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견협회 동물 버리고, 보호소도 방치…동물 이중 학대

기사승인 2023-12-10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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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견협회 동물 버리고, 보호소도 방치…동물 이중 학대
30일 육견협회가 정부세종청사 앞에 개를 유기하고 ‘개 식용 금지법’ 반대 목소리를 냈다. 동물권행동 카라

‘개 식용 금지 특별법’에 반발 중인 대한육견협회가 시위 현장에 개를 동원하고 유기하는 등 동물 학대가 도마 위에 올랐다.

동물권행동 카라(카라)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 앞에 ‘김건희, 정황근(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개 받아라’라는 현수막과 함께 개 11마리가 유기됐다. 이 개는 대한육견협회가 ‘개 식용 금지 특별법’ 입법에 반대하며 두고 간 것으로 추정됐다. 유기된 개들은 세종시 위탁 보호소로 옮겨졌고, 정부는 대한육견협회가 동물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같은 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대한육견협회·대한육견연합회·대한육견상인회의 ‘개 식용 금지 특별법’ 추진 반대 기자회견에선 개 100여마리가 동원됐다. 평균 기온 영하 4.3도 날씨에 개들은 외부 주차장에 방치됐다.

동물단체는 이를 ‘동물학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관계자는 “육견협회는 세종시에 개를 버리고 간 것으로도 모자라, 서울에서도 유기하려 했다”라며 “다행히 서울에선 경찰이 막아 유기하지 못했지만, 동물을 동반한 기자회견 현장은 불법성이 강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트럭 차량 주인들이 경찰 조사를 받으며 개들은 차량에 방치됐다”라며 “동물 학대로 판단하고 지자체에 긴급조치를 요청했으나 끝내 되지 않았다”라고 토로했다.

당시 서울시와 용산구청 동물보호 팀 관계자들도 현장에서 대기 중이었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육견협회가 세종시에 개를 유기했기 때문에 서울에서도 상황에 대비, 유기 시 보호 조치를 하려고 현장에 나섰다”라며 “현장에서 경찰이 막아서 유기를 하지 못했고, 격리 조치를 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동물단체 요청에 따라 수의사를 불렀고, 개 소유주 허가를 받은 뒤 3대 정도에 있는 개의 상태를 점검했다”라고 설명했다.

육견협회 동물 버리고, 보호소도 방치…동물 이중 학대
지난달 30일 육견협회가 유기한 개들이 세종시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받고 있는 모습. 동물권행동 카라

육견협회의 이 같은 행동은 예고된 것이었다. 지난 4월에도 육견협회는 한 달 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릴 예정이던 생존권 보장 집회에서 자신들이 사육하는 소위 식용견들을 대통령실에 반납하겠다고 예고했다. 당시 서울행정법원은 동물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 “개들을 대동하지 않는 조건으로 집회를 허용한다”고 판결했다. 결국 집회는 취소했다. 하지만 연내 개 식용 금지법이 제정될 것으로 보이자, 육견협회가 강력히 반발하며 지난달 개를 동반한 것으로 보인다.

육견협회는 앞으로 법안이 통과되면 용산에 개를 풀 것이라고 다시 경고했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식주권 생존권 위원장은 “소비자가 있으니 파는 것”이라며 “개고기집에서 이제 개고기를 못 먹는다고 말하니까,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이 다 쳐다보며 ‘미쳤다’라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 식용을 하며 국가 지원을 받은 게 없다”라며 “(정부는) 개를 키워라 마라할 권리가 없다. 법안 통과 시 용산에 200만마리를 풀겠다”라고 말했다.

유기된 개를 구조해 간 시 위탁 보호 과정에서 동물 학대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동물권행동 카라 관계자는 “개를 유기한 육견협회에서 소유권을 주장하며 돌려달라고 요구해 이를 막기 위해 보호소를 방문했더니 현장 상황이 참혹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들은 유기된 상황 그대로 뜰망 안에 구겨져 있었다”라며 “바닥에는 오줌이 흥건했다. 유기된 당일부터 최소 5일을 방치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세종시 동물복지팀은 쿠키뉴스에 “통화가 어렵다”라고 답변했고, 세종시동물보호센터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전문가는 개를 동반한 시위는 동물학대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지현 법무법인 해광(유한) 변호사는 “동물보호법 10조 2항 4호에 따르면, 동물을 굳이 죽이지 않더라도 고통을 주는 행위는 동물학대에 속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30일은 혹한의 날씨였다. 6시간 이상 부득이한 사유 없이 시위 수단으로 이용한 것은 동물학대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육견협회의 유기와 보호소의 방치도 동물 학대에 해당된다. 정 변호사는 “유기는 당연히 동물 학대로 처벌할 수 있는 행위”라고 밝혔다. 다만 보호소의 방치는 사육 공간을 따져봐야 한다. 그는 “사육 공간은 가로세로 길이가 동물의 몸보다 2.5배 길어야 하고, 뒷발로 섰을 때 머리가 닿거나 발이 빠지면 안 된다”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사육관리 의무 위반에 속한다. 개들이 처음 들어있던 뜰망에서 발견된 것이 ‘사육 공간’으로 활용된 것인지 여부가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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