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때리는 자매의 우애 회복기 ‘퀴즈 레이디’ [주말뭐봄]

기사승인 2023-11-18 11: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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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것은 많고 시간은 짧은 주말입니다. OTT를 볼지 영화관으로 향할지 고민인 당신, 어서 오세요. 무얼 볼지 고민할 시간을 쿠키뉴스가 아껴드릴 테니까요. 격주 주말 찾아오는 [주말뭐봄] 코너에서 당신의 주말을 함께 할 콘텐츠를 소개해드립니다. <편집자주>

골 때리는 자매의 우애 회복기 ‘퀴즈 레이디’ [주말뭐봄]
영화 ‘퀴즈 레이디’ 스틸. 배우 아콰피나(왼쪽)와 산드라 블록. 월트디즈니컴퍼니

아시아계 미국인 앤(아콰피나)은 괴짜에 ‘퀴즈 마니아’다. 매일 저녁 강아지를 품에 안고 퀴즈쇼를 보는 게 유일한 낙이다. 언니 제니(산드라 오)도 괴짜에 사고뭉치다. 피겨, 연기, 노래에 도전해 차근히 실패하더니 이제는 라이프 코치가 되겠단다. 자매는 콩가루 집안에서 자랐다. 한국계 아빠는 이혼 후 세상을 떠났다. 중국계 엄마는 도박에 빠졌다. 자매가 자라서도 카지노를 끊지 못하더니 마피아에 거금을 빌리고 잠적한다. 마피아는 앤의 반려견을 납치해 돈을 요구한다. 앞날이 캄캄하던 그때, 퀴즈쇼 문제를 척척 맞히는 앤이 제니의 눈에 들어온다.

‘퀴즈 레이디’ 어땠어?

모두 제정신이 아니다. 각기 다른 온도와 에너지를 가진 ‘똘끼’들이 충돌해 웃음을 자아낸다. 그중 제일은 제니다. 앤을 퀴즈쇼에 내보내 상금을 따려 한다. 문제는 앤에게 ‘관심 알러지’가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계 미국인인 그는 존재를 무시당하는 데 익숙하다. 퀴즈쇼 예선을 앞두고도 그랬다. 자신에게 집중된 관심이 두려워 오디션장에서 달아난다. 제니는 비책을 낸다. 동생에게 알약을 건넨다. 실은 마약이다. 앤은 환각을 본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척척 맞힌다. 고대하던 퀴즈쇼 생방송을 앞두고 자매는 크게 싸운다. 서로를 잃은 두 사람은 무사히 반려견을 구출할 수 있을까.

골 때리는 자매의 우애 회복기 ‘퀴즈 레이디’ [주말뭐봄]
‘퀴즈 레이디’ 스틸. 월트디즈니컴퍼니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속 천재 외과의로 배우 산드라 오를 기억하는 관객은 ‘퀴즈 레이디’를 보고 깜짝 놀라리라. 제멋대로에 뒤죽박죽인데 희한할 정도로 긍정적인 제니를 맡아 쉴 틈 없이 관객을 웃긴다. 엄마가 죽은 줄 알았던 그가 몸을 훤히 드러낸 옷차림으로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그렇다. 옷이 그게 뭐냐는 동생의 타박에 “검은 옷이 이거뿐”이라고 천연덕스레 답한다. 출판사에서 일하며 래퍼로 활동하고 배우로 데뷔한 뒤엔 아시아계 최초로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아콰피나는 이번에도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부루퉁한 표정의 아시아계 여성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주목! 이 장면

퀴즈쇼 예선전에서 환각 상태에 빠진 앤은 말 그대로 폭주한다. 산만하게 몸을 움직이며 알 수 없는 얘기를 늘어놓는다. 보다 못한 제니가 단상으로 올라가 수습에 나선다. 앤이 당뇨 약을 먹지 않아 나른해졌다고 둘러댄다. 그런데 아뿔싸. 함께 예선을 치르던 남자가 하필이면 당뇨병 전문의다. 나른함과 당뇨병은 상관없다는 그에게 제니는 이렇게 맞선다. “이건 동양 의학이니까 신경 끄세요, 의사 아저씨.” 앤이 헛소리를 할 땐 “오래된 중국식 표현”이라고 꾸며낸다. 고개를 젓는 아시아계 관객과 달리, 백인 관객은 감동한 듯 손뼉 친다. 서양의 오리엔탈리즘(아시아에 대한 왜곡과 편견)을 풍자한, 아시아계 미국인만 칠 수 있는 ‘드립’ 되시겠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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