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강등에 눈물 흘린 염기훈, 수원 레전드의 초라한 말로 [K리그]

기사승인 2023-12-02 18: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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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강등에 눈물 흘린 염기훈, 수원 레전드의 초라한 말로 [K리그]
수원 삼성의 강등 직후 고개를 숙인 염기훈 감독 대행. 프로축구연맹

레전드의 마지막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수원 삼성과 강원FC는 2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3’ 파이널라운드B(하위 라운드) 맞대결에서 0대 0으로 비겼다. 같은 시간 11위였던 수원FC는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서 1대 1로 비겼다.

이로써 강등권 최종 순위는 10위 강원(승점 34점), 11위 수원FC(승점 33점), 12위 수원(승점 33점)으로 마무리됐다. 최하위 수원(35골)은 수원FC(44골)와 승점은 같지만 다득점에서 9골이나 밀려 최하위가 확정, 자동 강등됐다.

수원은 1995년 창단 이후 국내 프로스포츠 최고 인기 구단 중 하나로 명성을 떨쳐왔다. 역대 성적으로도 K리그1 4회, FA컵 5회, 리그컵 6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을 거두며 K리그 최고 명문팀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모기업의 투자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점점 하위권을 멤돌았다. 지난 시즌에는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FC안양에 승리해 간신히 강등을 면했지만, 올해는 감독을 두 차례나 바꾸는 촌극 끝에 결국 홈에서 최악의 결말을 맞았다.

구단 강등에 눈물 흘린 염기훈, 수원 레전드의 초라한 말로 [K리그]
착잡한 심정으로 그라운드를 보는 염기훈 감독 대행. 프로축구연맹

구단 레전드인 염기훈의 마지막도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지난 9월 수원 구단은 “김병수 감독을 경질하고, 염기훈 감독 대행 체제로 올 시즌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염기훈은 수원의 ‘리빙 레전드’다. 2010년 수원으로 이적한 염기훈은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13년간 수원에서만 뛰었다. 수원 유니폼을 입고 332경기를 뛰며 49골 87도움을 기록했다. 구단 최다 출전, 최다 공격 포인트 등 대부분의 기록에서 염기훈이 가장 높은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어느덧 40대에 접어들면서 염기훈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고려했지만 구단의 만류에 은퇴를 철회했다. 구단도 보다 멋지게 염기훈이 은퇴하길 바라는 마음에 그를 잡았다. 올 시즌에는 플레잉 코치로 포지션을 바꾸면서 지도자 과정을 준비했다. 그는 선수로도 올 시즌에도 3경기를 소화한 바 있다.

염기훈은 감독 대행을 맡은 뒤 구단을 통해 “오랫동안 수원과 함께 하면서 무엇을 해야 팀이 좋아질 수 있을지 잘 알고 있는 만큼 강등 탈출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선수들에게 ‘혼자서는 이룰 수 없다. 다 함께 서로를 도와서 단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고 달려가자’고 주문했다. 지난 일은 잊고 오늘부터 앞으로 달리는 일만 생각하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염기훈의 진심이 통해서였을까. 염기훈이 감독 대행을 맡고는 팀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포백 라인을 통한 안정적인 수비 라인을 만들어냈고, 이후 구단도 조금씩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부임 직후 6경기에서 3승 1무 2패로 승점을 쌓으면서 최하위 탈출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방점을 찍지 못하면서 구단의 첫 강등을 마주하게 됐다. 경기가 끝나고 팬들 앞에 선 염기훈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염기훈의 화려한 은퇴를 바라던 구단과 팬들의 바람도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염기훈은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내가 처음 왔을 땐 이름 있는 선수도 많았고 예산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비교도 안 될 만큼 열악해졌다. 지금도 선수들은 열심히 하지만 더 이름 있고 좋은 선수가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도 있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감독 대행을 맡은 것에) 후회는 절대 없다. 짧은 시간이지만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하려는 게 보여 고마웠다. 수락한 이유도 분명했다. 나라도 뭔가 구단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랐다”면서 “내가 부족해서 이런 상황이 왔지만 팀을 위해서 뭐라도 하고 싶었다. 열심히 해준 선수들의 모습은 잊지 못할 것 같다. 힘든 상황이지만 다시 일어서고 K리그1에 복귀할 거라 믿기에 힘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지난해 은퇴를 하려고 했다가 플레잉 코치를 했지만 항상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수원에서 그만큼 최선을 다했다. 많은 사람이 안 좋은 선택이라고 해도 최선을 다해왔다. 안 좋은 상황에서 은퇴하지만 앞으로도 더 수원을 사랑하고 응원할 것이다. 잘될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고 멀리서도 응원하겠다”고 구단에 애정을 드러냈다.

수원=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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