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의료기기 다이어트’…가격은 ‘부담’, 효과는

연속혈당측정기·케톤측정기 등 의료기기 일반인 판매 증가
“기기 활용해 살 뺐다” 커뮤니티 후기 이어져
전문가 “다이어트 효과 미비…영양 불균형 우려도”

기사승인 2024-02-22 14: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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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의료기기 다이어트’…가격은 ‘부담’, 효과는
연속혈당측정기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다이어트에도 ‘디지털 바람’이 불고 있다. 살을 빼는 과정에서 의료기기를 활용해 자신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관리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의료기기는 특정 질환에 사용하는 것이라며 다이어트를 위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조언했다.

22일 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연속혈당측정기, 호흡케톤측정기, 체성분분석기, 유전자진단검사기 등 다양한 의료기기가 다이어트를 계획한 일반인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혈당이나 체성분을 파악해 자신에게 맞는 다이어트 방법을 찾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의료기기 문의가 이어지자 검색 키워드에 ‘다이어트’ 문구를 넣어 홍보하는 업체들도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연속혈당측정기, 호흡케톤측정기 등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다이어트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들 기기를 사용해 살을 뺐다는 후기가 이어진다.


늘어나는 ‘의료기기 다이어트’…가격은 ‘부담’, 효과는
연속혈당측정기를 이용한 다이어트 성공 후기(위). 케톤호흡측정기를 통해 높은 케톤 수치를 확인한 사례(아래). 의료기기 온라인 판매 사이트 홈페이지 캡처

저탄수화물 식단 다이어트를 시작한 최재영(38세·여)씨는 탄수화물 섭취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 지난달 연속혈당측정기를 구입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미세한 침이 달린 패치형 의료기기로, 피부에 붙여놓으면 혈당 수치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최씨는 “살을 찌게 만드는 단순당을 조절하려면 혈당을 빠르게 높이는 음식을 피해야 한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혈당을 수시로 확인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혈당 다이어트’를 검색하면 연속혈당측정기 광고가 우후죽순 올라온다”며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이용 후기도 많고, 의료기기인 만큼 안전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방대사가 원활하게 이뤄지는지 살피기 위해 호흡케톤측정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몸은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때 체지방을 태우는데, 이때 호흡 중 내뿜는 케톤 수치를 측정해 얼마나 잘 분해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바디프로필 촬영을 준비하는 김주희(27세·가명)씨는 5개월 전 온라인 운동 커뮤니티를 통해 호흡케톤측정기를 접했다. 커뮤니티 게시판엔 높은 케톤 수치를 자랑하며 살을 뺐다는 회원들의 후기가 잇따랐다. 김씨는 측정기 공동구매에 참여했다. 김씨는 “목표 수치를 정해 놓을 수 있어 도움이 된다”면서 “케톤 측정 챌린지를 하면서 동기 부여도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몸매 관리에 의료기기를 접목하는 사례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김병준 가천대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호흡케톤측정기, 연속혈당측정기는 당뇨환자가 저혈당 등의 위험을 미리 감지하도록 제작된 기기”라며 “일반인이 다이어트용으로 쓸 경우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자기만족 수준에 그치는 덜 먹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연속혈당측정기는 침습적 기기인 만큼 깨끗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피부 염증이 생길 수 있다”며 “거울을 보고 자신의 몸을 관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조수현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케톤 수치를 높게 유지하는 다이어트 방식은 위험할 수 있다”면서 “일반인이 부담되는 돈을 들여 쓸 정도의 가치는 없다고 본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아무리 좋은 의료기기를 쓰더라도 영양소 섭취가 불균형하면 결국 요요현상을 겪는다”며 “고른 영양소를 섭취하는 건강한 식단과 꾸준한 운동을 통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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