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 양압기, 리콜 이어 판매 중지…국내 여파는

2021년 대규모 리콜 사태 이후 판매 중단 결정
국내 2만여대 회수 조치…“부작용 보고 사례 없어”

기사승인 2024-02-04 06: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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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양압기, 리콜 이어 판매 중지…국내 여파는
필립스가 최근 온라인 공식홈페이지에 올린 공지문. 리콜 제품 사용을 중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필립스 홈페이지 캡처


대규모 리콜 사태를 빚은 필립스 수면 무호흡기(양압기)가 결국 판매 정지 처분을 받았다. 국내 판매량은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해당 제품을 썼던 소비자를 중심으로 불안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의료기기 회사 필립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대리한 미국 법무부의 동의 명령에 따라 미국에서 일부 호흡기 제품 판매를 중단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필립스 관계자는 “필립스 레스피로닉스는 허가 법령 요구사항이 충족될 때까지 미국에서 새로운 수면 및 일부 호흡기 치료 장치를 판매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판매가 정지된 필립스 양압기 제품은 2021년 4월26일 이전에 제조된 일부 제품들로, 2021년 6월 안전성 문제가 처음 불거졌다. 당시 FDA는 필립스 제품에 대해 일부 호흡기계와 인공호흡기의 호흡보호구에 존재하는 흡음재(폴리우레탄)가 시간이 지나며 분해돼 사용자가 흡입하거나 섭취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해당 흡음 폼은 사용자의 두통을 일으킬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발암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FDA는 심각한 손상이나 사망을 유발할 수 있는 상태로 평가하고 리콜 사태 ‘1형’으로 분류했다. FDA에 따르면 리콜 조치 이후 약 1년 동안 사망 168건 등 총 2만1000건 이상의 부작용 신고가 보고됐다. 

필립스는 전 세계로 팔린 550만개의 인공호흡기, 양압기를 회수했다. 국내에서도 개인용 인공호흡기 제품 1747개, 양압지속유지기 2만4361개가 회수됐다. 필립스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기기 사용을 중단하고, 의료진 또는 전문 업체와의 상담을 통해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결정해 달라”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제품을 꾸준히 써오던 소비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3년을 넘게 매일 드림스테이션을 사용했다는 최정용(가명·38세)씨는 “사용을 중지하라는 메일을 받았을 때 어의가 없었다”면서 “매일 유해물질을 흡입하고 있던 건 아닌지 덜컥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근 판매 정지 처분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이 정도 상황이라면 필립스가 문제가 된 제품을 쓴 소비자들에게 보상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실제 제품 사용 중 암을 진단 받았다는 사례도 있다. 최근 수면무호흡 환자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회수 조치가 내려진 제품을 5년간 이용하던 중 암 3기 진단을 받아 수술을 했다”며 “병원과 연계돼 있는 렌탈업체에선 고객 관리나 응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리콜 조치 이후 다른 필립스 제품을 받았지만 불안한 마음이 들어 계속 사용하진 못할 것 같다”며 “소송이 가능한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필립스는 지난해 6월 수면·호흡기케어 B2C 사업부를 멕헬스케어로 이관해 한국에서의 렌탈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다만 제품에서 품질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필립스코리아가 맡고 있다. 

필립스코리아 관계자는 “2021년 당시 문제가 된 제품들은 100% 회수 조치됐다”며 “국내에서 해당 제품들로 인해 부작용을 호소한 사례는 아직 없었지만 부작용 발생에 대해선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현재 제공하고 있는 제품 판매 및 서비스 지원은 지속할 계획”이라며 “제품 안전과 품질에 중점을 두고, 고객과 환자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치료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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