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RG 원딜러는 T1을 응원하며 떠났다 [롤드컵]

기사승인 2023-11-02 23: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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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G 원딜러는 T1을 응원하며 떠났다 [롤드컵]
NRG e스포츠의 원거리 딜러 ‘FBI’ 이안 빅터 후앙. 사진=차종관 기자

NRG e스포츠의 원거리 딜러 ‘FBI’ 이안 빅터 후앙이 T1을 응원하는 마음을 남기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NRG e스포츠는 2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 LoL 월드 챔피언십(월즈)’ 녹아웃 스테이지 8강에서 웨이보 게이밍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0대 3 완패했다.

경기 후 인터뷰룸에서 만난 후앙은 “계획한 대로 잘 안됐다. 개인적으로도 원하는 수준의 경기력이 안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웨이보 게이밍을 잡기 위해 팀 차원에서 준비해 온 것도 있었는데 시도하기엔 여의치 않았다. 스스로 많이 실망스럽고, 후회가 된다. 더 잘했으면 어땠을까”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NRG e스포츠는 웨이보 게이밍을 이기기 위해 무엇을 준비했을까. 후앙은 “웨이보 게이밍이 바텀 라인 위주로 플레이 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바텀 3대 3 교전을 많이 준비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우리 팀의 준비에도 불구하고 상대 팀의 ‘렐’ 픽을 예상하지 못했고, 그 픽이 정말 놀라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날 웨이보 게이밍은 1·2세트에서 렐 정글을 택했다. 후앙의 설명에 따르면, 렐은 파밍도 크게 필요하지 않고 바텀 라인 위주로 봐주기만 해도 효율적이기 때문에 팀을 위해 헌신하기 좋은 픽이다. 그는 “‘칼리스타’를 픽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미련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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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보 게이밍에게 패배한 NRG e스포츠. LoL Esports

NRG e스포츠는 웨이보 게이밍에게 스위스 스테이지에서도 패배한 바 있다. 그때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날 경기에서 재차 패배한 원인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후앙은 “밴픽과 상관없이 팀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아쉬운 경기력이 나왔다. 그게 가장 큰 패인이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8강에 올라온 팀들은 모두 다 강하기 때문에, 경기를 잘하지 않는다면 상대가 무슨 픽을 했든지, 우리가 무슨 픽을 가져왔든지 이기기 굉장히 어렵다”고 첨언했다.

후앙은 다소 저조했던 경기력에 대해 “특별히 영향을 준 요인은 없다. 사실 경기에 임하면서도 굉장히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오늘 어이없는 실수를 많이 해서 그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 실수를 해서 팀원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웨이보 게이밍이 저희 팀의 실수를 잘 이용했고 더 잘해서 승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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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이 경기중인 모습. LoL Esports

NRG e스포츠는 1세트 당시 바론을 먹었음에도 스노우볼을 제대로 굴리지 못했고, 2세트에서는 라인 주도권이 약한 픽을 하면서 상대가 스노우볼을 쉽게 굴리게 했다. 이는 각종 커뮤니티에서 직접적인 패배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왜 운영이 미숙하거나 주도권이 약한 픽을 하게 되었는지 묻자, 후앙은 “1세트 때 바론을 먹었지만 공성을 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미 ‘아펠리오스’가 3코어까지 뜰 정도로 굉장히 잘 컸고, ‘화염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바론을 먹은 직후에 팀원 2명의 텔레포트도 빠진 상황이어서 운영적으로 스노우볼을 굴리기가 쉽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이어 “2세트에는 4~5픽 순서에서 ‘카이사’를 꺼내 들었던 것도 많이 아쉬웠다. 왜냐하면 상대가 ‘밀리오’ 픽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노틸러스’ 같은 챔피언을 픽했어야 됐는데, 당시에 저희가 밴픽에 잘못된 관점으로 접근했지 않나 생각한다”며 밴픽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후앙은 “초반 인베이드 때문에 바텀 라인이 굉장히 풀어나가기 어려웠는데 사실 복구는 나쁘지 않게 됐다. 하지만 이후 저희 팀의 바텀 다이브가 정말 잘 안 풀리게 됐다. 그 부분이 가장 큰 후회로 남는다”고 말했다. 당시를 회상하는 그의 말투에서 회한이 묻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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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G e스포츠를 응원하는 팬들. LoL Esports

NRG e스포츠는 3세트에서 ‘요네’, ‘이즈리얼’, ‘카르마’를 선택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3세트는 이전 경기보다도 훨씬 크게 패하면서 픽의 이유를 증명하지는 못했다. 해당 픽을 함으로써 의도한 플레이가 있었을까. 이 점에 대해 묻자 후앙은 크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는 “솔직히 말하면 저희 팀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조합이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케이틀린’, ‘럭스’ 상대로 이즈리얼과 카르마가 답이라고 생각해 와서 4~5픽에서 가져왔다”면서도 “실은 무엇을 정확히 바라고 뽑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주어진 상황 속에서 문제를 풀어나가다 보니 그렇게 됐다. 케이틀린-럭스 조합에게 초반에 말리고 난 뒤에는 정말 할 게 없었다. 딱히 할 만한 플레이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비록 패배했지만, 이날 경기를 통해 선수로서 앞으로 개선할 점을 찾기도 했다. 후앙은 “원거리 딜러로서 라인전의 사소한 실수들이 정말 치명적일 수 있다라는 걸 깨달았다”며 “게임 중반 운영이라든지 한타 당시 포지셔닝 등의 부분에 대해 정말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전했다. 이어 “정말 잘하는 원거리 딜러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점에 강해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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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인 ‘FBI’ 이안 빅터 후앙. LoL Esports

이날 NRG e스포츠의 패배로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LoL EMEA 챔피언십(LEC)’에 이어 북미 ‘LoL 챔피언십 시리즈(LCS)’ 팀마저 모두 탈락하게 됐다. 이제 8강에는 중국 ‘LoL 프로 리그(LPL)’와 한국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팀만이 남아 있다. 후앙은 “동양 팀이 서양 팀보다 훨씬 잘한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났다”면서도 “그렇다고 저희한테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관전자 입장에서 다른 팀들이 대회를 치르는 걸 정말 즐겁게 시청하고 있다. 모두가 정말 강해 보여서 누구든지 다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T1을 제일 응원하고 있다”고 밝히며 숨겨왔던 팬심을 드러냈다.

이날 대회를 마무리한 후앙은 “오늘 같이 완패를 한 날에는 긍정적인 소회가 들기 굉장히 어렵다”면서도 “올해 초반 당시 저희 팀의 위치를 생각해 보면 지금의 월드 챔피언십 8강 진출은 대단한 성과다. 저 스스로와 팀원 모두가 굉장히 자랑스럽게 느끼고 있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그는 “내년 계획은 아직은 생각을 안 해봤지만, 우선 얼른 집에 가서 친구들, 가족들과 다시 만나고 싶다. 아주 오랫동안 못 봤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부산=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