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망사용료 분쟁 더 커진다는데…논의는 ‘공전’

기사승인 2023-12-15 06: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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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망사용료 분쟁 더 커진다는데…논의는 ‘공전’
인공지능. 픽사베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 망사용료 관련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래픽 사용량이 늘어나며 언제든 ‘제2의 넷플릭스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무선데이터 트래픽은 총 107만5982 테라바이트(TB)다. 지난해 9월(96만6591TB)보다 11.3%, 지난 2021년 9월(79만2974TB) 보다 35.6% 증가했다.

트래픽의 과반은 동영상이 차지했다. 지난 9월 기준 전체 트래픽의 54.7%다. SNS 18.2%, 웹포털 12.5%, 음악스트리밍·지도 등 멀티미디어 6.5%, 기타 4.2%, 마켓다운로드 3.9% 순이다.

향후 트래픽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웨이브 등 OTT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있다. 많은 트래픽이 요구되는 생성형 AI 사용도 증가하는 추세다. 오픈 AI의 챗GPT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네이버가 생성형 AI 검색 ‘큐:’를 포털 통합 검색에 적용했다. 생성형 AI는 다양한 정보를 기억, 학습해 이를 토대로 검색 결과를 제시하기에 트래픽이 많이 사용된다. 이미지와 음성 등을 인식하는 ‘멀티모달’ 생성형 AI도 점차 상용화되고 있다. 이미지와 음성 등은 기본 텍스트보다 용량이 더 크다.

문제는 늘어나는 트래픽 비용을 누가 감당해야 하는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망사용료를 둘러싼 분쟁이다. 망사용료는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 넷플릭스, 네이버, 오픈AI 등 콘텐츠 제공 사업자(CP)가 통신사업자(ISP)가 만든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내는 사용료다.

AI 시대, 망사용료 분쟁 더 커진다는데…논의는 ‘공전’
연합뉴스 

실제 다툼도 있었다. 앞서 SK브로드밴드(SKB)와 넷플릭스는 망사용료를 두고 법적 분쟁을 벌여왔다. 세계 최초다. 지난 2019년 SKB는 넷플릭스가 망사용료 지불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을 신청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20년 4월 망 사용료를 지불할 의무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넷플릭스가 망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며 SKB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넷플릭스가 항소, SKB가 반소를 제기하며 갈등이 깊어졌다. 다만 SKB와 넷플릭스는 지난 9월 망사용료 법적 분쟁을 종결,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기로 합의했다.

입법으로 망사용료 분쟁을 해결하려는 노력도 있다. 현재 국회에는 망사용료 관련 법안 8건이 계류 중이다. 지난해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각각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망 사용료 대가 산정에 대한 명시적 법적 근거와 망사용 추이를 파악해 투명한 대가 산정 기준을 마련하고자 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그러나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SKB와 넷플릭스가 극적 합의를 이루면서 관련 논의 자체가 사실상 중단됐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논의가 진전된 것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최근 아마존닷컴의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가 한국 시장 철수를 선언하며 망사용료를 배경으로 들었지만 “운영 실패를 망사용료에 돌린다”는 공방을 벌일 뿐 논의가 더 나아가지 않고 있다.

망사용료 관련 법제화 논의는 해외에서 보다 활발히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이다. EU에서는 오는 2025년 망 공정기여에 대한 법 초안이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트래픽이 텍스트나 이미지 위주였지만 동영상 사이트가 생겨나며 용량이 커졌다. AI나 빅데이터 등에는 더 많은 트래픽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국내에서는 넷플릭스와는 합의를 이뤘지만 구글 등과는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다. 망사용료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도 망사용료에 대한 논의가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인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향후 망사용료 관련 분쟁은 생성형 AI의 등장 등으로 분명 다시 등장할 것이다. 지금 논의를 멈추면 나중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시간적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논의를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CP와 ISP 사이의 다툼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망사용료 분담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거시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며 “합리적 기준을 설정하거나, 면제하거나, 경쟁을 촉진시킨다거나 다양한 방향을 논의해 망사용료 관련 서로 다른 입장을 좁히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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