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전환지원금에 눈치보는 통신3사…“출혈경쟁 안통해”

- 전환지원금 16일부터 지급됐지만…10만원대 그쳐
- 업계 분위기 “지켜보자”…긴급 정책에 ‘수기’ 작성도
- 전문가 “의도 선했으나 성급한 도입 아쉬워”

기사승인 2024-03-19 0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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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전환지원금에 눈치보는 통신3사…“출혈경쟁 안통해”
통신3사 로고. 연합뉴스

번호이동시 통신사가 최대 50만원을 지급하는 전환지원금이 신설됐으나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다. 통신비 경감을 위한 의도는 좋으나 너무 급하게 정책을 몰아붙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기준, 통신 3사는 일부 기종에 최소 3만원에서 최대 13만원의 전환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SKT의 전환지원금은 현재 3사 중 가장 높다. 갤럭시 Z플립5와 Z폴드4, A15, A24, 퀀텀4, 아이폰 SE 3세대 모델에 한해 전환지원금(5만원~12만원)과 전환 추가지원금(7500원~1만8000원)을 지급하고 있다. KT는 지난 1월 출시된 갤럭시 S24 시리즈 등에 전환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최소 5만원에서 최대 13만원이다. LG유플러스는 애플의 가장 최신 기종인 아이폰 15 시리즈와 갤럭시 Z플립5, Z폴드5 등에 최소 3만원에서 최대 10만원을 지원한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일부 고시를 제·개정했다. 단통법 폐지 전이라도 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을 활성화할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다. 번호이동 시 현행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에 더해 전환지원금을 별도로 최대 50만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방통위는 고시 제·개정을 통해 단말기 구입비용 등 통신비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선호도가 높은 최신 단말인 갤럭시 S24의 구입 부담이 거의 없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공시지원금 50만원에 전환지원금 50만원, 15% 추가 지원금을 받으면 최대 115만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성급한 전환지원금에 눈치보는 통신3사…“출혈경쟁 안통해”
18일 기준 KT의 요금제별 전환지원금. KT 

실제는 다르다. 전환지원금은 10만원대에 그쳤다. 통신3사 중 KT만이 갤럭시 S24 시리즈에 전환지원금을 지급한다. 갤럭시 S24 울트라 기준, 월 13만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하면 공시지원금 50만원에 전환지원금 8만원이 제공된다. 정부 예상에 비해 현재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은 크지 않다. SKT와 LG유플러스는 갤럭시 S24 시리즈에 전환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다만 지난주 공시지원금을 기존보다 최대 10만원 상향했다.

지난 주말부터 전환지원금이 지급됐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서울 광진구에서 휴대폰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전환지원금이 생각보다 적게 책정됐다”며 “이를 찾는 손님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아직은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단통법 폐지 후 10년여만에 새로운 제도가 도입돼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환지원금 상향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속단하기 어렵다”며 “새로운 스마트폰 출시 등에 따라 시장 상황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 업계에서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급하게 추진된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고시 제·개정과 관련해 통상 20일 이상 소요되는 행정예고 기간을 12일로 단축했다. 시민단체인 서울YMCA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할 사항임에도, 방통위가 총선 이전 경쟁촉진 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무리하게 단통법 관련 일정을 강행하고 있다고밖에 해석하기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전환지원금 상한액을 50만원으로 정한 것 역시 뚜렷한 근거가 제시되지 못했다.

업계와 정부 간 합의가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은 또 있다. 전환지원금 지급을 위한 각 통신사의 전산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지 못한 것이다. 현장에서는 전환지원금 지급 확인서 등 번호이동 대상자의 일부 서류를 수기로 작성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전산 개발에 2~3개월 등이 소요된다고 봤으나, 방통위에서는 ‘기존 전산망을 활용하면 된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는 전환지원금 도입에 있어 업계와 정부의 논의가 더 필요했다고 봤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정부의 의도는 선했으나 성급하게 도입돼 아쉽다”며 “통신사는 과거 경험을 통해 ‘출혈경쟁’이 매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전환지원금을 통한 통신사 간 경쟁이 활발히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미국처럼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통신 사업자가 연계해 큰 폭의 할인을 만들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통신 사업자에 기대어서만 통신비 인하 혜택을 지속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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