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판매사, 과징금·임원 징계 ‘위기’…배상 속도전

금감원 이르면 다음주 홍콩 ELS 제재 착수
판매액 50% 과징금·CEO 포함 임직원 징계 가능
라이선스 회수·업무 일부 정지 검토 목소리

기사승인 2024-03-28 07: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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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판매사, 과징금·임원 징계 ‘위기’…배상 속도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열린 홍콩 H지수 연계 ELS 대규모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진용 기자

금융감독원이 다음주부터 홍콩H지수(중국항셍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 제재 절차에 착수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르면 내주 판매사들에 검사의견서를 보낼 예정이다. 소명 절차를 거쳐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고, 여기서 제재가 확정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1일 “홍콩 ELS 제재 절차가 신속히 진행돼야 그 과정에서 나온 문제점들을 제도 개선에 반영할 수 있다”며 “빠르면 4월부터 판매사에 대한 제재 절차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지난 2월 홍콩H지수 ELS 판매사 11곳에 대해 실시한 현장검사에서는 적합성 원칙·설명의무 위반 등 은행의 불완전판매 사례가 대거 적발됐다.

판매사들은 제재 수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이 과징금 부과뿐만 아니라 내부통제 미흡 등 책임을 물어 CEO를 포함한 임원 제재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거나 부당권유행위를 했을 경우 그 판매로 얻은 수입(판매금액 총액) 100분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금소법을 위반한 금융사 임직원은 △해임 권고 △6개월 이내 직무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문책 경고 이상부터 중징계로 분류된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퇴임 후 3년간 임원 자격이 제한되고 직무정지는 4년, 해임권고는 5년이다.

판매사들이 자율배상안을 수용하면 사실상 임원 징계는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에는 은행 내부통제부실이 공통 가중 요소(5~10%p)로 포함돼 있고, 이를 수용한다는 건 판매사들이 내부통제부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법무법인 정윤 노윤상 파트너 변호사는 “과징금과 내부통제 소홀에 따른 인적제재는 별개 사안”이라며 “임원에 대한 징계는 당연하고, 경징계냐 중징계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재발방지를 위해 보다 실효성 있는 징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금소법에서는 수입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정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300%를 부과해 금융사 문을 닫게 할 정도로 과징금을 세게 때린다”며 “은행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선관주의 의무)와 충실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책임을 물어 신탁업 라이선스 회수나 신탁 판매 1년 영업정지 등 강도 높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LF 사태 당시 금감원은 우리·KEB하나은행에 대해 6개월 업무 일부(사모펀드 판매)정지 제재를 내린 바 있다. 

앞서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신탁업 라이선스 회수 등 제재 가능성에 대해 “ELS 대부분은 은행의 신탁을 통해 판매됐고, 여러 규제에 대한 위반 소지도 하나의 쟁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아울러 신탁법상 수탁자의 선관주의 의무, 충실의무 위반 여부도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판매사들은 징계나 과징금 수위를 낮추기 위해 배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금감원장도 “(판매사가) 상당 부분 시정하고 이해관계자에게 적절한 원상회복 조치를 한다면 제재나 과징금 감경 요소로 삼는 게 당연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2일 자율배상 시행 결정을 내린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27일에는 하나은행이 이사회에서 자율배상안을 논의했다. 28일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 29일에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이사회가 예정돼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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