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만?’ 은행 이자 캐시백, 불가피한 형평성 논란

1.6조 이자 환급, 개인사업자대출 차주로 한정
저소득층‧장애인‧실직자 등 다른 취약계층 제외
당국‧은행 “자영업자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해”
내년 4월 총선 앞두고 지원, 포퓰리즘 비판도

기사승인 2023-12-23 02: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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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만?’ 은행 이자 캐시백, 불가피한 형평성 논란
쿠키뉴스 자료사진

은행권이 정부의 압박 속에 내놓은 총 1조6000억원 규모의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 환급 방안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저소득층‧장애인‧실직자 등 다른 취약계층은 모두 지원에서 제외돼서다. 여기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은행권의 신속한 지원을 강조하는 당국의 모습에서 선거용 돈 풀기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전날 2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지원 방안의 핵심은 20일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차주를 대상으로 지난 1년간 4%가 넘어선 이자의 90%를 1인당 최대 300만원까지 환급해 주는 내용이다. 지원 규모는 1조6000억원으로 나머지 4000억원은 은행별로 자체 프로그램이나 기금 출연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은행권이 추산한 결과 이자 환급 대상은 총 187만명이며, 자영업자 1인당 평균 85만원의 지원이 돌아갈 것으로 나왔다. 

은행권의 이번 지원은 ‘이자 장사’를 두고 여론이 악화된 가운데 야당에서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고 나선 결과다. 특히 금융당국은 법을 통한 강제적 지원 보다는 자율 결정에 따른 지원이 적합하다는 판단에 은행권을 압박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1월 20일과 27일 은행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을 불러 모아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구체적인 지원 방안으로 자영업자ㆍ소상공인의 이자부담을 줄여줄 것을 주문했다. 지원 규모 역시 야당에서 추진하는 횡재세에 맞춰 2조원 규모를 제시했다.

은행권은 지주회장과 은행장 소집 이후 금융당국과 함께 테스크포스(TF)를 꾸려 구체적인 지원방안 마련에 들어갔으며, 대략 한 달 만에 총 2조원 규모의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은행권은 2월부터 이자환급을 시작해 내년 3월까지 8000억원의 이자 환급을 마칠 계획이다. 금융당국도 신속한 지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소상공인들이 하루라도 빨리, 최대한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신속히 집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총 2조원의 지원 가운데 이번 지원의 핵심인 1조6000억원의 이자 환급 지원에서 비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은 모두 제외됐다. 4000억원 규모의 은행 자체 지원프로그램과 기금 출연 등을 통해 나머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지만 핵심지원에서 제외됐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실제 은행권의 지원 방안 발표 이후 온라인 주요 커뮤니티 등에는 “자영업자만 국민이 아니다”라며, 지원의 형평성을 두고 불만을 제기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여기에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이자 경감이나 환급 방안도 빠져 정작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오는 상황. 

당국과 은행권은 가장 지원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소상공인분들은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이 극복되기도 전에 고금리 등으로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우선 지원 필요성을 언급했다. 은행연합회는 “코로나 이후 금리상승과 경기부진으로 인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자영업자·소상공인이라고 판단돼 우선순위로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지원에 대해 내년 4월 10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은행권의 지원 방안 발표 이후 김 위원장은 물론 이 원장까지 “조속한 시일 내에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해 당국이 선거기간을 고려하고 은행권의 지원을 압박했다는 지적에 힘을 싣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부터 대주주 양도세 완화, 은행의 상생금융까지 정치적 판단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어렵다”며 “금융정책에 정치 의견이 과도하게 반영되는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자영업자만?’ 은행 이자 캐시백, 불가피한 형평성 논란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