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전시 4년 유예… 동물 카페는 여전히 성업 중

기사승인 2023-12-21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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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전시 4년 유예… 동물 카페는 여전히 성업 중
19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한 동물 카페에서 라쿤이 묘기를 부린 뒤 간식을 받아먹고 있는 모습. 사진=조유정 기자


동물 전시 금지법이 시행됐지만, 유예기간을 받은 일부 동물 카페들이 이전처럼 여전히 영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폐업 이후 동물들의 거취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4일 이후 개정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허가받지 않은 동물원과 수족 외 시설에서는 동물 전시가 금지됐다. 기존 영업 중인 업체는 오는 2027년 12월13일까지 4년 동안 유예기간을 갖게 됐다.

시민들 사이에선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에 동물 카페에 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동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장소가 사라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누리꾼은 “수능 끝난 뒤 라쿤 카페에 가는 것이 버킷리스트”라고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도 “라쿤을 볼 수 있는 카페가 사라지기 전에 빨리 가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19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A 야생동물 카페는 문을 연 지 30분 만에 약 30명의 방문객이 카페를 찾았다. 입장료 1만6000원을 내면 강아지와 고양이를 비롯해 라쿤, 미어캣, 여우까지 만날 수 있어 인기가 많았다. 한국인부터 중국인 등 다양한 국적의 손님은 1시간 동안 끊임없이 들어오고 나가고를 반복했다. 함께 만지거나 올라타는 등 행위는 금지됐을 뿐, 사육사의 관리 하에 동물과 교감하는 건 가능했다. 라쿤은 앉아있는 여러 손님 다리와 머리 위를 순서대로 지나가며 간식을 받아먹었다.

동물 카페 업주들은 유예기간 동안 정상 영업 계획을 밝혔다. 인천에서 8년째 야생동물 카페를 운영 중인 A씨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법을 따라야겠지만 아직 정상 영업 중”이라며 “유예 기간 이후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A 야생동물 카페는 SNS에 “간식은 사육사들만 줄 수 있게 됐지만, 아이들과 교감 체험은 가능하다”라며 “앞으로도 계속 정상 영업한다”라고 적었다.

동물 전시 4년 유예… 동물 카페는 여전히 성업 중
19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한 동물 카페에서 라쿤이 묘기를 부린 뒤 간식을 받아먹고 있는 모습. 사진=조유정 기자


보호소는 있지만…아직 갈 길 못 찾은 동물들

코로나19 시기 폐업한 카페 일부가 키우고 있던 동물을 방치·유기해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물 카페 특성상 업체 한 곳에서 수십 마리 동물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동물복지연구소가 20개 동물전시‧체험시설 동물 개체수를 조사한 결과, 총 2863마리 동물을 사육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당 평균 143.2마리를 사육 중인 것이다. 현재 전국에 있는 야생동물 체험, 전시 카페는 200~300곳으로 추정된다.

환경부는 동물 카페 업주가 원하면, 충남 서천 외래유기동물보호소에서 동물들을 보호할 계획이다. 이번 달 준공식을 앞둔 이 보호소는 300~400마리를 수용할 수 있다. 오는 2025년 말에는 최대 동물 600~800마리를 보호할 수 있는 또 다른 보호소도 지어진다. 보호시설이 부족하면 야생동물 구조센터를 통해 임시 보호를 하거나 동물원으로 보내는 등 다른 시설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개인이 원할 경우, 직접 사육도 가능하다. 환경부는 “야생동물 카페 폐업 후 업주 개인이 사육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물단체는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체의 폐업 및 사육 포기 과정 중 유기, 유실, 방치, 학대 등 동물 보호와 관리·감독이 얼마나 이뤄질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모든 야생동물이 기형적인 산업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야생동물 전시업체에 변화가 생기고 동물들이 받아온 고통이 줄어들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감독이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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