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R&D 예산을 왜 삭감한지 아세요 [쿠키칼럼]

기사승인 2023-10-23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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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


1980년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30년을 살면서 똑바른 정치만이 국민의 미래에 희망이 있고, 대전을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정책 석사 학위를 마쳤으며 현재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으로 재직 중이다. 지난 2018년 제7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대전시당 공보국장을 맡았다. 같은 해 민주당 중앙당 상근부대변인으로 임명된 이후 더불어민주당전국청년위원회 수석대변인, 정책위윈회 부의장, 홍보소통위원회 부위원장, 이재명 대선 경선후보 열린캠프 대변인, 20대 대통령 후보 선대위 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대전지역에서는 대덕대학교 겸임교수와 장애인인식개선오늘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7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과학기술 R&D 예산을 왜 삭감한지 아세요 [쿠키칼럼]
이경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어이, 김 박사”, “이 박사”, “박 박사”

동네 골목길에서 이렇게 외치면 지나는 사람 절반 이상이 돌아본다. 그곳은 바로 대전 유성 대덕연구단지 인근 동네다. “일본 핵 오염수 방류 문제가 초기에 발생했을 때 과학자들이 나서서 찬성하지 않아서 예산을 대폭 삭감한 건 아닌가?” 얼마 전 대덕연구단지의 전·현직 과학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나온 ‘농반진반’의 얘기다. 자리가 끝날 때까지 윤석열 정부의 과학기술 R&D(연구개발) 예산 삭감 주제로 과학자들의 실소와 한탄은 계속되었다. “한국에는 과학자가 필요 없다. 우리한테 보고서 들어온 것을 읽으면 벌써 과학자”라고 지난 1월 영상으로 떠들던 자는 바로 ‘천공’이다. 2023년에 과학 분야를 논하는데 천공이 웬말인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윤석열 정부가 R&D 예산을 삭감하면서 ‘왜’라는 의문에 대한 설명을 못하기에 이런저런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윤 정부는 저질러 놓은 과기예산 축소가 기존 산업의 경쟁력마저도 와해시킨다는 것을 알고는 있을까? 순방 기네스를 꿈꾸는 윤 대통령은 상상도 못 할 범주의 고민일지 모른다. 또 궁금하다. 윤 대통령은 ‘4차산업 혁명’과 ‘4차 산업혁명’을 이제는 구분할 수 있을까? 과학분야 R&D 예산과 ‘4차 산업혁명’을 떼어놓고 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던질 수 있는 궁금증이다. 지난 2021년 8월 당시 국민의힘 대선 주자였던 윤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무지의 소치인지, 디테일의 실수인지 모를 글을 올렸던 적이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FIRST MOVER’의 시대이다. 4차 산업혁명 과학기술의 절대 경쟁력의 시대, 100대 0의 시대, 승자독식의 시대이다. 천공이 말한 이미 나온 논문을 보고 모방하는 시대가 아니다. 지금은 과학기술의 축적된 힘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인 것이다. 시대를 읽고 미래를 준비하는 대통령이라면 현 시점에서 R&D 예산 삭감은 언감생심이다.

연구개발 투자 축소는 미래 경쟁력 손실이다. 지금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량이 축적될 수 있고, 축적된 역량들이 기술낙수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체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첫 번째, 기존 PBS(연구과제중심제도·Project Based System)를 플러스 예산 형태의 PBS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PBS는 정부가 목표로 하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집중적인 지원과 투자를 하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제도였다. 하지만 정부 프로젝트는 5년 단위의 집권 정부가 이해하기 쉬운 것들, 혹은 담당자들이 기재부나 정치권을 설득하기에 수월한 것들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방식의 연구개발 주제 선정은 과학기술로 미래형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제조업국가인 우리나라가 살아날 방안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고유한 과학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산업체제를 만들고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인공지능기술과 4차산업혁명기술들로 자동화생산이 이뤄지는 시대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남는다.

두 번째,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과 운영 및 육성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1조(목적)에 ‘이 법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설립·지원·육성과 체계적인 관리 및 책임 경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함으로써 합리적인 국가연구체제의 구축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경영합리화 및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는가? 여기서 “경영합리화와 및 발전”이 누구를 위한, 무엇을 하기 위한 경영합리화와 발전인지 정의돼 있지 않다. 민주주의 체제와 우리 국민을 위한 것인가? 집권집단이나 집권자를 위한 것인가? 정의가 모호하다.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바로잡을 수 있다. 과학기술 패권시대에서 살아남는 것을 넘어 First Mover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실무자들이 주도적인 역할, 근본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정의를 내려야 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예산 축소는 인건비가 줄어 현재 연구 중인 것들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주와 위탁과제가 없어지고 첨단 신기술 장비들을 도입해 실험하지 못하게 만든다. 기존에 연구했던 분야로 흘러들어가선 기술낙수효과와 확산효과를 소멸시킨다. 더 깊게는 산업 기반을 붕괴시키는 악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수많은 기술적 기반들이 허물어지며 수많은 기술 기업들이 문을 닫는다. 신규인력들이 키워지지 않아 실력 있는 전문가들이 살길을 찾아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 미래과학을 암흑으로 만드는 시작점에 윤 대통령이 나섰다. 부디 이제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제대로 파악하길 바란다. 60분에서 59분을 혼자 떠들지 말고 전문가들의 말을 경청하시라. 사과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지금은 정책적 현명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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