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상기온’ 소비자물가 3.8%↑…정부 “물가안정 총력”

OECD 기준 근원물가 3.2%↑…생활물가지수 4.6% 올라
정부 “특별물가안정체계 즉시 가동…부처 소관품목 책임”

기사승인 2023-11-02 10: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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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상기온’ 소비자물가 3.8%↑…정부 “물가안정 총력”
사진=안세진 기자

소비자물가가 3개월 연속 3%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글로벌 유가의 변동성이 커지고, 이상기온 영향으로 농산물값이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면서다.

2일 통계청의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 올랐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 3.4%, 9월 3.7%에 이어 더 높아졌다. 지난해 7월 6.3%를 정점으로 올해 7월 2.3%까지 내려온 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으로 3%대에 머문 셈이다.

석유류는 1년 전과 비교하면 1.3% 하락했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하락 폭이 7월 -25.9%, 8월 -11.0%, 9월 -4.9% 등으로 줄어들면서 오히려 물가 상승 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동 전쟁 등의 요인으로 국제유가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석유류 가격은 전월과 비교하면 1.4% 올랐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11월 물가는) 국제유가나 환율 등 외부적 요인이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쟁·이상기온’ 소비자물가 3.8%↑…정부 “물가안정 총력”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7.3% 올라 전월(3.7%)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채소류(5.3%)를 비롯한 농산물이 13.5% 뛰면서 2021년 5월(14.9%) 이후 2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통상 농산물을 수확하는 가을에는 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안정화된다. 그러나 올해는 이상저온 등 기상 여건이 좋지 않으면서 수확물이 줄어 가격 안정화가 더딘 모습이다. 농산물의 물가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는 0.61%p였다. 농산물 가격이 전체 물가를 0.61%p가량 끌어올렸다는 뜻이다. 

신선 어개·채소·과실 등 기상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2.1% 올랐다. 지난해 9월(12.8%)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가운데 신선과실지수는 26.2% 뛰어 2011년 1월(31.9%) 이후 12년 9개월 만에 가장 오름폭이 컸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6%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3.2% 올랐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4.6% 상승했다.

김보경 심의관은 “전기·가스·수도 가격이 지난해 10월 요금 인상 기저효과로 전년 동월 대비 상승 폭은 둔화됐으나 농산물 상승률이 증가했다”며 “석유류 하락 폭도 축소되면서 상승률이 전월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전쟁·이상기온’ 소비자물가 3.8%↑…정부 “물가안정 총력”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 겸 물가 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해 물가 안정을 위한 각 부처의 관리를 강화를 핵심으로 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전 부처, 물가안정 총력 다하겠다”

정부는 당초 하반기에 접어들면 물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국제유가 상승 추세 속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등 대외여건 악화와 이상기후에 따른 농산물 생선성 저하 등의 영향으로 물가가 다시 치솟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통해 서민 경제와 밀접한 물가를 조기에 안정시키기 위해 범부처가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수급관리·제도개선 등 관계기관 간 공조가 필요한 사항은 물가관계장관회의·차관회의 등을 통해 즉각 대응하는 등 전 부처가 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체감도 높고 신속한 물가 대응을 위한 현장 중심의 물가 대응체계를 가동하겠다”며 “모든 부처가 상시적으로 현장에 나가 물가 애로사항을 파악해 즉각 조치하고,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체감도 높은 물가·민생 안정 대책을 지속적으로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김장철 주요 재료와 먹거리 가격안정 대책에 주력할 방침이다. 할인 지원, 공급 확대 등을 올해 김장 비용을 전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추 부총리는 “배추·무 등 14종 김장재료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인 총 245억원을 투입, 할인품목·수준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며 “출하계약·비축 물량 1만t을 집중 공급해 소비자가격을 최대 50~60%까지 인하하겠다”고 설명했다.

식품·외식 물가 안정 방안도 내놓았다. 정부는 바나나·망고, 전지·탈지분유, 버터·치즈, 코코아 등 8개 수입과일·식품원료에 대해 신규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올 연말 종료 예정이던 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 상향(10%p), 커피·코코아 등 수입 부가가치세 면세, 김치 등 가공식료품에 대한 부가세 면세 등을 2025년까지 연장한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