, ‘달짝지근해’

배우 유해진이 주인공인 코믹 로맨스에 상대가 1990년대를 풍미한 멜로 여왕 김희선이라니. ‘달짝지근해’는 개봉 전부터 관심을 끈 영화다. 뚜껑을 열어 보니 기대감을 여실히 충족한다. 유해진, 김희선이 보여주는 순수하고 무해한 맛의 사랑 이야기가 상영시간을 빼곡하게 채운다. 차인표와 진선규가 보여주는 새로운 변신도 눈에 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소재를 로맨스 요소로 활용한 재치가 돋보인다. 극이 흘러가는 대로 하하 호호 웃다 보면 눈물 찔끔 날 만한 감동까지 마련돼 있다. 인상 찌푸릴 새 없이 행복한 마음으로 완주할 수 있는 착한 영화다. 무해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재미로만 가득하다. 119분. 12세 이상 관람가.

- 볼까: 장르극을 비롯해 힘깨나 준 영화에 지쳤다면 ‘달짝지근해’는 최적의 선택이다. 머리 쓸 필요도 없다. 유해진과 김희선이 나누는 순박한 애정이 궁금하다면 극장으로 직진!
- 말까: 어른들의 사랑을 다루지만 수위 높은 장면이 나오진 않는다. 도파민을 분비할 만한 자극적인 전개를 원한다면 ‘달짝지근해’의 담백한 이야기가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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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호자’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뭔가 다른 느와르, ‘보호자’

내로라하는 무술감독들이 앞다퉈 칭찬한 액션 고수 정우성과 김남길. 두 배우가 정면 대결을 펼친다. 영화 ‘보호자’에서다. 정우성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일찍부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10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전직 조직폭력배 수혁(정우성)이 납치된 딸 인비(류지안)를 구하려 조직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야기 골격이 영화 ‘아저씨’(감독 이정범)나 ‘테이큰’(감독 올리비에 메가턴)을 떠올리게 하지만, ‘보호자’는 두 작품과 다른 길을 간다. 온도는 차갑고 혈투는 건조하다.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보단 빛과 색감을 활용한 미장센, 그리고 정우성의 아우라가 더 돋보인다. 97분. 15세 이상 관람가.

- 볼까: 정우성의 팬이라면 안 볼 이유가 없다. 고독한 맹수의 눈빛이 가슴을 찌른다. ‘맑은 눈의 광인’으로 변신한 김남길도 새롭다. 어딘가 어색한데, 의외로 사랑스럽다. 느와르 영화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하고 싶다면 한 번쯤 볼 만하다.
- 말까: 모험가 기질이 적은 관객에겐 권하지 않는다. 액션 느와르 영화에서 기대하는 장르적 재미를 충족하진 않는다. 독특한 캐릭터, 탄탄한 서사, 신선한 전개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보호자’에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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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펜하이머’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연출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술, ‘오펜하이머’

실존 인물의 전기를 다룬 영화지만 고루하지 않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미국에서 양자물리학을 태동시킨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연출로 빚어낸 작품이다.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는 핵폭탄의 아버지로 불린다. 자조적으로 자신을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됐다”고 일컫는다. 핵폭탄을 만들기 전후 변화부터 핵폭탄이 터지는 순간을 컴퓨터 그래픽(CG) 없이 담아낸 감독의 연출이 놀라움을 자아낸다. 영화를 볼수록 그래픽 효과를 거치지 않은 ‘진짜’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느끼게 된다. 실존 인물의 외형을 그대로 재현한 배우들의 노고 역시 대단하다. 긴 상영시간을 극복할 만한 예술적인 연출이 이어진다. 감탄하며 보다 보면 긴 상영시간도 금세 지나간다. 180분. 15세 이상 관람가.

- 볼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전작을 좋아했다면 ‘오펜하이머’ 역시 주저 없이 권한다. 상영 시간 내내 연출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한다. 생동하는 예술을 보는 맛이 쏠쏠하다. 
- 말까: 3시간짜리 영화에 부담부터 치민다면 다른 작품을 보는 편이 낫다. 재미와 별개로 상영시간이 장벽으로 다가온다. 잔잔한 이야기 구조에 고루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김예슬 이은호 기자 ye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